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기획]韓·美·日 입시 풍경 그린 영화는? ‘명왕성’-‘불량소녀 너를 응원해’-‘죽은 시인의 사회’
기사 등록 2016-11-15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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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한해선기자] 다사다난했던 2016년, 시간은 빨리도 흘러 올해도 어김없이 그 날은 오고야 말았다. 오는 17일 2017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비로소 D-2 코앞이다. 매해 수많은 학생들과 학부모, 선생들이 올해 수능을 점쳐보며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달려왔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풍경은 아닐 터다. 유독 한국의 입시전쟁이 치열하다지만, 가까운 이웃 나라 일본부터 먼 나라 미국도 수험생들의 고충은 이루 말할 수 없겠다. 물론 입시전쟁에 뛰어들기로 마음먹기 전, 다양한 미래로 진출할 수 있는 선택지가 있었겠지만 말이다.
지금 시점에서 한창 밤잠 설칠 수험생들의 노고를 위로하고자 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 각개국의 입시 풍경을 그린 영화들을 되짚어보고자 한다. 이 영화들을 머릿속에 그리며 가장 먼저는 공감을, 그 다음으로는 위로가 됐으면 한다.

# 명왕성(2012, 감독 신수원)
스릴러 드라마 ‘명왕성’은 한국의 입시 풍경을 서슬 퍼렇게 그려내 강한 인상을 남긴 작품이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잔인함에 몸서리 쳐지는 이유는 이 영화의 사연이 오로지 그들만의 이야기가 절대 아니라는 점이다. 영화는 명문사립고 1등 학생 유진(성준)이 학교 뒷산에서 사체로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앞선 사건에서는 준(이다윗)이 유진의 학교로 전학 온 후 학교 내에 몇몇 학생들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비밀 스터디 그룹 ‘토끼 사냥’의 실체를 파헤치게 된다. 그리고 서울대 입학을 바라던 준 역시 자신도 그룹의 일원이 되기 위해 ‘토끼 사냥’이 제안하는 갖은 비열한 통과의례를 거치려 한다. 하지만 자신들을 소수 엘리트라 자부하는 그룹은 준을 일원으로 좀처럼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그는 우등생들의 숨겨진 추악한 본 모습을 차례로 세상 앞에 밝혀내며 이를 규탄하려 한다.
영화의 가장 첫 장면에서는 ‘죽고 싶을 때가 많다. 왜 어른보다 어린이가 자유시간이 적은지 이해할 수 없다. 물고기처럼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글과 함께 어느 자살한 초등학생 6학년의 일기 가운데 한 부분을 발췌해 보여준다. 그렇다. ‘명왕성’에서는 이제 막 열아홉인 미성년자들이 명문대 앞에 스스로를 성적별로 계층화하고 기준치에 도달하지 못하면 타인을 억압하고 무시하며 인간적인 삶의 욕구마저 거세시키는 꼴을 만든다. 명왕성은 2006년 국제천문연맹에 의해 태양계에서 퇴출당해 왜소행성이 된지 꽤 오래됐다. 태양계에서 가장 멀다는 것, 불규칙한 궤도와 그 궤도 형태가 완전한 원형이 아니라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명왕성은 여전히 그 자리에 특별한 존재로 남아있고, 태양계가 인간이 임의로 만든 논리에 따른 서열인 것처럼, 그 누구도 감히 신(神)을 자처하고 성적을 기준으로 누군가를 절대평가 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2015, 감독 도이 노부히로)
이웃 나라 일본의 실정 역시 한국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에서는 공부와 절대 담을 쌓은 사야카(아리무라 카스미)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학교에서 시행하는 정규 교육과정에 과감히 반발하지만, 나름의 노력으로 명문대에 입학하는 과정을 담는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어울리는 법을 몰라 따돌림 당한 트라우마가 있는 사야카는 이후 ‘친구’라는 관계를 형성해보기 위해 공부와 담 쌓은 아이들과 어울리며 학교에서 구제 불능 문제아로 낙인찍힌다. 초등학교 4학년 수준의 상식에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믿는 ‘뇌순녀’(뇌가 순수한 여자) 사야카는 문득 엄마의 권유로 들어간 입시학원에서 일본 최고의 대학으로 손꼽히는 게이오대에 진학하기로 마음먹고 학업에 매진하게 된다.
사야카가 일생일대 최고의 노력을 기울이기로 마음먹는 데까지는 입시학원 츠보타 선생(이토 아츠시)의 도움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우주의 긍정 기운이 죄다 모여 있는 듯한 츠보타는 모두가 두 손 두 발 다 든 카스미의 상식과 성적을 나무라지 않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학교 선생이 ‘1대 多’의 일괄적인 방식으로 학생들을 다룬 반면, 츠보타는 학생 개개인의 개성을 존중해 ‘1대 1’로 눈높이 수업을 진행했다. 사야카가 ‘불량소녀’로 치부되는 곳은 학교였다. 이 영화는 각자의 뇌구조가 다를 진데, 판에 박힌 수업 방식으로 학생들의 뇌를 복제인간처럼 채우려는 현재의 입시 관행을 비판한다. 특히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져 한층 감동적인 작품으로 남았다.

# 죽은 시인의 사회(1989, 피터 위어)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카르페 디엠!”(Carpe Diem!)을 설파하던 로빈 윌리엄스와 책상 위에 올라서서 “오 캡틴! 마이 캡틴!”(O Captain! My Captain!)을 외친 학생들의 모습은 뇌리에서 절대 잊히지 않는 명장면으로 남아있다. 이 문구를 인터넷상에서나 누군가의 프로필 상태 메시지 등으로 접해보지 않은 이가 있을까. ‘자유의 나라’ 미국에서도 보수적인 입장은 존재했고, 이는 전통, 명예, 규율, 최고를 모토로 하는 명문 웰튼 아카데미의 중추적 의식이기도 했다. 여기에 새 영어 강사로 부임한 존 키팅 선생(로빈 윌리엄스)은 첫 시간부터 “카르페 디엠”을 외치며 파격적인 수업방식으로 학생들을 일깨운다. 일단 책을 찢고 수업을 시작하는 존은 학생들이 학교라는 틀에서 벗어나 자연 등 장소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창의성과 감성을 키우길 원한다.
극 중 릴 페니(로버트 숀 레너드)의 사연은 참 씁쓸할 뿐이다. 페니는 아버지로부터 의사가 되길 강요받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한 우물만 팠지만, 어느 순간 배우로서의 꿈을 키우고 ‘한 여름 밤의 꿈’ 무대에 참여한다. 하지만 하버드대에 진학해 의사가 되라는 강압은 점차 커져만 가고, 이에 대항하는 방법으로 자살을 택한다. 주입식 교육으로 인간성이 황폐화 돼가는 현대 교육제도의 맹점을 고발한 피터 위어는 동시에 인본주의의 교육 방침을 상기시키는 것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영화 이후로 제 2의 페니, 제 3의 페니가 등장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는 순간이다.
(사진=‘명왕성’,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 ‘죽은 시인의 사회’ 포스터 및 스틸컷)
한해선기자 churabb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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