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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원의 영화가 사랑한 사진] 시몬, 언어의 기만성과 합성사진

기사 등록 2011-07-20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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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김석원 문화전문객원위원] 시몬(Simon)- 언어의 기만성과 합성사진

“책상도 다리가 넷이고 돼지도 다리가 넷이다. 그러므로 착각 할 수 있다. 착각은 자유에 속한다.
” 위의 글은 ‘책상과 돼지’ 라는 단편소설에 나오는 글이다. 책상과 돼지는 다리가 네 개라는 공통점을 제외하고는 서로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다. 하나는 무생물이고 다른 하나는 생물체이다. 이렇게 ‘이질적인 두 개의 대상에서 한 가지 공통점을 끄집어내서 같은 것이다’ 고 말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가 있다.

영화 ‘시몬 Simon’ 에서는 언어가 가지고 있는 기만성에 대해서 말을 한다. 이 부분을 좀더 살펴보면, 빅터 타란스키 감독은 그의 전 부인이자 제작자와 이런 말을 주고받는다. “시몬은 인간이 아니야 내가 만들었어.”, “모든 배우는 감독이 만들어요. 당신한테 그래도 잘 하잖아요.”, “컴퓨터 코드로 만들어진 사이버일 뿐이야.”, “도대체 술을 얼마나 마셨어요?”, “내가 완벽한 여배우를 만들었어, 인간의 영혼까지 불어넣어 무에서 유를 창조한거야.” “기계에 숨을 불어 넣었어, 기적이었지.”, “그만해요.” “하늘에 맹세코 내가 시몬을 만들었어.” “시몬이 당신을 만들었어요.” 이 대화 내용에서 ‘만든다’는 의미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소통된다.

더군다나, 시몬은 감독의 말처럼 컴퓨터 안에 있는 가상의 여배우일 뿐이다. 다른 사람이 아무도 믿지 않는 사실을 전 부인에게 솔직하게 말을 한 것인데 그의 말에 동의를 하지 않는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시몬을 실제로 본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인터뷰도 위성을 통해서만 사람들이 그녀의 모습을 보았을 뿐이며, 심지어 잡지에 등장하는 사진도 감독이 만든 사진을 봤을 뿐인데 시몬이 존재한다고 믿는 것이다. 이런 부분은 영화가 중반을 넘어서면서 더 극대화된다. 감독은 가상의 여배우 시몬을 없애버리려고 그녀의 프로그램을 바다에 빠트린 후 죽었다고 하면서 장례식(?)까지 치른다.

하지만 이런 부분에 수상한 낌새를 눈치 챈 타블로이드지 기자가 경찰에 신고를 하고 감독은 취조를 받게 된다. 감독은 시몬이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을 한다. 그 근거로서 시몬의 이름이 ‘Simulation One’의 줄임말이라고 말을 한다. 하지만 그의 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내가 볼 때도 시몬이라는 말의 의미가 연약하면서, 감성적인 느낌의 여자 이름으로 받아들여지지, 타란스키의 말처럼 ‘Simulation One’을 줄인 것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시몬2.jpg

취조를 받는 중에 경찰은 감독에게 이런 말을 한다. “왜 존재하지 않는 여자의 시체를 버렸죠?” “그건 시체가 아니라 그녀의 몸이에요” 감독의 입장에서는 시몬을 만든 프로그램일 뿐이지만 사람들은 시몬의 몸 즉 시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정도의 상황에이라면 타란스키가 아무리 설명을 해도 상대방이 이해를 하지 못할 것이다. 책상과 돼지가 다른 성질을 가진 이질적인 것이듯이 ‘프로그램(몸)’ 과 ‘시체(몸)’는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책상이 무생물이고 돼지가 생물체임을 대비시키면 ‘프로그램’은 무생물이며 ‘시몬(시체)’은 생물체이다. 하지만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지만 사람들은 그 둘이 서로 같다고 착각한다는 것이다. 언어의 기만성은 여기에 있다. 즉 언어라는 것은 말을 정확하게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이지만 이 영화에서 볼 수 있듯이 자신의 입장에서 정확하게 전달한다고 생각하는 말의 의미가 다른 방식으로 소통될 수도 있다.

합성 사진과 시뮬라크르

합성사진은 둘 이상의 이미지를 합해서 하나가 되거나 혹은 하나의 다른 이미지를 만드는 것을 말한다. 요즘의 디지털 시대에서는 이미지가 필요한 것을 붙여서 한 장면 의 사진을 만들거나 또 다시 이미지를 부여해서 만든 조합한 사진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사진2)는 감독이 팔을 벌리고 있는 자신의 사진을 시몬의 사진과 교묘하게 조합한 합성사진이다. 합성사진을 만드는 목적이 개인의 취미 생활에서만 한정적으로 제한 경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런데 그런 차원이 아니라 연예인과 같은 공적인 인물을 대상으로 할 때는 문제가 심각해 질수가 있다. 요즘의 인터넷에서는 연예인의 합성사진이 올라가 있는 경우를 종종 발견할 수가 있는데 그런 사진들의 경우는 대부분 ‘가십’을 소재로 한 것들이 많다. 즉 합성사진의 두 번째 의미 - 다른 사진과 조합해서 다른 하나의 이미지를 만든 것- 에 해당될 것이다.
시몬에서는 감독이 합성사진을 만든 이유가 여러 사람을 속일 목적으로 제작한 것이다. 이런 사실이 발각이 된다면 ‘가십’ 거리가 충분히 성립되겠지만, 감독의 입장에서는 시몬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대중들의 욕구를 만족시켜 주려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진정한 목적은 시몬을 통해서 자신의 위치를 더 부각시키려고 했다는데 있다. 감독이 제작한 합성사진에서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배우가 마치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팔을 벌리고 있는 감독의 처음 사진에서 보이는 빈 공간에 시몬이 등장하여 그 공간을 채움으로서 감독이 안정감을 찾게 되고, 동시에 그 사람의 위치가 확고하게 보인다는 것이다.

시몬3.jpg

이런 방식의 합성사진은 단순하게 감독의 지위가 더 우월하게 보인다는 문제를 떠나서 그 사람 자체에서 보여 지는 고유한 ‘아우라(Aura)’를 느끼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의미를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는 등식이 성립된다. 합성사진의 의미를 다른 시각으로 설명을 한다면, ‘시뮬라크르(simulacre)’라는 말로 정의 할 수 있다. 이 말의 의미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존재하는 것처럼 만들어 놓은 인공물이다. 실제보다 더 실제적인 즉, 독자적인 하나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이 말이 영화 <시몬>에 적용되는지 살펴보기로 하겠다. 첫 번째는 시몬의 이름이 ‘Simulation One’의 줄임말이라고 감독이 말을 했듯이 ‘Simulation’의 진정한 의미는, ‘가장, 흉내, 모조품’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데, '시뮬라크르'의 의미와 맥을 같이한다. 두 번째는, 합성 사진이라는 것이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배우를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 행위도 마찬가지로 '시뮬라크르' 현상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김석원 (문화 평론가/ 미디어 아트 박사, ksw505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