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데일리

[이슈컬럼] 한일전 두 경기, 한국 야구가 마주한 ‘냉정한 현실’

기사 등록 2025-11-16 23:02

Copyright ⓒ Issuedaily. 즐겁고 신나고 유익한 뉴스, 이슈데일리(www.issuedaily.com) 무단 전재 배포금지

▲ 사진 한국약구위원회 제공
[이슈데일리 황용희기자] 한일 야구 평가전 1차전은 4대 11, 완패였다. 이튿날은 7대 7 무승부.
체면은 어느 정도 세웠지만, 그래도 '한국 야구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이번 시리즈는 한국 야구가 어디에서 멈춰 있고 무엇을 다시 쌓아야 하는지, 또 오래된 문제는 무엇인지, 명백하게 드러낸 자리였다.

첫 번째로 드러난 약점은 불펜이다. 1차전의 대량 실점, 2차전 후반 흔들림까지 흐름의 원인은 한 가지로 귀결된다. 이닝을 나눠 막아내야 하는 구조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았다. 국제전은 선발보다 불펜의 완성도가 승부를 가르는 시대다. 좌‧우 스페셜리스트의 부재, 위기 관리 능력의 격차는 전통적 운영 방식에 머무른 한국 야구가 더는 버티기 어렵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타선의 문제도 명확했다. 일본 투수들이 던지는 150km 중후반대 속구와 날카로운 세컨더리 피치는 한국 타자들의 타이밍과 존 관리 능력을 흔들어 놓았다. 2차전에서 점수를 낸 장면도 있었지만, 이는 상대의 실투나 볼넷에 기반한 경우가 많았다. 빠른 볼 대응과 볼카운트 싸움, 존 공략은 국제 무대에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숙제다.

수비에서는 기본기의 차이가 다시 나타났다. 외야 포구와 내야 송구에서의 작은 흔들림이 실점으로 이어지는 모습은 한일전에서 자주 반복되는 장면이었다. 한국 야구가 오랫동안 자부해온 ‘기본기 단단함’이 더는 국제 수준에서 우위가 아님을 확인한 셈이다.

그리고 전략과 분석의 격차도 상당했다. 일본이 타자의 취약한 구역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동안 한국의 대응은 늦었고 체계적이지 못했다. 국제야구에서 승부의 디테일은 데이터와 전략에 의해 결정된다. 이 부분에서의 후진성은 가장 아픈 대목이다.

그럼에도 긍정적인 조짐은 있었다.
젊은 선수들의 활기가 두 번째 경기에서 돋보였다. 과감한 스윙, 위축되지 않는 경기 태도, 초반 선발의 안정감은 세대교체를 더 늦춰서는 안 된다는 신호로 읽힌다. 전통적인 팀 구성에 안주하기보다 변화에 힘을 실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두 경기는 차갑지만 아주 '명확한 메시지'를 줬다.

한국 야구는 '불펜 재정비', '기본기 회복', '분석 시스템 혁신'이라는 이제 까지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이 등장했다.
이제는 이것들을 더는 미룰 수 없다.

한일전은 이제 '감성과 감정'의 경기였지만, 이제는 그렇디 않다. 감정보다 현실을 보는 눈이 더 절실해 보인다.

황용희기자 zonehee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