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기획]'화려한 유혹', 막장드라마로 지적된 이유... '뜬금없는 전개와 개연성의 빈약함'
기사 등록 2015-10-12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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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소준환기자]'화려한 유혹' 1회와 2회는 50부작의 전초전을 알리는 회차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로 평가된다.
하지만 지난 5일과 6일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화려한 유혹(극본 손영목 차이영 연출, 김상협 김희원)'의 방송분은 산만한 구성과 급박한 진행으로 가득해 시청자들의 아쉬움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이는 제작진들이 극 중에서 신은수(최강희 분)와 얽힌 등장인물들의 관계를 효과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방편이었지만 바로 그 의도가 너무 조급한 나머지 '과유불급'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 풍성한 이야기와 방만한 이야기는 다르기 때문이다.
'화려한 유혹' 1회와 2회에 담긴 산만함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요소는 '플래시백'에 있었다. 플래시백(flashback)이란 영화와 드라마에서 과거의 화상을 나타내는 장면이나 기법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영상작품에서 플래시백을 사용하는 이유는 사건의 긴박감과 감정선의 밀도를 증폭시키기 위해서다. 사실 플래시백이란 적절하게 사용됐을 땐 극의 전개를 돕지만 빈번하게 사용됐을 땐 오히려 극의 혼란을 유발하는 '양날의 검'이다.
안타깝게도 '화려한 유혹' 1회와 2회에서는 플래시백이 부정적인 효과로 작용됐다고 보여진다. '화려한 유혹'에서는 신은수-진형우(주상욱 분)-강일주(차예련 분)의 어린시절을 드러내기 위해 플래시백이 활용됐다.
특히 '화려한 유혹' 2회에서는 플래시백이 이미 진행된 상태에서 다시 한번 플래시백되는 상황이 빈번하게 나타났다. 등장인물들의 어린시절을 그려내다가 그 어린시절에서 보다 더 어린시절로 플래시백하는 장면들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극 안에서 시제가 여러번 뒤엉키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일반적으로 탄탄하고 재미있는 드라마의 플롯에서 결코 유치함을 느끼지 않는다. 우리가 소위 지칭하는 '막장 드라마'에서 유치함과 함께 황당함까지 경험하게 되는 이유는 드라마를 이끄는 플롯과 개연성이 허술하거나 억지스럽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화려한 유혹' 1회와 2회는 '막장드라마'와 '일반드라마'의 경계를 위험천만하게 넘나들고 있는 형국을 띠고 있다.
그 첫번째 근거, '화려한 유혹' 2회 초반에서 아역 진형우는 옥상에서 간판이 떨어지는 큰 사고를 당할 뻔 했다. 이를 먼저 발견하고 피하라며 크게 소리친 건 아역 강일주였다. 문제는 강일주가 그 곳을 지나가야 될 개연성이 전혀 없거나 부족했다는 점이다.
이 장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아역 신은수와 진형우가 있는 공간에 마치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형우의 엄마와 아역 강일주가 타고 있던 차가 도착, 그 차에서 두 사람이 내리자 누군가의 행동에 의해 간판은 형우와 은수를 향해 떨어진다. 이를 본 아역 강일주가 외마디 소리를 외치고 이에 급박한 상황임을 눈치 챈 아역 진형우가 신은수를 낚아채며 은수를 구해줌과 동시에 파편이 박혀 대신 다치게 된다.
이는 스토리로서 충분히 흥미롭고 긴장감 넘치는 부분이지만 아역 강일주가 시기적절하게, 기막힌 우연의 일치로, 때마침 그 곳을 지나간다는 설정과 뜬금없는 전개이기에 작위적이라고 평가될 수 있다.

인과관계에 따르면 만약에 아역 강일주가 그 곳을 지나가지 않았고 또 간판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외치지 않았다면 아역 진형우와 신은수는 크게 다쳤거나 사망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이런 중요한 장면을 시청자들에게 어떤 황당함도 없이 수용하도록 만드려면 아역 강일주와 형우의 엄마가 탄 그 자동차가 그곳을 지나가야만 했던 개연성을 확보해서 그 지점을 미리 극을 통해 설명을 해줘야만 한다.
예컨대 사건이 일어날 그 장소에서 진형우의 엄마와 진형우가 만나기로 약속돼있다는 명확한 암시와 대사만 사전에 있었어도 시청자들은 이를 큰 무리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을 것이다. 앞서 언급된 사례가 보여주듯 개연성은 시청자들의 상상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제작진들의 노력과 고민을 통해 만들어져야 한다.
그 두번째 근거, '화려한 유혹' 2회의 중반부에서 강일주는 진형우의 부모님이 나누는 대화를 몰래 엿듣고 있었다. 그러다 '쿵' 소리와 함께 형우의 아버지는 밖에 누군가 있다는걸 알아챘다. 그렇게 형우의 아버지가 문 밖으로 수색하듯 나왔고 강일주는 벽 사이로 몸을 숨겼다. 이 장면에서 시청자들은 '강일주의 정체가 발각될 것인가'라는 긴장감을 가지고 장면을 지켜보게 된다. 문제는 형우의 아버지가 뜬금없이 '야옹'하며 나타난 고양이 한 마리에게 관심을 기울이며 이 모든 의심과 경계가 무마되면서 사건이 해결된다는 것이다.
이 장면이 황당하지 않으려면 개연성을 위해 앞서 고양이에 대한 일화들을 최소한 한 장면쯤은 확보해놨어야만 했다. 극 중 인물 중 누군가가 키우는 고양이라는 어떤 설명도 없이 하다못해 도둑고양이라는 정황도 없이 이런 전개가 진행되면 극의 긴박감은 타당성을 잃게 된다. 더불어 시퀀스가 전달하는 긴장감에 비해 그 해소과정이 황당하면 보는 이들에게 허탈감을 유발할 수 있다. 장면과 장면사이에 인과관계가 없거나 빈약할 때 대중들은 당혹감을 느낄 수박에 없기 때문이다.

많은 드라마 팬들은 앞으로 '화려한 유혹'이 탄탄한 개연성을 통해 극의 몰입도를 높여주길 기대하고 있다. 그러므로 '화려한 유혹'은 사건과 사건 사이의 인과관계에 더욱 신경을 써야만하며 시제에 대한 혼란을 줄 수 있는 과도한 플래시백을 자제해야만 한다. 이를 통해 '화려한 유혹'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드라마의 이해도와 몰입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막장 드라마'에 대한 어떤 사회적-법적인 정의가 존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대중들은 보편적으로 드라마에 개연성이 빈약하거나 사라졌을 때 그런 드라마를 '막장드라마'라고 부르고 있다. 그렇기에 시청자들은 '화려한 유혹'에서 앞으로 더 많은 개연성의 부족이 발견될 시 '화려한 유혹'을 '막장드라마'라고 평하게 될지도 모른다. 어떤 드라마든 시청자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개연성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화려한 유혹'이 회차를 거듭할 수록 부족한 개연성과 산만한 표현법들을 보완해 나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 = MBC 홈페이지, '화려한 유혹' 방송화면 캡쳐)
소준환기자 akasoz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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