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리뷰]‘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호불호 有에도 ‘필람’ 이유

기사 등록 2016-12-2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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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한해선기자]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에서 돋보인 메시지는 ‘다양성’과 ‘희망’이었다.

21일 오전 서울 성동구 행당동 왕십리 CGV에서는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의 첫 번째 스핀오프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감독 가렛 에드워즈, 이하 ‘로그 원’) 언론배급시사회가 개최돼 영화를 개봉 전 확인할 수 있었다.

‘로그 원’은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1977, 감독 조지 루카스)의 전편에 해당하지만, 감독과 배우, 스토리 모두 전혀 새로운 이야기다. 지난해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부터 그간 활약한 조지 루카스의 바통을 이어받아 J.J. 에이브럼스가 새 감독으로 나섰듯, 이번 시리즈에서도 또 다른 감독에게 신선한 드로잉을 맡겼다. 2014년 ‘고질라’로 이름을 알린 가렛 에드워즈다.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그리돼 기존 ‘스타워즈’ 팬들의 취향에서 벗어나지 않는 적정선이 관건이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관객 취향에 따라 호와 불호가 상충될 수 있는 결과물이다. 가렛 에드워즈의 ‘로그 원’은 제작 의도에 부응하는 것처럼 기존 ‘스타워즈’ 틀을 과감히 탈피한 시도가 곳곳에 보인다. 일단 실패확률 97.6%에 도전하는 핵심 주인공으로 여성 캐릭터 진(펠리시티 존스)을 내세워 시선을 끌어 모은다. 1977년부터 2014년까지 주인공 루크 스카이워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됐던 것에 반해 최고 임무를 띤 인물의 눈에 띄는 성별 전환이 올해 리메이크된 ‘고스트버스터즈’(감독 폴 페이그)를 떠올리기도 한다.

진은 아버지 겔렌(매즈 미켈슨)에게 부탁받은 중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여전사가 갖춰야 할 강인한 정신력과 액션을 모범적으로 보여준다. 여기에 ‘로그 원’ 팀의 정보 요원 카시안(디에고 루나)은 진의 도우미 역할로서 넘치지도 모자르지도 않게끔 적정 수준으로 활약한다. 하지만 히어로의 주축인 진과 카시안이 인상 깊을 만큼 매력적으로 비춰졌는가를 생각한다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로그 원’은 여성 주인공을 비롯해 ‘화이트’ 탈피의 다양한 인종 배치에도 신경을 썼다. 과거 외계인에 비해 활약이 약했던 동양인과 흑인의 역할 비중이 보다 높아진 것. 중국배우 견자단은 등장 초반부터 후반까지 톡톡히 제 몫을 다한다. 특유의 고난이도 무술 실력을 맹인 치루트 역을 통해 청각부터 예리한 감각으로 오감을 다해 액션을 소화한다. 대사의 절반 이상을 “나는 포스와 함께, 포스는 나와 함께”라 외치는 모습 때문인지 몰라도 ‘로그 원’에서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긴다. 그에 비해 베이즈 역의 강문은 각종 무기로 중무장했지만 그리 큰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 어린시절 부모를 잃은 진을 돌본 쏘우 역은 ‘버드’, ‘버틀러: 대통령의 집사’, ‘컨택트’로 유명한 포레스트 휘태커가 심도 있는 연기력으로 극의 무게 중심을 잡는다.




이번 편에서 R2D2와 3PO의 부재가 아쉬웠다면, 유머 감각이 프로그래밍 된 드로이드 K-2SO가 이를 대체한다. 3PO 만큼의 ‘폭풍 드립’까지는 아니더라도 극의 심오한 분위기를 순간적으로 환기시키는 활약을 한다. ‘겨울왕국’, ‘주토피아’, ‘모아나’ 등으로 생동감 있는 목소리 연기를 자랑한 알란 터딕이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유머를 이끌어낸다. 한편 스톰트루퍼보다 위협적인 데스트루퍼의 등장은 존재 자체로 공포감을 조성하기에 충분하다.

인물과 함께 배경에도 다양성에 초점을 맞췄다. 지금까지 행성의 지상으로 타투인의 사막지대가 주를 이뤘다면, 중동국가와 유사한 배경, 제국군 건설기지가 있는 열대행성 스카리프는 몰디브를 연상케 하는 아름다운 해변과 정글을 배경으로 해 이국적 풍광으로 만족감을 준다. 해변의 지상과 우주를 끊임없이 넘나드는 전투 장면은 다채로움은 물론이고, 시각적 확장성에도 힘을 실어 한층 스펙타클한 감각으로 남는다.

지난 ‘스타워즈’ 시리즈가 루크와 다스베이더 부자(父子)지간의 애증을 다뤘다면, 이번 ‘로그 원’에서는 진과 겔렌의 애틋한 부녀간의 애정으로 감동적 서사를 이어 받는다. 그 애틋함의 농도는 ‘인터스텔라’(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와 견주어볼 수도 있겠다. 이와 함께 뭉클한 부분은 ‘희생’을 감내한 ‘희망’의 추구다. 대서사시의 첫 이야기에 해당하는 만큼, 그리고 이전 시리즈에서 강조해온 메시지 ‘희망’을 ‘로그 원’에서도 놓지 않는다. 이는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긴장감 끝에 경쾌함 섞인 OST로 유추할 수 있다.

하지만 ‘스타워즈’ 팬들에게 이번 ‘로그 원’은 평이한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겠다. 일단 핵심 주인공들이 스테레오 타입을 너무 충실하게 따라 별다른 개성이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요즘 같이 작은 것 하나라도 독창성과 새로움을 추구하는 관객들의 입맛에는 충족시키기 어려워 보인다. 가렛 에드워즈가 취한 안정성이 불러온 딜레마다. 서사, 캐릭터, 스케일, 디테일 모두 아우르기에는 무리였던 듯하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볼 가치는 충분히 있다. 초중반 인물들의 서사와 전투를 설계하기까지의 장면들이 그리 큰 감동과 잔상을 주지는 않지만, 후반에 휘몰아치는 장시간의 우주-지상 전투장면은 말 그대로 화끈한 ‘블록버스터’, 아니 ‘플래닛버스터’의 장관으로 관객들의 갈증을 해소시키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러닝 타임 133분. 오는 28일 개봉.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한해선기자 churabb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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