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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째려보기] '트로트 오디션'의 명암… 치솟는 몸값에 지자체 축제 '비명'

화력을 높이기 위해 집안의 기둥까지 땔감으로 써버리는 불꽃놀이같은 꼴.

기사 등록 2025-12-26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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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열된 트로트 오디션 경쟁이 가수의 몸값 폭등으로 이어지면서 지자체들이 애매해졌다. 행사비가 크게 뛰었기 때문이다. 사진 MBN '현역가왕3' 사진 MBN제공
[이슈데일리 김은현기자] 방송사들의 과열된 트로트 오디션 경쟁이 가수의 몸값 폭등으로 이어지며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낭비와 지역 축제 정체성 훼손이라는 부작용까지 낳고 있다.

■ ‘그 나물에 그 밥’ 오디션 난립… 음악성보다 예능 치중.

최근 TV조선 ‘미스트롯 4’와 MBN ‘현역가왕 3’ 등 유사한 포맷의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앞다투어 방영되고 있다. 이들 프로들의 시청률이 상당히 높아 인기는 끌었지만, '중복되는 참가자', '전문성 없는 심사위원', ‘재탕, 삼탕’식 구성에 대한 시청자들의 피로감은 높아만 간다.

특히 초기 오디션의 목표였던 신인 발굴보다는 눈물, 자극적인 스토리 등 예능적 요소에만 치중하면서 음악 산업의 기본 가치를 흔들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실력보다 방송용 캐릭터가 중시 되는 왜곡된 메시지를 전달하며, 단기 스타를 양산한 뒤 버려지는 구조"라고 우려한다.

■ 1회 출연에 5천만 원?… 타 장르까지 번진 '몸값 거품'

이러한 프로그램으로 인지도를 쌓은 가수들의 행사 출연료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뛰었다. 과거 수백만 원 수준이던 출연료가 현재는 1회 공연에 3,000만 원에서 5,000만 원까지 치솟았다. 최근 경기북부 지자체의 겨울 축제 때문에 트로트가수들에게 연락을 한 김동선(뮤지컬 제작자)은 오디션 출신 남자가수 L이 1회 출연료를 5000만원 불렀고, 역시 오디션 탑1로 선정된 S는 3500만원을 불러 깜짝 놀랐다.

더 큰 문제는 이 현상이 트로트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트로트 가수의 고액 출연료를 기준으로 댄스, 발라드, 뮤지컬 가수들의 몸값까지 2배 이상 동반 상승하고 있다. 실제로 300~400만 원을 받던 뮤지컬 가수 C씨는 "트로트 가수가 그 정도 받으니 우리도 당연히 받아야 한다"며 700만 원으로 출연료를 올린 사례도 확인됐다.

■ "트로트 가수 부를 바에 오케스트라"… 지자체의 반격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곳은 국민의 혈세로 축제를 운영하는 지방자치단체다. 예산의 상당 부분이 소수 인기 가수의 섭외비로 지출되면서, 문화 인프라 확충이나 지역 예술인 지원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이에 일부 지자체는 고액 트로트 가수 섭외를 포기하고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연천군 등 경기 북부의 일부 지자체는 트로트 가수 한 명을 부르는 비용보다 훨씬 저렴한 '심포니 오케스트라'나 '디즈니 음악 연주회' 등 고품격 클래식 무대로 선회하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연예인 없으면 축제가 안 된다는 인식이 공공문화 생태계를 해치고 있다"고 토로했다.

■ 공공성 회복과 출연료 시장 투명화 시급.

강태규 문화평론가는 "현재의 과잉 경쟁과 상업화 구조를 반드시 재검토해야 한다. 프로그램 수의 합리적 조정과 음악성 중심의 심사 체계 복원, 출연료 시장의 투명성 확보가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뮤지컬 소설 '휘몰이' 작가인 김동선(뮤지컬 프로듀서)씨는 "지금은 화려한 무대보다 차분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오디션 프로그램이 건전한 문화 콘텐츠로 남으려면 일시적 흥행이 아닌 음악과 공공성이라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사태는 마치 '화력을 높이기 위해 집안의 기둥까지 땔감으로 써버리는 불꽃놀이'와 같다. 화려한 순간의 흥행을 위해 '지역 문화의 자생력'과 '음악 생태계의 기초'라는 기둥을 태워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방송사와 지자체 모두가 '성찰해야 할때'라고 보인다.

김은현기자 kim7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