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데일리

[방송 째려보기] MBN '현역가왕3', 익숙한 맛의 함정과 '현역'의 딜레마

반복되는 자기복제와 시스템의 부재, '화제성'에 가려진 '전문성'의 위기

기사 등록 2025-12-25 10:12

Copyright ⓒ Issuedaily. 즐겁고 신나고 유익한 뉴스, 이슈데일리(www.issuedaily.com) 무단 전재 배포금지

▲ 트로트 서바이벌 프로그램 '현역가왕3'가 고질적인 기획력 부재와 무분별한 포맷 복제로 인해 시청자들의 아쉬움을 사고 있다. 사진 MBN 현역가왕3 제공
[이슈데일리 황용희기자]MBN의 '현역가왕3'가 베일을 벗었다. 모든 프로그램이 그렇듯 이 프로 역시 시작하면서 대중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일단 대중들의 반응은 찬반으로 나눤다. 주최측에서는 첫 시청률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그 시청률이 이 프로의 진정한 가치를 보여줄수 있는지는 지켜볼 일이다.

이유는 찬사보다는 우려가 더 많아 보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트로트 오디션의 범람 속에서 '현역 가왕'이라는 묵직한 타이틀을 내걸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프로그램이 보여주는 모습은 과거의 영광을 재포장한 '안전한 재방송'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 한계에 부딪힌 '자기복제', 신선함 거세된 오디션

현재 '현역가왕3'의 가장 뼈아픈 실책은 '어디서 본 듯한' 기시감이다. 출연진 또한 '미스트롯' 등 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이미 등장한, 혹은 이미 소비된 인물들이 대거 나왔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이것이 '미스트롯'인지, '트롯~'인지, 아니면 '~트롯' 인지 헷갈린다.

단순히 실력 있는 가수를 모으는 것 만으로는 더 이상 까다로운 시청자들을 만족 시킬 수 없다. 누가 더 노래를 잘하느냐의 경쟁을 넘어, 어떤 새로운 매력과 창의적 무대를 보여주느냐가 관건인 시대다. 그러나 참가자들이 과거에 언급했던 개인사와 사연을 반복적으로 노출하는 연출은 '서사의 빈곤함'을 드러낼 뿐이다. 아이디어와 기획력의 부재를 출연자의 인지도에 의존해 메우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 '현역' 타이틀의 무게와 출연진 자격의 불협화음

'현역가왕'이라는 명칭은 단순한 출연을 넘어 해당 분야의 정점을 가리는 권위를 내포한다. 그러나 11세 이수연, 13세 빈예서와 같은 유소년 천재들의 등장은 화제성 면에선 합격점일지 모르나, 타이틀과의 정체성 혼란을 야기한다.

데뷔 2년 차의 신예나 어린 유망주들이 '현역 가왕'이라는 왕관을 놓고 다투는 모습은, 이 프로그램이 지향하는 바가 '최고의 전문가'인지 '화제 중심의 아마추어 최강자'을 가리는 것인지, 모호하게 만든다. ‘아직은 예선이니 그 정도는 화제성 으로 봐 달라’는 자막이라도 달면 모를까? 화제성으로 만 몰고가기엔 ‘현역가왕’이란 타이틀이 너무 커 보인다. 흥행을 위해 '현역'이라는 단어의 무게감을 스스로 던지는 것은 아닌지, 조금은 걱정도 된다.

■ 실종된 심사의 전문성, '글로벌 진출'은 공허한 메아리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마녀사냥' 방식의 심사에 대해서도 애기해보자.
서바이벌의 본질인 '전문적 피드백'은 지워버린듯 보인다. 연차 높은 선배들을 배치했음에도 불구하고, 날카로운 분석보다는 온정주의나 단순 리액션에 그치는 심사평도 있었다. 물론 같은 동료로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마음도 가긴 하겠지만, 이 부분은 분명 시청자들의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다. 심사위원이 그 자리에 있어야 할 당위성을 증명하지 못할 때, 오디션의 권위는 무너진다.

연차만 많은 10명의 가수들을 심사위원단(마녀단)를 배치했다고, ‘현역가왕’을 뽑는 ‘프로그램 포맷’에 맞는 것은 아니다. 물론 섭외상의 문제도 있었을 것이고, 제작자 입장에서 말 못할 사정도 있었겠지만, 말 한마디 못하는 심사위원이 다수였다는 것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물론 실제로는 좋은 지적과 평가를 내놓았는데, 편집으로 해서 한마디 방영이 안될순 있었겠지만, 경력 합계 '400년'을 수시로 외치는 mc 신동엽이 처량해 보이는 것은 왜 였을까? 실제로 자신의 의견을 표출한 정훈희 정수라 서주경 외에는 저들이 왜 심사위원석에 앉아 있는지를 모를 정도였다.

여기에 '일본 진출'이라는 거창한 슬로건 역시 실효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시즌이 거듭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일본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사례가 미미하다는 점은, 이 모토가 단순히 광고와 협찬을 끌어들이기 위한 '포장지'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키우기 충분했다. 물론 시즌 1, 2의 전유진, 김다현이 '한일 가왕전' 등을 통해 나름 성과를 올렸다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말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장된 '맛'과 '천재적 재능'

물론 '현역가왕3'가 가진 저력도 분명하다. 정미애, 홍지윤, 김태연 등 검증된 스타들이 선사하는 무대의 퀄리티는 여전히 압도적이었다. 또 추다혜, 솔지, '23년차' 김주이 등이 만들어낸 '가창력 무대'도 아주 훌륭했다. 이처럼 수준 높은 트로트 무대를 원하는 고정 시청층에게 이들의 가창력은 가장 확실한 보증수표였다.

또, 이수연 빈예서 등 두 참가자들이 보여주는 천재적인 가창력은 오디션 프로그램 특유의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며 초기 동력을 공급하고 있다.특히 비판 속에서도 제작진이 시도한 새로운 심사 방식 등 변화를 위한 실험 자체 또한 정체된 장르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노력이라고 보여진다. 많은 제작진들이 '변화'을 위해 노력하고, 많은 시간을 보냈을 것을 생각하니 먹먹해진다.

■ 그럼에도 맛집의 '메뉴 돌려막기'를 넘어설 대안은?

현재 '현역가왕3'는 유명 맛집이 재료만 살짝 바꿔 내놓은 식단과 같다. 기본 맛은 보장되어 손님은 모이지만, '아는 맛'의 반복에 지친 손님들은 더 이상 감동하지 않는다.

단순히 가창력 좋은 가수를 나열하는 시대는 끝났다. 진정한 '현역 가왕'을 뽑고자 한다면, 타이틀에 걸맞은 엄격한 기준과 전문성 있는 심사, 그리고 진정성 있는 글로벌 로드맵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화제성이라는 마약에 취해 오디션의 본질을 잃어버린다면, 시청자들은 언제든 식탁을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럼 너가 해봐'라고 말할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정도의 지적에 발끈하면 안된다. 왜냐면, 제작진들은 프로이기 때문이다.

프로가 아니라면 이런 지적도 안했다. 진심으로 한국 트로트의 발전을 이끌어온 제작진들의 노고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하지만 '현역가왕3' 제작진들이 좀 더 노력하고 새로워지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같은 지적들을 해본다.

뮤지컬 소설 '휘몰이' 작가인 김동선(뮤지컬 프로듀서)씨는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은 어느새 포화상태가 됐다. 그러다보니 다소 아쉬운 프로그램들도 나오곤 한다. 중복되는 참가자와 참가 기준이 모호한 심사위원단, 반복되는 프로그램 포맷 등은 그들 스스로 풀어가야 할 숙제임에 틀림없다.경연프로그램 등 앞으로 펼쳐질 트로트 예능들이 보다 질 높은 프로그램으로 발전해 가길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황용희기자 zonehee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