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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기획]‘혁신학교’ 외치던 일론 머스크, 억만장자의 실험이 드러낸 학교의 현실 ‘텍사스엔 무엇이 남았나’

기사 등록 2025-12-19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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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황지원 기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오래전부터 “학교는 낡은 시스템”이라고 말해왔다. 아이들은 시험과 암기에 묶여 있고, 교육은 더 이상 시대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학습이 게임처럼 흥미로워야 하며, 학생 각자의 능력과 속도에 맞춰 설계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런 철학을 직접 구현하겠다며 머스크가 텍사스에서 추진한 사립학교 ‘아드 아스트라(Ad Astra)’ 프로젝트가 최근 뜻밖의 모습으로 드러났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한때 초등학교 설립을 목표로 했던 이 학교가 현재는 5세 이하 아동 10여 명을 돌보는 보육 시설, 즉 어린이집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천 명 몰린 ‘머스크 학교’
아드 아스트라는 텍사스 오스틴 인근 바스트롭(Bastrop)에 위치해 있다. SpaceX 등 머스크의 주요 사업장이 가까운 곳이다. 학교는 유치원부터 초등 고학년까지를 대상으로 한 소규모 사립학교를 표방하며,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중심 교육과 유연한 학습 방식을 내세웠다.
모집 당시 반응은 뜨거웠다. 정원은 50명 안팎이었지만 지원자는 수천 명에 달했다. 일부 학부모는 자녀 입학을 위해 텍사스로 이주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다. 월 학비는 약 1000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개교 일정은 여러 차례 연기됐다. 교사 채용과 행정 절차가 지연됐고, 학부모 설명회 이후에도 구체적인 운영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다.

▴초등학교 대신 ‘인가 보육 시설’
최근 공개된 텍사스 주(州) 보건당국 자료에 따르면, 아드 아스트라는 현재 ‘인가된 보육 프로그램’으로 등록돼 있다. 관리 대상은 학령기 아동이 아니라 5세 이하 유아다. 아이들은 낮잠 시간에 이름이 적힌 간이 침대에서 쉬고, 간식으로 크래커와 과일을 제공받는다.
주 정부 보고서에는 “이 시설은 학령기 아동을 돌보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초등학교 설립을 목표로 했던 계획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학교 측은 이 같은 변화에 대해 공식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현장을 찾은 취재진의 접근도 제한된 것으로 전해졌다.

▴반복된 교육 실험, 번번이 축소
머스크의 교육 프로젝트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14년 캘리포니아 SpaceX 본사에 첫 아드 아스트라를 설립해 자녀들을 보냈다. 이 학교는 이후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됐고, 현재는 비영리 교육기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텍사스 남부에서도 유사한 학교 설립을 시도했지만 외부 공개 운영은 중단된 상태다. 한때 구상했던 대학 설립 계획 역시 구체적인 진전 없이 사라졌다.

머스크는 이들 프로젝트에 수억 달러를 기부했지만, 성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교육은 다르다’
교육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를 두고 “교육을 기술 산업처럼 본 한계가 드러났다”고 말한다. 학교는 아이디어와 자본만으로 움직이지 않으며, 교사 전문성, 제도, 규제, 그리고 신뢰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특히 교육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분야다. 스타트업식 실험과 속도전이 오히려 혼란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이러니하게도 머스크 본인의 자녀들은 현재 이 학교에 다니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는 자녀들을 홈스쿨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사례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국내에서도 ‘혁신학교’, ‘미래형 교육’, ‘AI 기반 맞춤 학습’이 화두가 되고 있지만, 학교는 여전히 제도와 현장의 균형 위에 서 있다.

한 교육 관계자는 “교육은 실험 대상이 될 수는 있지만, 실험실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성장에는 시간과 안정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머스크의 학교는 아직 완전히 문을 닫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초등학교를 표방하며 출발한 프로젝트가 어린이집으로 축소된 현실은 분명하다.
별을 향하겠다던 구호는 남았지만, 교육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황지원 기자 wldnjsdl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