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 ‘싸우자 귀신아’ 권율, “더 좋은 연기 보여드리고 싶다”

기사 등록 2016-09-04 02:42
Copyright ⓒ Issuedaily. 즐겁고 신나고 유익한 뉴스, 이슈데일리(www.issuedaily.com) 무단 전재 배포금지

[이슈데일리 김상록기자] 선과 악이 공존하는 마스크.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야 하는 배우로서는 듣기 좋은 말임에 틀림 없다. ‘싸우자 귀신아’를 통해 부드러우면서도 냉철한 이미지를 동시에 그려낸 권율은 이제 믿고 보는 배우의 반열에 확실히 올라섰음을 대중들에게 각인시켰다.

드라마 종영을 불과 몇시간 앞뒀던 지난달 31일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카페에서 배우 권율이 생각하는 연기의 방향과 가치관을 세밀하게 관찰했다.

호러와 코믹,멜로와 드라마까지 뒤섞인 복합 장르의 ‘싸우자 귀신아’ 는 연기 하기에 쉽지 않은 작품이었지만 권율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였다. 이렇게 작품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스태프들에 대한 신뢰와 파트너쉽이 자리했다.

“’싸우자 귀신아’ 촬영을 시작하기 전에 걱정을 많이 했어요. 다른 작품에서 악역을 맡아 본적은 있지만,악귀라는 존재를 이용한 캐릭터는 처음이었으니까요. 장르적으로도 여러 가지 느낌이 묻어나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도 들었고 여러모로 고민이 됐죠. 전적으로 박준화 감독님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에 출연을 결심하게 됐어요. 스태프 분들이 도움을 주셔서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해요”

극중 주혜성은 대부분의 시간과 장면을 혼자서 사용하는 인물이었다. 다른 출연자들간의 동선과 동떨어진 상황에서도 어색하지 않은 흐름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많은 집중력이 필요했다.

“촬영을 하는 시간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더 많았어요. 좀 찍을라 하면 ‘끝입니다~’라는 큐 사인이 떨어져서 당황스러웠어요(웃음). 봉팔이나 현지와는 같은 플롯에 있는 인물이 아니다 보니,두 사람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시점과 혜성의 사연이 등장하는 구간에서 보는 재미와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도록 하는데 신경을 썼어요. 촬영장에서 배우들과 어울리는 것에는 크게 연연하지 않았어요. 마치 제가 왕따를 시키는 것처럼요. 다들 화기애애하게 있을 때 제가 뒤에서 슬쩍 나타나면 다들 놀라더라고요.(웃음)”

영화 ‘사냥’에 이어 ‘싸우자 귀신아’에서도 악역을 선택한 권율이지만,기본적인 인상에서 풍기는 선한 이미지를 완전히 지워내기는 쉽지 않았을 터. 그는 표정과 눈빛 등을 꼼꼼하게 연구하며 조용하지만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주혜성의 특징을 완성시켰다.

“모니터링을 다른 때 보다 더 꼼꼼히 했어요. 사실 두려움도 조금 있었어요. 제가 그냥 쳐다보기만 해서는 무서운 기운이 전해지지 않을 거란 말이죠. 그래서 무언가를 반드시 압도하는 강력한 그림을 그리기 보다는 그냥 ‘슥~’ 하고 봤을 때 차가운 느낌을 줄 수 있다면 효과가 배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뜨겁고 직설적으로 표현하기 보다는 냉철하고 차분한 기분으로 가려고 했죠.”

연기인지,실제 인지 가늠할 수 없다는 말은 사실적인 연기를 극대화했을 때 주어지는 최고의 칭찬이다. 권율은 살아오면서, 앞으로 살아가면서도 경험할 가능성이 희박한 악귀에 들린 주혜성을 표현했다. 직접 겪어보지 않은 흐릿한 상황에 놓였음에도 그는 그 안에서 느낄 수 있는 최대의 접점과 감각을 이용했다.

“당연히 악귀에 들린 경험은 없었지만,실제로 내 자신을 제어하지 못할 만큼 분노하고 통제가 안되는 상황을 겪은 적은 있었어요. ‘내가 왜 이러고 있지?’ 라는 느낌이요. 그때는 정말로 무언가에 홀린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래도 악귀에게 지배당해서 감정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는 아니었겠지만,그런 상황에 빗대어서 이해하려고 노력했어요”

“기술적으로 접근하려고 한 편이에요. 눈빛의 방향이라든지,턱의 각도,고개를 돌리는 속도, 동공을 움직이지 않고 오랫동안 바라보는 모습들까지,비주얼적으로 강한 인상을 심는데 중점을 뒀어요”

“초반에는 대본의 가이드라인만 나오고,구체적인 부분을 알 수 없어서 연기하기가 힘들었어요. 드라마 자체는 밝고 경쾌한 분위기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주혜성이 등장했을 때 개연성이 있고 쌩뚱 맞지 않아야 되니까요. 그런 부분은 감독님과 이야기를 한 게 큰 도움이 됐습니다”



수 많은 악행을 일삼은 주혜성이었지만, 그가 불우한 가정 환경과 악귀에게 지배당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밝혀졌을때는 오히려 연민을 가지는 이들도 많았다. 그럼에도 권율은 주혜성이라는 인간이 저지른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하는 것이 맞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혜성의 그런 사연이 나중에 나와서 다행이라고 여겨져요. 그래야 더 극적인 긴장감을 유발시킬 수 있다고 봤거든요. 그의 과거가 일찍 밝혀지면,혜성에게 연민을 느끼는 상황이 더 빨리 나왔을거고,그렇게 되면 캐릭터의 몰입감이 떨어졌을 것 같아요. 어찌됐든 그의 행위 자체는 절대 용서받아선 안되는 건데,그게 조금이라도 정당화가 될 수 있는 상황은 용납할 수 없어요”

“하지만 단순하게 혜성이 악의 축으로 나타나고 끝나는 역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사회적인 메시지를 던져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은 있죠. 어린 혜성이가 누군가에게 학대를 당하고 핍박 받는 상황 속에서 왜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를 시청자들이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물론 주변에 귀신이 들린 사람은 흔치 않겠지만, 혜성이처럼 결핍되고 소외 당하는 그런 친구들에게 보다 따뜻한 관심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봐요”

‘식샤를 합시다2’에 이은 ‘싸우자 귀신아’ 까지. 1년 사이에 박준화 감독과 두번째 작업을 성공적으로 끝낸 권율은 어느덧 박 감독의 동반자이자 믿음직한 ‘뮤즈’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이전에 ‘식샤를 합시다’를 굉장히 인상 깊게 봤어요. 음식도 먹음직스럽게 나오고, 연기도 통통 튀지만 또 마냥 가볍지만은 않게 연출했던 점들이 특별하게 다가왔어요. 감독님은 항상 밝고 경쾌함 속에 삶의 애환을 그려내시는데, 그런 모습들이 너무 좋아요. ‘싸우자 귀신아’에서는 애환까지 담아내기는 힘들었지만, 위로와 메시지가 있는 착한 드라마라는 것은 확실해요”

“순간적인 기지와 판단력이 워낙 빠르세요. 항상 작품 준비를 정말 열심히 하시기 때문에 그 안에서 변주가 가능한 부분이라고 봐요. 아이디어를 주고 받는 과정에서도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장면들이 새롭게 나올 때 신기하고 재미있었어요. 이제 감독님하고는 척하면 척일 정도로 서로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사이에요. 감독님의 팬이자 꾸준히 함께 하는 동반자가 되고 싶어요”

새로운 연기를 선보였을 때 받게 되는 긍정적인 반응들은 더 좋은 모습을 펼칠 수 있게 하는 자양분이 된다. 권율은 주변의 칭찬과 격려에 감사해하면서도 부족했던 부분을 끊임없이 찾아내며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향해갔다.

“주변의 관심은 너무 감사하지만, 언젠가는 지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권율이라는 배우가 어떻게 연기를 해나갈지에 대해서 방향을 잡아 가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팬분들이 주시는 기분 좋은 에너지를 바탕으로 더 멋진 연기를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대부분 그렇겠지만,사실 자기 연기에 만족하는 배우는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찍고 나서 시간이 흘러 다시 보면 ‘그때는 이렇게 해볼걸’이라는 후회가 남았어요. 당시에는 최선을 다한 결과였겠지만 조금 더 넓은 시선으로 바라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여운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죠. 다음 작품을 할 때는 그때 놓쳤던 것과 후회했던 감정들을 떠올리며 시행착오를 겪지 않는 발판으로 쓰려고 해요”

인터뷰 내내 권율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말을 조리 있게 참 잘한다는 것이었다. 연기에만 몰두하는 배우의 이미지가 강했던 모습과는 다르게 그는 예능프로그램에서도 만만치 않은 활약을 펼친 바 있다. 하지만 권율은 자주 경험하지 못한 미지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것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예능은 하면 할수록 어려워요. 잘 모를때는 자유롭게 했지만 카메라가 언제 어디서나 돌고 있다는 부담감을 이겨내기가 힘들더라고요. 예능 하시는 분들이 대단하다는 것을 새삼 느껴요. 예전에 계상이형 하고는 합이 잘 맞았지만,모르는 분하고 하면 또 힘들 것 같아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나갈 의향은 있을지 몰라도 저 혼자서 출연하기는 망설여져요. 카메라가 돌아가면 뭘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편이라서…(웃음), 그런 부담감이 저를 자유롭게 하지 못해요. 좀 더 편해질 수 있을 때 하는게 맞다고 봅니다”



2016년의 권율은 누구보다도 ‘열일’하는 배우로 대표된다. 그는 아직까지는 연애와 결혼 보다는 일에 집중할 것임을 밝히며 팬들에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했다. 그러나 기회가 된다면 작품 속에서는 뜨겁고 진한 사랑의 완성을 갈망했다.

“지금은 하나씩 하나씩 버겁게 작품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서 누군가를 바라볼 여유가 없는 것 같아요. 저의 특수한 면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찾기도 쉽지 않을 것이고, 그런 점들을 이해해주길 바라는 건 이기적이라고 봐요. 아직은 사랑보다는 일에 더 목말라요.”

“작품 속에서 사랑을 이루는 역할은 연기해보고 싶어요. 대신 정말 제대로 보여줄 수 있을 때 해야 할 것 같아요. 그게 멜로가 됐든,로맨틱 코미디가 됐든, 연기적으로 완숙해지고 지금 보다 인지도가 더 높아졌을 때 시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반듯한 엘리트. 권율이 결정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 캐릭터의 특징은 대부분 해당 이미지에서 압축된다. 그는 앞으로 제한된 역할에 국한되지 않는 다양한 모습을 통해 색다른 변신을 준비하고 있었다. 매번 한계를 넘어서는 권율의 무한한 도전과 열정이 이어진다면 다음 작품 역시 우리는 권율이라는 배우에게 열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드라마라는 매체의 특성상 보장된 성공과 시청률을 위해서는 그 사람이 갖고 있는 본연의 이미지에 부합하는 캐릭터를 자주 쓸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물론 최근에는 콘텐츠의 질이 다양해지고 보는 분들의 눈이 높아졌기 때문에 반드시 거기에 국한됐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그런 부분이 어느 정도 존재한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권율이 주로 보여줬던 역할 외에도 찌질하거나,밑바닥에 있는 캐릭터도 선보일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있어요. 어떻게 보면 본연의 모습을 나타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런 역할이 더 재미있을 것 같아요. 좀 더 솔직하게 나를 오픈 하는 느낌이 있죠. 마음 속에 상상해왔던 부분들을 작품을 통해서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 배우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요?”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김상록기자 honjk56@

 

기사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