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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원의 영화가 사랑한사진]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Girl with a pearl earring) - 카메라 옵스큐라와 사진적 시각

기사 등록 2011-08-14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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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김석원위원] 이 영화는 2003년 영국에서 피터 웨버 감독이 연출한 것으로 촬영감독은 프랑스 출신의 에드와르도 세라다. 이 작품은, LA평론가 최우수 촬영상을 수상한 영화다. 얀 베르메르의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는 타국에서 그의 작품전이 열리더라도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만큼은 절대 나라 밖으로 내보내지 않는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중요한 작품으로 추앙받으며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한편 이 영화는 사진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는 사진사에 있어서 교과서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카메라 옵스큐라’에 대한 설명과 함께 화가들이 사진을 이용하여 그림을 그렸다는 사실을 입증해주는 단서로서 작용을 하는 것이다. 사진1.jpg

위 사진에서는 베르메르가 그의 하녀 크리트에게 카메라 옵스큐라에 대한 설명을 해준다.

사진2.jpg

위 사진은 카메라의 초점글라스에 비추어진 사람의 모습을 찍은 사진이다. 이 사진은 실제 보이는 것과는 조금 다른 모습인데 실제로는 ‘펜타프리즘(pentaprism)’이 없기 때문에 ‘상하가 반대(상하 역상)’로 보여야 되지만, 여기에서는 관람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상하가 바뀌지 않은 ‘정상적인 상태(정립정상)’로 보여준다. 화가들이 사용한 ‘카메라 옵스큐라’는 초점유리 위에 얇은 종이를 대고 화면에 보이는 대로 베껴서 그린 후에 다시 돌려서 보았다. 왜냐하면, 위에서도 언급을 했다시피 상하가 반대로 보였기 때문이다. ‘카메라 옵스큐라’에 대해서 사전적인 의미를 살펴보면, 사각형의 상자에 작은 구멍을 통해서 들어온 빛이 한쪽 벽면에 영상을 맺어주는 현상을 말한다. 11세기 무렵 아랍의 과학자, 철학자들은 텐트 속으로 새어 들어오는 빛이 바깥의 영상을 비춰주는 현상을 알고 있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도 '카메라 옵스큐라'를 자세히 기록하였다. 16세기 말경, 이태리 나폴리의 과학자인 ‘지오바니 바티스타 델라 포르타’는 선명한 렌즈가 장착된 카메라 옵스큐라(어두운 방)를 만들어 사람들을 그 속에서 보게 하고 밖에서 배우가 연기하도록 하여 영화 같은 영상을 공개행사로 시도하였으나 상하가 뒤바뀌어서 보이는 현상 때문에 배우들이 거꾸로 서서 움직이므로 도깨비가 춤추는 모양이 되어 실패하였다.

또 베르메르가 활동하던 시기와 그 전 시기(16세기∼17세기)에는 카메라 옵스큐라를 통해서 외부세계를 원근법적인 지각방식으로 대상을 파악하려고 하였는데 대표적인 예로서는 아래 사진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사진3, 얀베르메르, 웃는처녀와 사관, 1658년.jpg

이 그림에는 모자를 쓴 남자의 뒷모습과 대조적으로 앞에 앉아있는 여인의 크기를 대비시키고, 뒷모습을 한 남자의 색채가 강렬하고 짙어서 두 사람의 거리감이 잘 표현된 작품으로 보인다.

사진4, 얀베르메르, 우유를 따르는 여인,1658..jpg

위 사진 작품을 보면 왼쪽의 창문을 기준으로 해서 왼쪽 윗부분에서 빛이 들어와서 오른쪽 아래 부분으로 빛이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베르메르가 사용한 조명은 대체적으로 한낮(오전 10시에서 오후 3시 사이) 쯤에 창문 옆에 인물을 세우면 빛이 창문을 통과하여 일광이 분산되어서 인물을 선명하게 비추게 된다. 지금은 사진작가나 화가들이 인물의 원하는 의도에 따라서 빛의 조건을 인공적인 라이팅을 이용하여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자연광을 최대한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태였다. 이런 라이팅은 빛이 분산되면서 그리고자 하는 인물에 화사한 느낌을 줄 수 있었으며, 어두운 부분의 디테일이 뭉개지는 것을 막으면서 전체적으로는 화면에 중간 톤이 많이 나타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화에서는 베르메르 조명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있으며 위의 그림에서처럼 창문을 이용하여 인물을 촬영하는 경우가 있다. 베르메르 그림의 특징은 빛을 표현하는 방식이 남다르다는 것과 함께, 원근법을 이용하여 그림을 그릴 때 이용한 특성 이외에 더 추가적으로 설명을 해야 할 부분은 대상을 정지된 이미지로 포착하는 능력이 남다르다는데 있다. ‘카메라 옵스큐라’를 이용하여 만든 정지된 이미지는 대상이 숨쉬고 활동하는 생활의 공간에서 어느 순간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순간적인 이미지를 잡아내는 데 있어서는 탁월한 묘사를 하였으며, 베르메르는 이러한 특성을 최대한 살려서 인물이 들어간 그림에서 무게중심이 잘 표현된 것으로 느껴진다.

지금까지 위의 글에서는 베르메르라는 화가를 통해서 그의 그림과 함께 기계적으로 정확하게 구현하는 장치인 카메라 옵스큐라를 이용하여 외부 세계의 모습을 재현하는 작업 스타일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카메라와 ‘카메라 옵스큐라’를 통합적인 하나의 단어로 ‘사진적 시각’이라고 볼 때,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은 19세기까지 서구 회화들의 그림에 나타나는 사진의 고유영역인 ‘사진적 시각’으로 표현되었다고 믿어왔던 관습에 대한 반론이 있기에 잠깐 소개하고자한다. ‘스베틀라나 앨퍼스(Svetlana Alpers)’에 의하면 사진적이라고 믿어왔던 특성들, 예를 들면 그림에서 보이는 세부적인 디테일이나 혹은 인물이 순간적으로 정지된 것과 같은 사진적인 특성들은 이미 북유럽의 회화에서 나타나는 묘사적인 방법과 유사하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사실 사진 전공자나 영화에 종사하는 사람의 입장이 아닌 일반인들의 관점에서는 이런 언급이 무의미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다른 의미에서 해석을 해보면,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 1854∼1900)’의 말처럼 “우리가 보는 것 그것을 보는 방식은 우리에게 영향을 준 예술에 달려 있다”는 것처럼 종합예술이라고 할 수 있는 영화를 바라볼 때 다양한 해석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과 함께 그런 해석을 통해서 대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으며, 예술을 포함한 예술가의 철학관과 인생관을 이해할 수 있을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김석원 (문화 평론가/ 미디어 아트 박사,ksw505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