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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원의 '영화가 사랑한 사진']아멜리에의 발칙한 상상력과 자동증명사진

기사 등록 2011-11-22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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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원 이슈데일리 문화담당 객원기자] 장 피에르 주네(Jean-Pierre Jeunet) 감독의 <아멜리에(Le Fabuleux destin d'Amelie Poulain>는 2002년 프랑스 최고 권위의 영화상인 ‘세자르 영화상’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등 4개 부문에서 수상했던 영화다. 하지만 대중들의 뜨거운 찬사에도 불구하고 평단에서는 가혹한 논평을 하였는데, ‘르 몽드 (Le Monde)’, ‘카이에 뒤 시네마(Cahier du cinema)’ 등을 비롯한 주요 언론은 ‘볼 가치가 없는 영화’라고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그 이유는 이 영화가 현실의 사회적 문제들을 배제한 체 동화 같은 모습을 하고 주인공이 배려한 작은 기쁨을 이웃끼리 공감한다면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 맹목적인 가치관을 전파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렇다면, 존재하는 모든 영화는 반드시 치열한 사회적 현실만을 다루어야 한다는 법칙이 있는 것인지 의문점이 생긴다.

만약에 감독이 ‘영 어덜트(Young adult)’를 집중적인 타깃으로 만든 영화라고 하더라도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영화의 다양한 장르가 보여 지는 가능성을 외면한 평단의 쓸데없는 따돌림은 지식인들의 ‘스노비즘(snobbism)’처럼 느껴진다.

이 영화 속에서 아멜리 풀랭(오드리 토투)은 파리의 풍차 카페에서 종업원으로 일을 한다. 그녀는 무뚝뚝한 의사인 아버지와 중학교 선생님인 신경 과민한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의사인 아버지가 6살인 아멜리에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진찰을 했고, 평소에 안아주지도 않던 다정한 아버지의 손길에 주책없이 뛰는 심장을 심각한 심장병으로 오해를 했으며 그 때문에 같은 나이의 친구들과 어울리거나 학교에 다니지 않고 집에서만 격리되어서 혼자만의 고립된 성장기를 보내야만 했다.

어느 날, 아멜리에와 엄마는 성당에서 기도를 하고 나오는 도중 캐나다에서 온 실연당한 관광객이 노틀담 성당에서 자살을 하려고 뛰어내렸고 그 자리에 있던 그녀의 엄마를 덮쳐서 사망하게 되었다.

아멜리에는 혼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았기에 자신만의 상상을 즐기면서 살아왔다. 성인이 된 스물넷의 여름 다이애나비가 교통사고로 파리에서 죽었다는 뉴스를 보고 놀라서 들고 있던 유리구슬을 떨어뜨렸고, 구슬을 찾다가 우연히 욕실 벽에서 40년 된 낡은 상자를 발견하게 된다. 아멜리에는 상자의 주인을 찾아줄려고 결심을 하고 그 상자의 주인인 ‘도미닉 쁘레 또도’를 찾으러 다니는 중, 방안에 틀어박혀 ‘르노와르(Pierre A Renoir, 1841∼1919)’의 ‘선상에서의 아침식사(The oarsmen's breakfast)’만 20년 동안 똑같이 모작하는 특이한 늙은 화가 ‘레이몽 듀파엘’을 만나게 된다.

‘레이몽 듀파엘’은 다른 사람들의 표정을 모두 이해했지만 유독 한 여자 즉, 물잔을 든 소녀의 심리상태와 표정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해서 그림을 완벽히 소화하지 못한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물잔을 든 소녀는 아멜리에의 심리 상태와 동일화되는 인물로서 중요한 지시적 코드로 작용을 한다. 그림 속에 보이는 다른 사람들은 모두들 행복해 보이는데, 물잔을 든 소녀의 표정은 모호하게 보인다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 레이몽은 아멜리에가 어떤 남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그녀에게 적극적인 구애를 펼치도록 도와주는 조력자이며 새로운 세상을 바라보게 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레이몽 덕분에 상자 주인공의 주소를 알게 되며 그녀는 다른 사람들 모르게 주인에게 상자를 전해 주게 되는데, 그의 반응에 보람을 느껴 이웃에 대한 선행을 계속하기로 다짐한다. 죽은 아내의 납골당을 장식하는 일에 소일하면서 폐쇄적으로 살아가는 아버지 라파엘은 잔병치레에 시달리는 동료 조제트 등 주변 사람들의 작은 행복을 찾아주는 일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어느 날 아버지를 만나러 지하철역을 걸어가던 그녀는 즉석사진 부스에 버려진 사진들을 수집하는 니노(마티외 카소비츠)를 알게 된다. 그녀가 니노에게 접근하는 방법은 굉장히 독특한데, ‘쾌걸 조로(kailetsu Zoro)’ 복장을 한 사진을 찍은 후 니노가 만날 장소를 알아볼 수 있게 단서를 남기면서 그와 사랑의 게임을 한다. 이 장면들이 매력적이었던 것은 숨기듯이 자신을 드러내는 아멜리에의 모습 때문이었는데, 노골적으로 자신을 드러내놓고 만나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면서 숨기고 숨기면서 보여주는 과정은 어렸을 때 친구들과 함께 즐기던 숨바꼭질 놀이를 닮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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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눈으로 찍는 사진 - 아멜리에의 발칙한 상상력

아멜리에가 어렸을 때 친구가 없어서 외로워하는 것을 보고 안타깝게 생각한 엄마는 그에게 중고 코닥 카메라를 선물로 사주었다. 카메라는 아멜리에가 상상한 것을 현실화시키는 기계적 장치로, 아멜리에가 쳐다보고 찍은 사진은 어른들 눈에 평범하게 보이는 하늘이 전혀 다른 세계로 나타난다. 그것은 토끼모양과 곰 인형구름 사진이다.

어른들의 시각으로 지켜볼 때는 말도 안 되는 허무맹랑한 얘기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이런 아멜리에의 행동을 눈여겨보면 어렸을 때 누구나 한번쯤은 뒷동산에 올라가서 하늘을 보면서 지나가는 구름이 어떤 것을 닮았다는 식의 상상을 한 기억을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어렸을 때의 상상력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차로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천진난만한 꿈들이 없어진 것이 아쉽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가 현실에서 성인이 된 후에 느꼈던 상상력의 박탈감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아멜리에의 상상력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성인이 된 후에도 지속된다.

어른이 된 후에 아멜리에가 어렸을 때 느꼈던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자신의 건강 때문에 여행 다니는 것을 삼가했었던 사실에 대해서 안타까워했고, 아버지가 아끼는 빨간 색 고깔모자를 쓴 난장이 인형을 아버지 몰래 훔쳐서 오래 전에 알고 있었던 스튜어디스에게 부탁을 한다.

부탁한 내용은 외국에 나가면 그 지역의 풍경을 인형과 함께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서 아멜리에의 아버지에게 계속 보내달라는 것이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인형이 없어진 사실에 대해서도 궁금해 했지만, 인형이 어떻게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사진이 찍혀져서 자신에게 발송되는지에 대하여 더 궁금해 했다. 그것은 ‘모스크바’에서 ‘앙코르와트 사원’에 이르기까지 많은 나라를 다니며 찍은 사진들이었다. 이 사건(?)은 그녀의 아버지에게 자극을 주어 홀로 짐을 꾸리고 여행을 떠나게 만든다.

아멜리에에게 있어서 사진은 눈으로 본 것을 그대로 재현하지 않는다. 자신이 상상한 것은 현실로 나타나서 사진으로 찍혀지기도 하며, 눈으로 보지 않고 찍지 않아도 사진으로 나타난다. 비록 아멜리에가 직접 인형을 데리고 여행을 다니면서 사진을 찍지는 않았지만, 인형이 다른 다양한 나라에서 찍혀진 사진들은 아버지로 하여금 외부세상을 구경시켜 드리고 싶었던 아멜리에의 소박한 꿈이었으며, 아마도 그녀가 인형과 함께 사진에 찍혀져 있는 장소에 있지는 않았지만 마음속으로 상상하고 아버지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사진으로 재현된 것이라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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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된 아멜리에는 어렸을 적에 아버지가 자신의 건강 때문에 여행을 삼갔던 사실을 떠올리고서 안타까워한다. 아멜리에는 아버지가 아끼는 빨간색 고깔모자를 쓴 난장이 인형을 몰래 가지고 나와 오래 전에 알고 있었던 스튜디어스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한다. 외국에 나가면 그 지역의 풍경을 인형과 함께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서 아멜리에의 아버지에게 계속 보내달라는 것이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인형이 없어진 사실에 대해서도 궁금했지만, 인형이
어떻게 ‘모스크바’부터 ‘앙코르와트 사원’에 이르는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사진이 찍혀져서 자신에게 발송되는지에 대하여 더 궁금해 했다. 이 사건(?)은 그녀의 아버지를 자극시켜 홀로 짐을 꾸리고 여행을 떠나게 만든다.

아멜리에게서 사진은 눈으로 본 것을 그대로 재현하는 매체가 아니다. 자신의 상상이 현실로 나타나서 사진으로 찍혀지기도 하며, 눈으로 보지 않고 찍지 않아도 사진으로 나타난다. 비록 아멜리에가 직접 인형을 가지고 여행을 다니면서 사진을 찍지는 않았지만, 인형이 다양한 다른 나라에서 찍혀진 사진들은 아버지에게 외부세상을 구경시켜드리고 싶었던 아멜리에의 소박한 꿈이었을 것이다. 아마도 그녀가 인형과 함께 사진속의 장소에 있지는 않았지만 아버지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마음속 상상이 사진으로 재현된 것이라고 믿고 싶다.

김석원(문화 평론가/ 미디어 아트 박사,ksw505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