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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마더’ 이보영 “아이는 내 소유물 아냐, 자체를 존중했으면”

기사 등록 2018-03-19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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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다니엘에스떼 제공
[이슈데일리 전예슬기자] 진짜 ‘엄마’란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모정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마더’의 이보영이다.

기자는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tvN 드라마 ‘마더’(극본 정서경, 연출 김철규 윤현기) 마지막 촬영을 마친 이보영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보영은 극중 엄마가 되기엔 차가운 선생님 수진 역을 맡았다. 드라마의 먹먹함이 채 가시지 않았는지 그는 매 인터뷰 마다 눈시울을 붉혔다고. 이보영은 마지막 타임에서도 종영 소감을 전하다 눈물을 흘렸다.

“너무 행복했어요. 어제 마지막 촬영을 했는데 눈물을 진짜 많이 흘렸어요. 캐릭터적으로 좋았던 작품이 많았는데 이번처럼 잠도 잘 자고, 연기를 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준 현장은 처음이었어요. 최근 출연했던 작품 중에서 온전히 연기를 할 수 있게 한 드라마죠. 속상하고, 슬프고, 아쉬운 마음이 커요. ‘이런 작품이 또 올까?’하는 마음이 드네요.”

이보영은 총 16회 동안 엄마가 되어가는 순간들을 서서히, 깊이 있게 담아냈다. 캐릭터에 설득력을 더한 것은 물론, 보는 이들의 감성까지 촉촉하게 만들었다. 특히 안방극장 시청자들에게 ‘모정’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면서 호평 받았다. 험난한 순간들을 거쳐 진짜 ‘엄마’가 된 그에게 ‘마더’는 힘든 작품으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힘든 작품은 정말 아니에요. 이 작품을 시작하기로 결심했을 때 아이를 낳은 지 얼마 안 됐을 때였어요. 특히 작품을 하겠다고 했을 땐 원영이사건 이후였죠.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제가 대사를 잘 외워가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상대배우에 따라 연기를 하죠. 처음 만나는 공간, 카페, 거리에서 상대배우 눈을 봤을 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던 것 같아요. 이혜영 선생님의 연기는 늘 예상을 뒤집으셨죠. 그 에너지를 받는 게 너무 좋았어요. 선생님 연기에 따라 다른 연기가 나왔죠. 과정들이 너무 좋았어요. 힘든 것보다 차곡차곡 잘 쌓아가는 느낌이었죠. 엔딩을 촬영하면서 먹먹했어요. 계속 눈물이 나오네요.”

▲ 사진=다니엘에스떼 제공
이보영의 눈물은 제작발표회 때부터 시작됐다. 작품 출연 이유를 설명하던 그는 흐르는 눈물 때문에 잠시 말을 잇지 못하기도.

“작품을 왜 하게 됐는지 생각하다가 눈물이 났어요. 학대 받는 아이들이 그 시기에 많앗어요. 매일 통곡을 했죠. 저는 연기자다 보니까 영상이 머릿속에 떠오르더라고요. 그게 디테일하게 생각나서 힘들었어요. 원영이사건 때는 거의 기절했어요. 자꾸 생각이 나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하겠다고 했을 때 만감이 교차했죠. 슬프기도 했지만 겁도 났어요. 좋은 작품을 잘못 건드려서 우리가 전하려는 메시지와 다른 방향으로 갔을 때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마더’는 동명의 일본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엄마가 되기엔 차가운 선생님 수진과 엄마에게 버림받은 8살 여자아이 혜나의 진짜 모녀가 되기 위한 가짜 모녀의 가슴 시린 러브 스토리. 호평이 뒤따른 원작이기에 리메이크에 대한 부담감도 뒤따랐을 터다.

“학대에 대해 많은 분들이 외면하지 않고 봤으면 했어요. 많이 순화된 장면이긴 하지만 우리는 바뀌어야하고 주변 아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여야한다고 생각했죠. 따뜻한 모성애 보다 스릴러적인 부분이 가미된 드라마였어요. 원작을 사랑하는 분들이 싫어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필요했던 이야기라고 생각이 들었죠.”

감정소모가 큰 드라마라 주변인들의 걱정이 있지 않았을까. 가장 가까이에 있는 남편 지성의 반응은 어땠냐는 질문에 “걱정은 없었다”라고 말문을 이어갔다.

“작품은 제가 선택하는 거라 터치하지 않았어요. 대본을 보더니 딱 한 마디 하더라고요. ‘이건 윤복이(허율 분)와 수진이의 멜로네’라고. 윤복이를 친구, 동등한 인격으로 대하라고 설명해줬죠.”

▲ 사진=다니엘에스떼 제공
드라마에서 이보영은 허율을 진짜 딸로 입양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저 아이를 다시 제 품에 안기 위한 절실함 그 하나만을 위해 내달리는 엄마의 마음을 온전히 그려낸 그다. 호소력 짙은 연기는 묵직한 울림을 안겼다.

“윤복이를 보면 눈물이 나고, 엄마를 봐도 눈물이 났어요. 특히 친엄마 홍희(남기애 분)를 만났을 땐 콧구멍이 커지도록 울었죠. 심하게 운 것 같아서 중간에 끊은 적도 있어요. 현장에서 감독님이 한 번에 갈 수 있게 카메라 두 대를 몰아주셨죠. 감정신은 한 번에 가서 힘들진 않았어요. 두, 세 번 갔다면 힘들었을 텐데 모든 스태프들이 하나하나 연기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셨죠. 그래서 진짜 고마워요. 단 한 장면도 대충 찍는 게 없었던, 공동작업을 느꼈던 드라마였죠.”

2002년 CF로 데뷔한 이보영은 그동안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면서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특히 ‘마더’를 통해서는 다시 한 번 자신의 영향력을 입증한 것. 그에게 ‘마더’는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그리고 시청자들에게 어떤 드라마로 각인되길 바랄까.

“겨울 촬영이 힘들어요. 그런데 춥지 않았죠. 가슴 한편이 따뜻했어요. 이런 작품을 또 다시 만나면 복이 많은 사람일 것 같아요. 또 만나고 싶죠. 시청자들에게는 가슴 한편에 뒀다가 가끔 꺼내볼 수 있는 드라마였으면 좋겠어요. 엄마가 생각날 때, 엄마가 됐을 때 다시 꺼내 볼 수 있는.”

이보영은 ‘마더’가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마지막까지 강조했다. 모성애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마더’. 진짜 엄마가 되기 위한 이보영의 가슴 시린 여정은 아직까지 가시지 않는 여운으로 남는다.

“아이는 내 소유물이 아니고, 그 자체를 존중해줬으면 좋겠어요. 아이 역시 엄마라는 걸 강요하기보다 엄마도 사람이라는 것, 사람 대 사람으로 받아들여줬으면 하죠. ‘엄마는 이렇게 해야 하는 거 아니야?’가 아닌, 엄마도 힘들 수 있다는 걸 알았으면 해요. 저도 딸을 스스로 두 발로 설 수 있게 키우고 싶어요. 떠먹여주는 것 보다 스스로 먹을 수 있는, 세상에 나가서 스스로 부딪힐 수 있는 힘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전예슬기자 jeonys022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