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재심’ 강하늘이 명상으로 터득한 ‘긍정의 기운’

기사 등록 2017-02-08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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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한해선기자] 참 해맑다. 배우 강하늘을 본 이들의 증언이다. 배우 김해숙도 극찬할 만큼 이는 소년의 눈빛과 같으며 곧 영화 ‘재심’(감독 김태윤)에서 소년 현우 역을 연기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강하늘이 이번 작품에서는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의 가해자로 오인되면서 악에 받친 연기를 펼친다. 날라리이긴 해도 결백을 주장해야 하는 상황을 연기하며 강하늘은 선인과 악인을 넘나드는 면모를 능수능란하게 선보인다.

이슈데일리는 8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강하늘과 영화 ‘재심’(감독 김태윤)에 대한 뒷이야기를 나눴다.




“그 사건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었어요. 방송에서 보여주는 것만으로 1차원적으로 판단하기 싫어서 다방면에서 찾아보려 했죠. 이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는 것만으로 출연에 긍정적으로 참여했죠. 실화를 안다는 건, 작품에 보다 흥미있게 참여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이 억울함 뒤에 뭐가 있을까에 관심이 많이 갔어요. 가해자가 따로 있는 거잖아요. 이면에 왜 이런 사건이 일어났을까 궁금증이 생기더라고요. 저는 세상에 악한 사람은 없다는 말을 믿어요. 그 분들 나름대로 정당성이 있었겠죠. 물론 그게 잘한 일이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지만요.”

‘재심’은 지난해 무죄판결로 화제가 된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작품. 사연 속 최 씨는 당시 15살이던 2000년 8월 10일 오전 2시 7분께 익산시 약촌오거리에서 오토바이를 몰고 가다가 택시기사 유모(당시 42) 씨와 시비 끝에 유 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고, 이후 항소심에서 징역 10년이 확정된 후 2010년 출소했다. 무려 10년의 복역기간을 모두 채우고 무고를 입증하기까지 16년이 걸린 이 끔찍한 사건의 주인공을 강하늘이 현우라는 역할의 이름으로 연기했다.

“제가 영화를 할 때 그 역할처럼 보이려고 최대한 노력하는 편이거든요. 이번에는 살을 빼는 게 맞는 것 같아서 다이어트를 했어요. 현우의 날선 느낌을 외형적으로도 표현하고 싶었어요. 부산 출신이어서 전라도 사투리가 어렵긴 했어요. 전주, 광주에 친구들이 있어서 ‘카톡’으로 제가 대사를 써주면 친구들이 음성으로 보내주는 걸로 배웠죠. ‘재심’에서는 사투리도 중요하지만 감정 전달이 특히 중요하다 생각하고 연기했어요. 영화에서 많이 맞기도 했는데, 이미 알고 선택한 부분이었어요. 감독님을 믿고 촬영했죠. 실제로 맞아서 오히려 다행이었어요. 그렇게 부탁하는 이유가, 실제로 남는 감촉이 있는 상태로 연기하는 게 실감나는 것 같더라고요. 차라리 맞는 게 편해요. 때리는 건 제가 마음고생을 더 하게 되는 것 같아서요. 재영이 형이 차지게 잘 때려주시기도 했죠.”

“굳이 연기 변신을 꾀하려고는 안 했고, 그 캐릭터가 필요해서 그만큼 연기한 것뿐이죠. 순박하고 착한 애가 억울한 누명을 쓴 것처럼 보이고 싶지는 않았어요. 조금은 악한 모습으로 그런 짓을 저지를 수도 있겠다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어요. 불량스럽게 보이려고 노력했죠. 머리에 브릿지 넣자고 제가 제안했고, 문신도 더 넣으려 했어요. 현우가 되게 날이 서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부정적인 에너지로 가득 찬 인물로 보이고 싶었죠.”




실화를 다루다보니 실존 인물 최 씨를 직접 만나는 과정 또한 경험했다. 당사자로부터 결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을 다시 끄집어낼 수 있다 보니 조심스러운 만남이었다. 촬영 현장에서 한창 현우를 연기하던 중에 최 씨가 방문해 만날 수 있었다고.

“첫 인상은 되게 풍채가 좋으시고 순박한 아버지 같았어요. 이 사건에 대해 최대한 말 꺼내지 않으려 노력했죠. 그 분이 지내온 10년간을 저는 체험해보지 않았는데, 그 이야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건방져보였어요. 최대한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려 했죠. 제가 연기를 하려고한 부분은 실화보다 시나리오에 충실하려 했어요. 실화를 가져오는 순간부터 마음속에서 많이 삐걱거릴 것 같았거든요.”

‘재심’에서는 그를 변호하는 정우와의 브로맨스 아닌 브로맨스를 보여주며 극을 이끌어나간다. 누명을 벗으려는 자와 누명을 벗기려는 자의 합이 뜨거운 희망으로 드러난다. 2015년 ‘쎄시봉’ 때 맺은 인연으로 친분을 쌓아 이번 영화에서 더욱 끈끈한 호흡을 맞출 수 있었다고. 무엇보다 실제 친분이 연기에 영향력을 끼친다고 여기는 강하늘이다.

“제 주변만 봐도 싫어하는 역할이면 서로 실제로 인사도 안하다가 연기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저는 실제로도 친숙해야 연기가 가능하더라고요. 정우 형이랑 연기하면서 좋은 점은, 호흡 맞추는 과정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뤄졌다는 거예요. (민)진웅 형도 너무 반가웠죠. 서로 얘기도 많이 했어요. 넘어졌을 때 팔을 아파하는 장면이 있는데, 진웅이 형이 제안해줬죠. 본드한 것처럼 손가락을 움직이는 장면도요. (최)정헌이라는 배우도 같이해서 좋았어요. 제일 친한 배우였어요.”

‘동주’(2016)에 이어 짠한 역할을 맡은 점에 대해서는 “이상하게 당하는 입장의 인물을 많이 연기하는 것 같은데, 제가 억울하게 생겼나 봐요.(웃음) 제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 중에 캐릭터 변신을 해야지 그랬던 적은 없었어요. 시나리오가 좋아서 참여했죠.”라고 말한다. 그가 연기하는 인물들은 선한 성품에 가슴 깊은 곳에서 감동을 이끌어내는 인물이 많다. 이는 실제 강하늘과 닮은 부분이 많다. ‘순수한 청년’ ‘미담의 아이콘’이라 불리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터.




“제가 마음이 맑은 건 진짜 모르겠고, 촬영 현장에서 다 같이 즐기며 하자는 생각으로 작업해요. 얼굴 찌푸리지 말자고 생각하는 거죠. 미담의 아이콘이요? 요즘 이미지 관리하기 힘들지 않느냐고들 하세요. 저는 되게 편하게 살고 있는데 주변에서 좋게 봐주신다고 생각해요. 어리둥절해요. 저 그렇게 착한 사람은 아니에요.(웃음) 제가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게 예의거든요. 그렇게 살 뿐인 거죠. 스트레스는 없어요. 나는 나로서 살면 충분하다고 여겨요.”

지난해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서 집중 조명 받은 강하늘의 진솔하고 곧은 성품은 이제 대중이 모두 파악한 바. 갖가지 미담이 쏟아지는 그를 향한 세간의 시선은 긍정적이다. 개인의 긍정적인 영향력이 배우로서도 유독 주목받는 이유가 아닐까. 충무로가 그토록 입이 닳도록 극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요즘에는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부정적인 건, 그렇게 생각할 때 부정적으로 된다고 생각해서 스스로 긍정적이 되려 해요. 부정적인 일을 만들면 피곤하잖아요. 그러다보니 주변 사람들이 저를 긍정적으로 대해주는 것 같더라고요. 우주론적으로 사람의 에너지는 돌고 돈다고 생각해요. 싫은 사람에게도 그렇게 대하려고 노력해요. 그 사람을 나쁘게 보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종교는 없지만, 성경 속에 이 말은 좋더라고요. ‘왼쪽 뺨을 맞으면 오른쪽 뺨을 내줘라’는 말이요. 세상사는 데 좋은 말이 아닌가 싶어요. 누군가는 바보 같다고 얘기할 수 있지만, 당하고 산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당하는 거라 생각해요. 제가 최근에 인스타그램에 직접 만든 팔찌 사진을 올렸는데, 거기에 ‘내가 부여하는 의미 말고 어떠한 의미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새겼어요. 최근 읽은 책에 있던 문구거든요. 지금 행복합니다.”

현장에서 ‘무한 긍정론’을 펼친 강하늘을 보고 있자니 한편으론 일찍 삶을 통달한 게 아닐까도 싶다. 그런 그에게도 힘든 순간이 있냐고 물으니 “슬럼프는 아니고. 좀 힘들었어요. 고민, 불확실성과 싸우는 게 연기자의 숙명이라는 얘기를 어떤 선배가 해주셨는데 그 생각이 문득 들더라고요.”라고 의외의 면모를 털어놓는 강하늘이다.

“행복에 대한 책을 많이 읽게 되더라고요. 제가 전혀 잘 했다고 생각이 안 들어서요. ‘동주’ 때 윤동주 시인님을 연기하는 게 많은 부담이긴 했어요. 매일 술을 마시기도 했고요. 이전부터 가졌던 고민이 ‘동주’ 때 터져 나온 거죠. 그 순간이 어떻게 보면 고마워요. 한 단계 나은 사람이 된 것 같아서요. 그 무렵에 주변에서 명상이 좋다고 해서 더 좋은 명상법을 찾다가 지금을 사는 법을 많이 배우고 있어요. 명상을 해보니 되게 행복하더라고요. 눈 감았다가 뜨니 느낌이 달라요. 지금도 여전히 고민이 많은데, 받아들이는 방법을 꾸준히 고민하고 나아가는 중이에요. 가끔 지칠 때도 있지만, 나름의 지침을 해소할 수 있는 게 계속 저 나름대로 재미있는 일들이 생기기 때문이라 생각하거든요. 6개월 정도 명상했는데 지금도 매일 하려 노력해요. 제가 원래 무에타이를 오래했거든요. 요즘에는 검도로 운동을 바꿨는데 그런 것도 재미있어요.”


(사진=오퍼스픽쳐스 제공)

 

한해선기자 churabb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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