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마음 속 '풀꽃' 한 송이를 피워 내는 배우 채정안

기사 등록 2016-06-25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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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이승규기자]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에 담긴 이 짧지만 강렬한 시어가 참 잘 어울리는 배우 채정안을 논현동 한 작은 카페에서 만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채정안의 이미지를 꽃으로 표현할 때 장미로 비유하곤 한다. 데뷔 초부터 아름다운 외모로 사람들의 시선을 단번에 빼앗은 그는 가요뿐만 아니라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연기자로서 자리를 잡아 왔기 때문이다.

이제는 ‘장미’라는 수식어 보단 ‘풀꽃’의 느낌이 더 어울리는 그는 삶이나 연기에 있어서 농익은 향기를 낸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딴따라’에서 여민주 역을 맡으며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채정안은 “드라마가 끝나고 처음 인터뷰를 시작하는 거라 굉장히 설레 입니다. 얘기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해요(웃음)”라고 답하며 말문을 열었다.

“이번 작품은 여민주라는 캐릭터에 채정안스러움이라 말 할 수 있는 유쾌함이 빨리 만날 수 있어서 좋았어요”라고 얘기했다. 극 중 민주는 석호의 오랜 친구로서 음반 투자사의 부장이다. 또 외모나 업무적 능력이나 부족할 것이 없어 보이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팬들은 민주에게서 배우 채정안의 실제 모습을 기대한다.

그는 이러한 보편적인 궁금증에 대해 “많이 다르죠. 태생부터(웃음) 그런데 저를 꿰뚫어 보시는 분들은 정이 많은 부분이 비슷한 것 같다고 말해요. 민주를 보며 친구를 잘 챙겨주고 위로해주는 부분과 의리를 지닌 점이 저와 닮아 있다고 생각했어요.”




채정안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믿음직한 친구. 나 역시 민주처럼 누군가의 친구이고 싶어요.”라고 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드라마에서 여민주는 딴따라 밴드를 지원해주는 멋진 부장님이자 석호를 든든히 지켜주는 친구이다. 실제로 이러한 ‘여사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 졌다.

“여민주 같은 친구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이제는 내 편만 남는 느낌인 것 같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이번 배역도 시작한 것 같아요.”라고 말하며 민주라는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또 “쿨 한 척을 지나치게 했던 것 같아요. 사실 오히려 쿨 하지 못한 게 애정 문제인데 말이죠.”라고 소신 있게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이후 딴따라 밴드에 대해서는 “이 친구들을 봤을 때 기존에 선배님들께 도움을 받았던 입장에서 이제는 후배들을 지원 해주는 입장으로 바뀌었지만 이것도 참 재밌었어요. 선배로서 잡아가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 힘든 부분이 많았어요. 그런데 지성씨가 옆에서 참 꼼꼼하게 어린 친구들을 잘 봐줘서 도움을 많이 받았죠. 저 역시 이 친구들과 함께 하며 배운 것이 많아요. 즐거웠습니다.”

이어 채정안은 선배 배우들과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희망을 내비치기도 했다. “집에서는 아들 같은 딸이에요. 그래서 모성애를 다룬 작품에 출연해보고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고현정씨가 가지고 있는 느낌을 좋아해요. 김혜자 선배님과도 연기를 같이 해보고 싶어요.”라며 배우로서 희망을 드러냈다.

평소 연기에 대한 욕심이 많은 그는 최근 ‘시그널’, ‘디어 마이 프렌즈’, ‘응팔’ 등을 보았다고 얘기하며 다른 배우들의 연기를 유심히 지켜볼 때 자신과는 다른 부분들을 발견하며 배워가는 것이 재밌다고 얘기했다.

커피프린스를 기점으로 연기에 대한 ‘여유’가 생겼다고 밝힌 채정안은 “예전에는 촬영장에 가면 겉도는 기분이었는데 이 작품을 통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더 강해졌어요. 덕분에 이후 작품에서는 연기도 자연스러워 진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연기관에 있어서 ‘소통’ 하는 연기를 하고 싶다고 밝히며 “저는 앞으로도 소통하는 연기를 해나가고 싶어요. 평소에 정이 많은데 눈물도 많아요. 상대의 감정을 느끼며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 ‘소통’의 의미이자 ‘예술’인 것 같아요.”라며 소신 있는 답변을 이어갔다.

“예능도 해보고 싶어요. 부지런히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여러 모습으로 관객과 만나보고 싶어요. 얼마전 정글북을 봤는데 성우도 해보고 싶어요.(웃음)”라고 말하며 밝은 미소를 보였다. 드라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에 대해서는 법정씬을 뽑으며 “하늘이 용서하는 장면을 보고 감동을 받았어요. 용서라는 큰 용기를 낼 수 있는 역할을 맡아보고 싶어요.”




말 한 마디 한 마디에도 자기 생각을 조리 있게 꺼내놓는 채정안의 모습을 보며 정호승 시인의 책 구절이 생각났다. 그를 ‘장미’라 비유한다면 장미 같이 아름다운 꽃에 가시를 품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가시 많은 나무에 장미 같은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배우 같았다.

“너무도 빠르게 찾아온 행운에 내가 하는 일이 어떤 것인지도 모른 체 무감각하게 지내온 것 같아요. 어떻게 즐거움을 찾아야 하는지도 모른 체 일만 했었죠. 지금은 여유가 생겨 저를 돌아보면서 ‘배우 채정안’에 대해 생각해봐요. 관심이 깊어졌다고 해야 할까”

그는 오히려 이른 인기가 위험 할 수 있다며 준비가 되지 않았을 때 찾아오는 성공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딴따라’를 통해 연예인들이 즐길 수 있는 하나의 ‘장’이 마련된 것 같아 즐거웠다는 채정안이 끝으로 ‘딴따라’를 꿈꾸는 20대 청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일지 궁금해졌다.




“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아야 하는데 고기부터 먹어서 복잡한 일이 생긴 것 같아요. 요즘 충무로에서 가장 큰 활약을 하고 브라운관을 주름 잡는 분들이 40대 분들이시거든요. 그들을 보면 정말 연기밖에 몰랐던 것처럼 살아온 것 같아요. 어려운 상황들을 잘 버텨온 것 이죠.”라 답하며 공감을 자아냈다.

또한 “자기 재능을 믿는 것과 잘 버텨내는 끈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분명 언젠가 ‘빛’을 볼 수 있는 날이 오거든요. 어릴 때 오는 성공은 인기와 돈이 찾아 올 수 있어요. 하지만 과정을 사랑하고 꾸준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은 돈으로 살 수 없는 ‘존경심’이 라는 것이 생기죠. 그런 것들을 길게 볼 수 있는 청춘들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청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이거에요. 네 마음껏 해.”

본인은 자유로운 사람인 줄 알았지만 이른 성공에 누구보다 자유롭지 못했다는 채정안은 해소할 부분을 잘 못 찾았던 것이 아쉬웠다고 말하며 앞으로 남은 날들은 남 눈치 안보고 내가 즐거워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며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칠 무렵 채정안은 ‘배려’의 뜻을 제대로 알고 있는 멋진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딴따라 밴드에 등장한 배우들을 한 명 한 명 칭찬하는 것은 물론 인터뷰동안 그녀가 가진 특유의 유쾌함과 소녀 같은 감수성으로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줬다.

너무 빠르지도 그렇다고 너무 느리지도 않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며 연기자로서 입지를 다져온 그녀는 잔잔한 풀 속에 피어나는 꽃 한송이 같다. 그래서 우리는 채정안을 자세히 보아야 한다. 그리고 오래 보아야 한다. 그녀가 가진 아름다움의 진짜 의미는 배려와 공감 속에 담긴 ‘소통’ 이라는 따뜻한 ‘마음’ 하나이기 때문이다.


(사진 = 더좋은이엔티 제공)

 

이승규기자 kyucrates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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