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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준환의 배우 초이스]송강호는 3月같은 배우다.

기사 등록 2015-10-10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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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소준환기자]관객들은 일반적으로 뜨거운 배우를 좋아한다. 대부분의 대중들은 스크린을 집어삼킬 듯한 배우의 표현력과 아우라에 매력을 느끼기에 그렇다. 그런 가운데 송강호는 차갑고 삭혀내는 연기를 통해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특히 그는 최근작인 ‘사도’에서 얼음같은 연기에 정점을 찍었다. 같은 뜻의 다른 표현, 송강호의 연기적 스타일은 보편적으로 관객들이 좋아하는 방식이 아니다. 그는 자신이 가진 인간적인 면모보다 생소한 캐릭터의 특성을 더욱 드러내면서 낯설게 극을 그려나가기에 그렇다.

신기한 점은 그럼에도 송강호가 ‘흥행파워’를 독보적으로 가진 배우라는 것이다. 그는 지난 2006년 개봉된 ‘괴물(감독 봉준호)’을 통해 ‘천만배우’ 반열에 올라섰다. 이어 ‘설국열차(감독 봉준호)’ ‘관상(감독 한재림)’ ‘변호인(감독 양우석)’으로 2013년 한 해에만 3000만 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동원하는 놀라운 저력을 과시했다. 그렇다면 이 지점에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송강호가 배우로서 낯선 방식을 고수한다는 필자의 주장과 그가 보여준 흥행력의 사례들은 사실 형용모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 이런 차원에서 송강호는 설명돼야만 한다. 그는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역설적인 배우’이기 때문이다.

송강호는 코믹하면서 진지하다. 그의 초기 대표작인 ‘반칙왕(감독 김지운)’ ‘공동경비구역 JSA(감독 박찬욱)’ ‘살인의 추억(감독 봉준호)’ 속의 캐릭터들이 극명하게 보여줬듯 그는 유쾌함을 필두로 진지함을 함께 녹여내는 방식을 선택한다. 이후 작품들 역시 마찬가지다.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감독 김지운)’ ‘의형제(감독 장훈)’만 살펴보더라도 송강호는 장난스러움과 신중함을 넘나드는 연기를 펼치고 있다. 그렇다면 그는 왜 이런 역설적인 방식을 선호할까? 또 관객들은 왜 그런 송강호의 연기를 좋아할까? 그 이유는 역설이 가진 '진실의 힘' 때문이다. 원래 역설법에는 진실을 극한까지 드러내는 효과가 있댜.

결국 송강호의 캐릭터에는 명확한 한 가지의 감정선은 없다. 그는 항상 두 가지 이상의 특성을 오가는 방식으로 자신의 연기적인 혼을 표출하고 있다. 무엇보다 송강호는 자신이 맡은 캐릭터들의 이런 ‘모순된 성격’이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는 걸 직관적으로 잘 알고 있다. 혹은 반대로 송강호라는 배우에 대한 관객들의 무의식적 기대감이 그의 연기적 행보를 결정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전자든 후자든 송강호는 침착함과 차가움을 통해서 유쾌함과 따듯함을 창출하는 배우다. 그가 지금까지 표현한 캐릭터들의 공통된 이미지들이 이 모든 주장의 뒷받침이 된다.

송강호의 최신작인 ‘사도’ 역시 같은 맥락 속에 있다. 그가 영화 속에서 맡은 영조도 ‘차갑지만 치열한’ 역설적인 인물이기에 그렇다. 이처럼 송강호는 그동안의 작품들을 통해 자신의 배우적 입지를 분명하게 또 견고하게 다져왔다. 이는 그가 캐릭터들의 성격적인 모순에 대한 섬세한 표현을 통해 관객들의 공감과 페이소스를 증폭시키는 능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므로 그는 마치 3월같은 배우다. 3월은 겨울이자 봄이고 차가움과 함께 따듯함도 묻어나오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우리가 늦겨울에 봄을 희망한다는 것이다. 비슷한 마음으로 관객들은 한국영화계의 스산함이 가득할 때 송강호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충무로에서 ‘명배우’라는 이름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배우 송강호. 얼음같은 그가 앞으로 어떤 불같은 행보를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