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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스타칼럼-이병헌] 1부. 7전 8기 할리우드 도전기

기사 등록 2013-07-22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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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을 넘어섰음에도 불구,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잘생긴 용모와 완벽한 몸매, 살인 미소와 매력적인 목소리까지..단언컨대 배우 이병헌은 가장 완벽한 남자 아닐까요. ‘뵨사마’로 불리며 아시아권을 대표하는 한류 배우로 우뚝 선 이병헌이 드디어 네이버 스타칼럼을 연재합니다. ‘피앙세’ 배우 이민정과 결혼을 앞두고 있으며, 할리우드 세 번째 작품인 ‘레드: 더 레전드’의 개봉에 앞서 바쁜 와중에도 20여년 배우 인생과 할리우드 진출 이야기를 직접 작성했습니다. 1회에서는 할리우드 진출기와 적응기를 말하고, 2회에는 이병헌, 자신의 인간적인 모습을 과감 없이 진심을 가득 담아 있는 그대로 풀어갈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편집자 주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 잘 부탁드려요

# 할리우드 길을 열어준 ‘달콤한 인생’

저의 할리우드 도전은 2005년부터 시작됐어요. 그해 제가 출연했던 영화 ‘달콤한 인생’(감독 김지운)이 칸 영화제 비경쟁부문으로 상영된 후 극찬을 받았거든요. 듣기론 2005년 칸 영화제 당시 미국 최대 에이전트업체인 CAA 소속 에이전트 상당수 인원이 제 영화인 ‘달콤한 인생’ 봤다고 해요. ‘달콤한 인생’ 속 제 모습이 그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는지, CAA와 계약하게 됐죠. CAA는 다들 아시겠지만, 미국 할리우드 최고의 에이전시로 음악, 영화, TV, 스포츠 분야 등에서 세계 정상급 스타와 유명 인사들의 에이전트를 맡고 있는 회사에요. 그 분야에서 나름 최고로 인정받는 그들이기에 저를 맡겨도 될 것이란 확신이 들었어요.

어때요? 멋있나요? 2005년도 ‘달콤한 인생’ 스틸컷이에요

# 2년의 기다림 끝 선택한 할리우드 첫 진출작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이하 지아이조)

에이전트가 생기고 할리우드 몇몇 작품들이 제게 들어왔어요. 할리우드 데뷔시기를 더 앞당길 수도 있었지만, 작품 선택에 신중을 기했어요. 첫 단추를 잘 껴야 하잖아요. 시나리오를 보고 ‘이건 아니다’ 싶은 작품들이 대다수였죠. 결국 2년 이란 시간이 흘렀어요. 그 무렵 ‘지아이조’란 작품이 들어와 검토했죠. 처음 몇 페이지를 넘겨 읽어보니 ‘정말 아니다’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린 시절 제가 ‘지아이조’ 피규어를 가지고 놀던 사람도 아니고, 작품에 대한 기본적인 배경 지식이 없었죠. 미국에선 전설로 칭송받는 만화라곤 하는데 전 그런 것을 잘 몰랐기 때문에 ‘왜 이런 작품을 나를 줬나’라고 생각한 뒤 읽다가 말았죠. 미국 매니저에게도 ‘왜 이런 것들만 들어오지’라고 푸념했어요. 그러자 미국 매니저와 에이전트, 그리고 현지에 사는 친구들이 저에게 ‘지아이조’는 진짜 중요한 작품이며, 꼭 하는 게 좋다고 만화에 대한 히스토리를 전해줬어요. 남녀노소 불문, 국민적으로 사랑받는 만화라고 강조하더라고요. 그때 ‘트랜스 포머’라는 작품이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었는데, 그 것 역시 코믹 북으로부터 시작했다고 알려주더라고요. 그들은 또 저에게 ‘네가 맡은 스톰 쉐도우는 스네이크아이즈와 더불어 가장 인기 있는 캐릭터 중 하나이다’라고 거듭 강조했죠. 그 순간부터 전 깊은 고민에 빠졌어요.

‘지아이조’ 스톰 쉐도우 의상입니다. 처음엔 마음에 들지 않았죠. ㅜㅜ

# ‘지아이조’ 출연 결정 후 밀려온 후회, 그리고 결단

전 작품을 선택할 때 어떤 명분들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예를 들어 해당 작품 감독님이 예전부터 굉장히 같이 해보고 싶었던 분이거나, 선호하는 취향의 장르, 스토리가 매력적인 경우가 대부분이죠. 근데 ‘지아이조’는 3가지 명분을 충족시켜주지 못했어요. 미국 현지 스태프들이 적극적으로 추천하긴 하는데 ‘이 작품은 아니다’란 생각이 자꾸 들어서 한참을 고민했죠. 미국 에이전트를 구한 뒤 많은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한국에도 뭔가 보여줘야 할 시기도 됐죠. 아마도 한국에서 시나리오를 고를 수 있는 입장에 많이 익숙해졌기 때문인 것 같아요. 하지만 할리우드는 한국과 달리 신인의 자세로 도전해야 했기 때문에 생각을 달리했죠. 한국과 같이 시나리오를 선택할 수 있는 입장으로 가는 과정이라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지아이조’가 그 해 개봉 예정작 중 가장 큰 예산의 영화였고, 어마어마한 블록버스터이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릴리즈가 보장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죠. 제 얼굴을 알리는데 이런 좋은 영화는 없다고도 생각했고요. ‘그래, 내가 나중에 작품을 고를 수 있는 입장으로 가는 좋은 과정이다’란 마음을 먹고, 출연계약을 맺었어요.

제 포즈 어때요? 멋진가요? ^^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촬영을 끝내자마자 바로 공항으로 가서 미국으로 향했죠. 현지에서 극중 의상을 입어보니, 전체적인 화이트 톤에 얼굴에 복면까지 쓰고 눈만 빼꼼히 나와 있어 ‘지금 내가 여기서 뭐하는 거지’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만화 같은 의상에 실망했던 것 같아요.

복면으로 얼굴을 가렸기 때문에 눈빛으로 모든 걸 말해야 했어요.

의상 창고에서 나와 미국 매니저에게 ‘감독님과 프로듀서에게 정말 죄송하다고 사죄하고, 한국으로 돌아가야겠다’라고 말했죠. 그러고 숙소로 향했는데 머릿속이 복잡해 잠이 안 오는 거에요. ‘미국 사람들은 계약을 중시 여긴다는데 뒤집을 수 있을까?’ 등 고민을 거듭하다가 결론을 내렸어요. 어찌됐든 내가 결정한 일이고, 나중에 영화를 출연하지 않았다는 것 자체를 또 후회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그래 나중에 결과적으로 욕을 먹고 후회 하는 한이 있더라도 겪어나 보자’라고 마음먹고 감독과 프로듀서 미팅을 취소하고 바로 촬영장으로 향했죠.

제 눈빛 연기 어떤가요? 검술 연습도 열심히 했답니다. ^^

# 예상보다 힘들었던 할리우드 적응기

촬영이 시작됐고, 전 현지에서 나에 대한 어느 정도의 편견이 있을 것이란 생각을 했어요. 동양 출신의 배우들에게 보내지는 그런 반응들 있잖아요. 저 역시도 이연걸이나 성룡처럼 ‘동양에서 온 무술가’란 시선을 보내시더라고요. 이제 무술 하는 장면을 찍고, 복면 속 눈빛 연기, 그리고 복면을 벗고 고통스러워 하는 장면을 찍을 때마다 카메라 감독님이 ‘컷’을 외치면서 미소를 짓더라고요. 그러면서 저에게 항상 ‘오~무비스타!’라고 외쳤죠. 아마 ‘한국에서 무술깨나 하던 놈이 연기도 하려고하네~’라는 뉘앙스 였던 것 같아요. 저도 한국에선 유명한 배우인데 말이죠. 하하. 그렇다고 기분 나쁘지는 않았어요. 대신 빨리 저의 존재감을 그들에게 심어주고 싶단 생각이 들었죠. 촬영이 거듭될수록 그들은 점점 나에 대해 흡족해 했어요. 자신들이 생각한 이상의 연기력을 보여줬기 때문이죠. ‘동양인 배우는 항상 무술을 해야만 하는가?’란 질문도 많이 받는데 오히려 자부심이 생겨요. 연기에다가 그들에게 없는 무술까지 갖췄으니 말이죠. 현지 스태프들이 얼마나 부러워하는데요. 전 두 가지 다 할 수 있잖아요.

이번엔 총입니다. 전 칼보단 총이 더 좋더라고요. 하하.

할리우드에선 신인이다 보니 촬영이 없는 날에도 현장에 나가서 대기하고 있어야 할 때가 부지기수였죠. 또 할리우드 톱 배우들 담당하는 헤어, 메이크업, 의상 담당하는 분들도 달랐죠. 저에겐 각 팀의 막내 어시던트들이 배당됐죠. 언제 신이 촬영 될지 모르니 트레일러에서 12시간가량 대기했던 적도 있어요. 조감독들이 그때마다 미안해했죠. 저도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이 분위기를 즐기자’라고 다짐했어요.

‘지아이조’ 배우 및 제작팀들과 단합대회를 열었던 적이 있었는데, 극 역할 상 좋은 몸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생선과 닭 가슴살을 시켜먹었죠. 다른 사람들은 와인과 맛있는 음식을 먹었고요. 제가 좋아하지만 칼로리가 높아서 기피했던 음식들이였죠. 저는 결국 유혹에 빠질까봐 미국 매니저와 숙소로 가려고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식당 문을 나서는데 밖에 수많은 파파라치들이 대기하고 있더라고요. 채닝 테이텀, 시에나 밀러 등 유명 배우들이 식당에 머물렀기 때문이죠. ‘와~파파라치들이 이런거구나’라며 신기하게 봤어요. 전 입구에서 거울을 보고, 옷매무새를 다듬고 헤어상태를 체크했죠. 사진에 찍힐 것을 대비한 것이죠. 근데 제 예상과 다르게 파파라치들이 저를 보더니 ‘모세의 기적’처럼 바다가 열리듯 길이 뚫리더라고요. 민망하더라고요. 새로운 경험이었죠.
지금도 미국 길거리에 나서면 저를 잘 모르시더라고요. 100명중에 한명 꼴로 ‘너 지아이조 나왔지?’라고 말해주시더라고요. 근데 신기한건 ‘한국 영화 마니아’ 반, ‘지아이조’ 팬 반이더라고요. 한국영화도 ‘달콤한 인생’ 보단 ‘악마를 보았다’라는 작품으로 더 알아봐 주시고요. 그 작품이 더 임팩트 있었나봐요.

# 되찾은 한류 스타의 위엄, 할리우드 내 달라진 위상

‘지아이조’ 촬영이 끝나고 일본으로 프로모션을 간다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근데 한국은 가지 않는다고 하시더라고요. 전 ‘말도 안된다’라고 반대했어요. 그리고 ‘한국에 안간다면, 일본도 가지 않겠다’라고 초강수를 뒀어요. 감독님과 프로듀서는 제가 일본에서 인기가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죠. 그들은 제가 일본에 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어요. 결국 그들은 제 말에 설득당해 한국행을 결정했어요. 저는 스티븐 소머즈 감독과 시에나 밀러 등과 일본과 한국 프리미어 행사를 함께 참석했어요. 이들은 일본과 한국 공항을 가득 메운 제 팬들과 취재진 열기에 깜짝 놀랐어요. 저에게 ‘마이클 잭슨이나 엘비스 프레슬리와 다니는 것 같다’라고 말해줬죠.

시에나 밀러나 소머즈 감독은 저의 인기가 이정도일줄 몰랐기 때문에 거의 패닉상태가 됐어요. 너무 제 팬들만 와서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죠. 그 이후 저에 대한 시선이 달라졌어요. LA이와는 전혀 상반된 분위기였죠. 저는 그 상황자체를 즐겼어요. 결국 ‘지.아이.조2’ 출연이 결정되고 촬영장에 가니 저에 대한 대접이 달라졌더라고요. 2편으로 오면서 현장 스태프가 바뀌었는데도 소문이 났나봐요. 저랑 드웨인 존슨이 제일 좋은 트레일러로 배정됐어요. 저에 대한 달라진 대우에 대해 으쓱한 면도 있었지만, 한편으론 무섭고, 두려웠어요. 저에 대한 티켓파워를 상당하게 의식하고 있구나, 그리고 ‘내가 자칫 인기가 없어지거나 티켓파워가 이전보다 떨어진다면 상황은 또 달라질 수 있겠다’ 싶었죠.

# 유창한 영어? 아직 현재 진행형

저에 대해 영어가 유창해서 성공했다는 분석도 많이 나오는데 사실 지금도 많이 어려워요. 빨리 얘기하거나 어려운 말을 제게 하면 아직 헤매죠. 사실 영어를 어떻게 배웠냐고 질문하시는데 제가 사실 18살 즈음에 강남역 부근 영어학원에서 배운 것 말고는 전문적으로 교육을 받지 않았거든요. 직접 현지에서 부딪치고 깨우친 것 같아요. 미국으로 미팅 갈 때 마다 직접 영어로 말하려 했어요. 조금씩 써먹으려고 외운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직접 상대와 부딪쳐서 얻은 결과물이죠. 다른건 몰라도 마음 상태는 여유로워졌어요. 처음엔 경직되고 먼저 선 듯 다가서지 못했는데, 지금은 먼저 가서 인사하고 알아듣지 못하더라도 어떻게든 맞추려고 해요. 대화를 경청하다가도 한마디 거들기도 하고요. ‘내가 조금 여유가 생겼구나’느끼죠. ‘지아이조’ 첫 리딩땐 다른 사람들이 정말 큰 소리로 말해서 긴장했어요. 정작 제 대사도 놓치고 말이죠. 하하. 뭐든 마음가짐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막상 다 쓰고 나니 긴 글이 됐네요. 2회에서는 제 새 영화 ‘레드: 더 레전드’와 저의 이야기들을 좀 더 자세하게 써보겠습니다. ^^ 그럼 또 만나요.

글 이병헌
편집 황용희 대표(아시아경제 스포츠투데이) zoneheeya@stoo.com
사진 이슈데일리, CJ엔터테인먼트, 영화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