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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모탐구]'립반윙클의 신부' 아무로가 궁금하지 않아? 아야노고

기사 등록 2016-10-29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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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유지윤기자]누군가 걷는 길엔 그의 족적이 남는다. 그건 시간이 지나도 그가 걸었던 길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순간을 선사한다. 그런 면에서 배우와 감독들은 언제나 모두에게 그들을 돌이켜볼 수 있는 영원의 순간을 선물한다. [필모탐구]는 이들의 필모그라피를 통해 배우와 감독의 모습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편집자주>

아야노 고는 일본에서 '대세' 배우로 불리며 쉬지 않고 일하고 있다. 2003년 '가면 라이더 파이즈'로 데뷔해 10년이 넘는 무명 생활 끝에 2015년 제 69회 마이니치 영화 콩쿠르'에서 남우주연상을 거머쥐고, 2016년에는 '트위스티드 저스티드' 주연배우로서 당당히 제 15회 뉴욕 아시아 영화제에서 떠오르는 아시아 스타 상을 수상했다. 국내배우 이병헌도 이 영화제에서 아시아 스타 상을 받기도 했다.

그의 얼굴을 보고 있자면 상처 받은 영혼부터 최악의 범죄자의 분위기가 연출되는가 하면 웃을 때면 한 여자 밖에 모르는 순정남의 해사함을 가지고 있다. 최근 해마다 2~3편의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며 주가를 올리고 있는 아야노고.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린다'고 할 만큼 기세가 높다. 아직은 조금 낯설지만, 이제 곧 익숙해질 일본 배우 아야노고의 대표 필모그래피를 짚어보자.

# 크로우즈 제로2(2009)/우루시바라 료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은 남자라면 일본 액션학원물 크로우즈 제로 시리즈가 교과서 같은 작품. 오구리 슌, 야마타 타카유키, 키네코 노부아키, 아베 쿄스케 등 일본을 대표하는 남자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이 영화는 일본의 두 개의 고등학교 스즈란 고교와 호센 고교의 휴전이 깨지면서 최고를 가리기 위한 싸움을 결심하면서 시작한다. 현란한 액션과 거친 영상이 남성팬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국내에서도 많이 사랑받은 작품. 아야노고는 호센고교의 우루시바라 료 역을 맡았다. 긴 머리에 우산을 들고 청순(?)하지만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내뿜는다. 대사가 거의 없고 세력 싸움을 관망하는 듯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나서 예사롭지 않은 싸움 실력을 보여준다. 절친으로 알려진 야마다 타카유키(세리자와 타마오 역)에게 맞고 쓰러지며 스크린에서 사라지지만 그의 존재감을 알리기는 대사 없이 눈빛만으로 충분했다.

# 슈얼리섬데이(2010)/슈토

배우 오구리 슌의 감독 데뷔작이다. 고등학교 시절 평범한 밴드 부원들이 철없이 저질렀던 폭발 사건을 일으키고 이후 3년 후 새로운 사건을 계기로 수렁에 빠진 일상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청춘물이다. 속도감 넘치는 영상과 배우들의 풋풋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어 인상적이다. 코이데 케이스케, 카츠지 료, 스즈키 료헤이, 무로쯔요시 등 오구리 슌과 절친한 배우들이 힘을 모았다. 오구리 슌과 친한 아야노고는 슈토 역으로 등장한다. 이 영화에서도 아야노고의 장발을 볼 수 있다. 밴드 부원 중 유일하게 3년 후에도 음악을 하고 있는 인물로, 아야노고의 기타와 노래 실력을 감상할 수 있다. 아야노고는 음악에도 재능을 보여 주연을 맡은 영화 '라이프'의 음악을 책임지기도 했다.

#간츠-퍼펙트 앤서(2010)/ 이치 쿠로후쿠

‘간츠: 퍼펙트 앤서’는 죽은 사람들이 수수께끼의 검은 구체 ‘간츠’로 인해 소환되어 ‘성인’이라 불리는 적과 싸워야 한다는 독창적인 이야기로 열성적인 팬 층을 만들어 낸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했다. 아야노고는 주인공 쿠로노 케이(니노미야 카즈나리)를 찾아 다니며 위협하는 인물이다. 앞서 슈얼리 섬데이에서 해맑게 웃던, 또는 우수에 찬 눈빛으로 노래를 부르던 아야노고는 없다. 그저 밝은 미소는 섬뜩한 미소가 됐고, 다정한 눈빛은 살기가 어려있다. 지하철에서 니노미야 카즈나리와 붙는 액션신 중, 몸의 관절을 꺾어 일어나는 장면은 CG가 아닌 아야노고의 연기라고. 이후 아야노고는 동료 배우들로부터 "몸을 잘 쓰는 배우"라는 칭찬을 받았다.

#바람의 검심(2012)/게인

'바람의 검심'은 칼잡이로 살았던 지난날을 회개하며 불살의 맹세를 다짐하고 사람을 벨 수 없는 역날검을 든 채 세상을 방랑하는 히무라 켄신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도 악역을 연기했다. 얼굴에 화상을 입은 분장을 하고 탈색을 했다. 영화 후반부에 켄신과의 격투신에서 짧게 등장해 장렬해 결국 죽게 된다. '몸을 잘 쓰는 배우'라는 칭찬답게 날렵한 액션 연기가 돋보인다. 이 작품에서도 많은 대사는 없다. 눈빛과, 분위기, 그리고 액션으로 말한다.

# 여름의 끝(2013)/기노시타 료타

여류작가 지쿠초 세토우치의 자전적 소설을 영화화한 '여름의 끝'은에서 아야노고는 도모코의 옛 연인으로 등장한다. 영화의 줄거리는 도모코(미츠시마 히카리)가 유부남인 작가와 8년 동안 연애를 하고 있지만, 유부남 작가는 일상의 절반은 집에 돌아가 아내와 함께 보내는데, 어느 날 료타가 도모코를 찾아와 잠든 기억을 깨우게 된다. 이후 도모코가 자기합리화를 하며 삶에 만족하고 있다는 환상에 벗어나 능동적인 인물로 변모해가는 과정이 담겼다. 아야노고는 미츠시마 히카리의 잊었던 자아의 시발점이 되는 역이다. 그 동안 악역을 주로 해오던 그의 '멜로에 적합한 얼굴'을 발견할 수 있다. 아야노고는 다정하고, 나른한 료타, 그 자체가 됐다.

# 그곳에서만 빛난다(2014) /타츠오

'그 곳에서만 빛난다'는 단연 아야노고의 인생작이 아닐까. 이 작품으로 데뷔 후 처음으로 남우주연상을 거머쥐는 영광을 안았고, 몬트리올 영화제에도 초청되는 기쁨을 누렸다. 국내에서도 유명한 이케와키 치즈루와 호흡을 맞췄다. 절망 속에 놓인 채 나름의 빛날 자리를 탐색하는 서글픈 가족의 초상을 담은 이 작품에서 아야노고는 파칭코와 술집을 다니며 하루하루를 흘려보내는 백수 타츠오를 연기했다. 타츠오는 과거 산업용 돌을 채취하는 발파 전문가였지만 폭발 사고로 동료를 잃은 아픔이 있는 인물이다. 그날의 사건이 트라우마가 돼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기력한 캐릭터다. 이런 타츠오가 치나츠를 사랑하게 된다. 치나츠는 병에 걸린 아버지, 범죄전력이 있는 남동생의 생계를 위해 공장에서 일을 하고 밤에는 몸을 팔기도 한다. 또 남동생을 빌미로 협박하는 공장 사장의 내연녀이기도하다. 하지만 세상은 두 사람을 절망 속에서 구제해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 또 하나의 사건이 터지고 타츠오는 당당하게 직장을 구해 치나츠를 사귀게 될 계획이 물거품되고, 치나츠도 타츠오를 보며 품었던 일말의 희망이 사라져버린다. 이 영화의 백미는 마지막 엔딩신이다. 저물어가는 석양을 뒤로하고 두 사람이 주고 받는 애틋한 눈빛은 영화의 여운을 더욱 깊게 만든다.

#신주쿠 스완(2015)/시라토리 타츠히코

아야노고가 처음으로 원톱으로 캐스팅 된 작품이다. 백수 다쓰히코가 신주쿠 유흥가의 스카우트맨으로 일하며 성장해가는 영화. 베스트 셀러 만화의 원작이다. 아야노고는 노랗게 머리를 탈색하고 전작의 무게감을 벗고 조금 가볍고, 철없고, 막무가내지만 속정 깊은 타쓰히고로 분했다. 액션신이 많이 등장하지만 아야노고는 주로 맞는 쪽이다. 그렇게 맞고도 자신이 스카우트한 유흥업소 여자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것이란 흔들리지 않는 신념을 보여준다. 일찌감치 '신주쿠 스완2' 제작이 결정나며 아야노고의 흥행파워를 보여주기도.

# 립반윙클의 신부(2016)/ 아무로 마쓰유키

이와이슌지 감독의 신작으로 우리나라에서도 현재 개봉 중이다. SNS 세대의 문제점을 꼬집은 이 작품에서 아무로 마쓰유키란 캐릭터는 젊은 세대들을 이용해 돈을 버는 이중적인 인물이다. 나나미(쿠로키 하루)에게 손을 내밀어주기도 하지만, 그를 벼랑 끝에 밀어넣는 건 아무로 마쓰유키다. 나나미는 마쓰유키에게 의지하게 되고 그가 어떤 속내를 가졌는지 끝까지 모른다. 아야노고는 앞에서는 나나미를 위해주는 척, 길잡이가 되주는 것 같지만 돈을 위해 짜놓은 판 위에 나나미를 올려놓을 뿐이다. 다정한 얼굴 속에 돈을 위해 죽음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그의 덤덤한 얼굴이 오래 등장하지는 않지만 잔상에 남는다.

유지윤기자 jiyoon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