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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창용의 광대역엔터]'38사기동대', 체납자들을 징벌하는 사기 '과연 정의인가?'

기사 등록 2016-07-10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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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여창용 기자]역시 나쁜 놈들은 나쁜 놈들이 잡아야 재미있다. 적어도 드라마와 영화에서는 말이다.

세금을 의도적으로 내지않는 파렴치한 사람들에게 통쾌한 한 방을 날리며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는 OCN '38사기동대(극본 한정훈, 연출 한동화)'이 OCN 오리지널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지난 9일 방송된 '38사기동대' 8회는 평균 4.7%, 최고 5.4%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OCN 오리지널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찍었던 '나쁜 녀석들'을(최종화, 유료플랫폼 가구 기준 평균 4.3%)을 갈아치운 기록이다.

'38사기동대'는 경찰이 손댈 수 없는 악독한 범죄자들을 더 악랄한 괴물들로 처리한다는 '나쁜 녀석들'의 제작진이 의기투하반 드라마다. '나쁜 녀석들'이 폭력으로 범죄를 처단한다면 '38사기동대'는 사기로 체납자들의 뒤통수를 강타하는 내용이다.

사실 사기는 범죄다. 대상이 세금체납자라할지라도 그들에게 사기를 치는 것은 범죄 행위다. 하지만 고액 세금체납자들은 법을 교묘히 이용하거나 법망을 빠져나가는데 그치지 않고 법 위에 군림하기도 한다. 법을 지켜서 그들을 징벌할 수 없는 것이다.

시청 세금징수3과장 백성일(마동석 분)과 그의 부하 공무원 천성희(최수영 분)를 제외하면 '38사기동대'의 멤버들은 법을 지키는 사람들과는 거리가 멀다. '뇌섹' 사기꾼 양정도(서인국 분), '쩐주' 노방실(송옥숙 분), '대포' 장학주(허재호 분), '키보드' 정자왕(고규필 분), '꽃뱀' 조미주(이선빈 분) 등은 지금 당장 수갑을 채워도 이상할 것 없는 인물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법을 뛰어넘는 방식으로 체납자들의 뒤통수를 치며 세금을 내도록 한다. 백성일 과장은 이들을 이용해 세금징수에 성공한다. 사기꾼들이 훔친 장물로 세금을 채워놓는 셈이다. 범죄 행위지만 시청자들은 38사기동대의 활약에 박수를 보낸다.

범법 행위로 범법자들을 징벌하는 내용의 영화와 작품들은 많다. 특히 일본의 '와일드세븐' '쿠로사기' '원한해결사무소' 등은 법으로 처벌할 수 없는 악인들을 징벌하는 안티히어로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들이다. 미국의 '화이트칼라'도 비슷한 내용이다.

'38사기동대'는 경찰이 사기와 법에 취약한 공권력 대신 사기를 쳐서 사기꾼들을 응징하는 내용의 '쿠로사기', FBI가 꽃미남 사기꾼과 함께 사기를 쳐 사기꾼들을 벌하는 '화이트칼라'의 설정을 교묘하게 섞어놓은 내용이다. 주인공이 경찰이나 수사관이 아닌 세금징수국 공무원이라는 점이 다르다.

'38사기동대'는 '나쁜 녀석들'에 비하면 밝고 유쾌한 성격이다. 사기와 사기꾼을 소재로 한 드라마에게 밝음을 기대하는 것이 웃긴 일이지만 양정도를 비롯한 '38사기동대'의 멤버들은 '오션스 일레븐' 멤버들처럼 재미를 위해 사기에 동참하지 않는 진지한 면도 지니고 있다.

'나쁜 녀석들'의 멤버들은 그 자리에서 악인을 징벌한다. 무차별 폭행은 물론 살인도 불사한다. 그에 비하면 '38사기동대'는 자신들이 직접 악인을 벌하기 보다 악인들이 법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한다. 백성일의 친구인 박덕배(오만석 분) 형사는 바로 그 역할을 담당한다.

물론 법의 입장에서 볼 때 '나쁜 녀석들'이나 '38사기동대'나 범죄자들이다. 폭력과 사기 그 죄명만 다를 뿐이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은 그들을 비난하거나 욕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욱 강한 징벌을 요구하기도 한다. 현실의 공권력에 대한 불만이다.

뉴스나 시사고발 프로그램에는 고액 체납자에 대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재벌 후계자들은 세금을 피하면서 거액의 재산을 상속받는다. 서민들에게는 한치의 오차도 없이 세금을 징수하면서도 힘있는 자들의 체납 앞에서는 무기력한 모습이다.

'38사기동대'는 절대 의적이 아니다. 법을 지켜 받아낼 수 없는 세금을 사기라는 범법행위로 대신 받아내는 범죄집단이다. 이들이 공무원을 대신해 세금을 받아내는 사회가 정상적인 사회라고 보기는 어렵다.

과연 이 사회는 정상적인 방법으로 운영되기 어려운 것일까?

[사진=OCN '38사기동대' 방송화면 캡쳐]

여창용 기자 hblood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