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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회 칸영화제] 이변인가, 아집인가? 수상이 불러온 논란

기사 등록 2016-05-23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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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성찬얼기자] 세계 3대 영화제로 매회 영화계의 척도를 보여주던 ‘칸 영화제’가 수상작을 발표하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영화제 기간동안 공개됐던 평가들에서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 아닌 호불호가 갈렸던 작품들에게 수상작의 영예를 안겨줬기 때문이다.

가장 의아했던 건 자비에 돌란 감독의 ‘단지 세상의 끝’이란 작품이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것이다. 심사위원대상은 황금종려상을 제하고 칸 영화제에서 가장 높은 상으로, 2003년에는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수상하기도 했던 상이다. 얼핏 보면 자비에 돌란의 ‘이름값’이 있기에 수상에도 큰 차질이 없어 보이기도 하다.

그러나 돌란 감독이 이번에 공개한 ‘단지 세상의 끝’은 평론가들에게 낮은 점수를 받았다. 공개 직후 ‘로튼 토마토’에서도 21개의 평론 중 14명이 혹평을 내렸다. 그런데도 칸 영화제는 돌란 감독에게 심사위원대상을 안겼다.

돌란 감독의 수상이 부적절하게 보이는 건 그동안 칸 영화제가 자비에 돌란 감독을 ‘편애’한다는 분석이 계속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첫 데뷔작 ‘아이 킬드 마이 마더’가 칸 영화제 감독 주간으로 초청된 이후 '하트비트' '로렌스 애니웨이' 모두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을 받았다. 심지어 67회 칸 영화제에선 '마미'가 최연소 장편 경쟁부문에 진출, 심사위원상까지 거머쥐었고 68회에서는 돌란 감독이 최연소 심사위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칸 영화제가 하필 그의 작품 중 가장 반응이 좋지 않은 ‘단지 세상의 끝’에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건 현장에서 야유가 나올 정도로 당혹스러운 행보였다. 젊은 나이에 과감한 미장센, 날카로운 주제의식을 절묘하게 표현해내며 팬덤을 모은 자비에 돌란 감독이라지만, 이번 수상만큼은 팬들조차 기대하고 있지 않았기에 의아해하고 있다고.

굳이 돌란 감독의 수상을 빼더라도 이번 칸 영화제의 논란 여지는 여전하다. 평론가들에게 유력 후보로 점쳐진 건 마렌 아데 감독의 ‘토니 어드만’이었다. ‘스크린 데일리’는 ‘토니 어드만’에게 평균 3.7점(4점 만점 기준)을 줬고, ‘르 필름 프랑세즈’에서도 6명의 만점, 6명의 3점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황금종려상은 켄 로치 감독의 ‘아이, 다니엘 블레이크’에게 돌아갔다.

또 크리스티안 문쥬 감독의 ‘바칼로레아’와 짐 자무시 감독의 ‘패터슨’ 역시 유력한 후보로 점쳐졌지만 문쥬 감독의 감독상 수상 말고는 어떤 성과도 내지 못했다. 비록 평론과 심사위원의 범주가 엄연히 다르다고 해도 다소 의문이 남는 것은 사실이다. 폴 버호벤의 ‘엘르’, 클레버 멘돈사 필로 감독의 ‘아쿠아리우스’ 역시 호평을 받았기에 68회 칸 영화제의 황금종려상 ‘디판(자크 오디아르, 에포닌 모멘큐 감독)’ 때처럼 시네필 사이에서 이견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고 있다.

4년 만에 칸 영화제를 찾은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는 아쉽게도 빈손으로 영화제를 마무리지었다. 그러나 ‘아가씨’는 필름마켓에서 176개국에 판매됐다. 이는 ‘설국열차(감독 봉준호)’가 167개국을 제치고 한국영화 최다 국가 판매량을 갱신한 것이다.

조지 밀러 감독의 심사위원장 임명, 한국 영화의 경쟁부문 초청 등으로 화제를 모았던 69회 칸 영화제는 이렇게 아쉬운 결과를 남긴 채 막을 내렸다. 아직 수상작들이 대중들에게 공개되지 않은 시점에서 왈가왈부하는 것도 섣부른 일일 수 있지만, 칸 영화제가 보여준 결과가 과연 대중들에게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사진=칸 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SNS]

성찬얼기자 remember_s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