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기획] 1월, 비밀에 쌓인 파격 멜로 영화 세 편...‘얼라이드’-‘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여교사’

기사 등록 2017-01-06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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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안예랑기자]소문난 잔칫집에 먹을 게 없다지만 1월 극장가는 소문만큼이나 먹을 것도 많은 잔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영화로는 4일 개봉하는 코믹극, 차태현, 김유정 주연의 ‘사랑하기 때문에’(감독 주지홍)를 시작으로 현빈, 유해진의 ‘공조’(감독 김성훈)와 조인성, 정우성, 김아중이 함께 모여 무소불위 권력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더킹’(감독 한재림)도 18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여기에 ‘워맨스’ 영화의 시초격인 ‘델마와 루이스’(감독 리들리 스콧), 시리즈물의 명작 ‘반지의 제왕’(피터 잭슨) 등 이미 흥행성이 입증된 영화들이 잇따라 재개봉 소식을 알리며 많은 관객들이 극장가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1월 극장가에는 멜로 바람이 거세게 불 예정이다. ‘포레스트 검프’의 감독 로버트 저메키스와 배우 마리옹 꼬띠아르, 브래드 피트가 함께 작업해 많은 화제가 되었던 ‘얼라이드’를 주축으로 무겁고 침울한 분위기의 멜로 작품들이 잇따라 개봉한다. 4일 개봉한 영화 ‘여교사(감독 김태용)’와 19일 재개봉하는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감독 스티븐 달드리)’, 신기하게도 이 세 편의 영화는 ‘비밀’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인간의 감정을 심도 있게 풀어나간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때로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때가 더 아름답다. 속을 알 수 없는 비밀스러운 매력에 이끌려 따라가다 보면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더 큰 비밀과 마주하기 마련이다. 은밀한 이야기들을 안에 숨긴 채 관객들을 찾아온 이 치명적인 멜로 영화 세 편은 어떤 비밀을 담고 있을까.

# 얼라이드(감독 로버트 저메키스)

‘포레스트 검프’ ‘캐스트 어 웨이’ ‘플라이트’ 등의 작품에서 인간의 내밀한 심리를 건드렸던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이 의심하는 남자와 의심 받는 여자의 심리 갈등을 섬세하게 그린 영화 ‘얼라이드’로 돌아왔다.

세계 2차 대전, 영국 정보장교 맥스 바탄(브래드 피트)과 프랑스 스파이 마리안 부세주르(마리옹 꼬띠아르)는 독일 대사 암살이라는 무거운 임무를 띠고 부부로 위장한다. 임무 수행 중 그들은 서로에 대한 걷잡을 수 없는 끌림을 느끼고 진짜 부부가 된다.

전쟁이 비극이라고 생각했는데, 전쟁이 끝난 뒤 시작된 참담한 현실은 전쟁보다 더 많은 것을 잃으라고 말하고 있었다.

사랑하는 아이를 낳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던 맥스는 상부로부터 아내 마리안이 스파이라는 믿지 못할 얘기를 전해 듣는다. 남은 시간은 72시간, 그 시간 안에 아내의 무죄를 입증하지 못하면 자신의 손으로 아내를 죽여야 한다. 그럴 리 없다고 부정하지만 언제부터 아내가 이렇게 낯설었을까. 그들을 감싸고 있는 비밀이 드러날 듯 말 듯 서스펜스를 유지하며 서로를 향한 날카로운 눈빛을 거두지 않는다. 맥스는 숨겨진 비밀을 찾아낼 수 있을까.

#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감독 스티븐 달드리)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는 설정부터 파격적이다. 10대 소년 마이클(랄프 파인즈)과 30대 여인 한나(케이트 윈슬렛)는 육체적, 정신적 교감을 나누며 서로를 탐미한다. 그들의 사이에는 항상 책이 있었다. 마이클은 한나를 위해 언제나 책을 읽어줬다. 한나가 갑자기 사라져 버리기 전까지는. 몇 년이 지나고 마이클은 만나지 말아야 할 곳에서 그와 재회한다. 독일 전범들을 재판하는 법정에 한나가 앉아 있었다. 그리고 한나는 아주 사소하지만 커다란 비밀을 숨기기 위해 동료들의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종신형을 선고 받는다. 그는 도대체 무엇을 숨기고자 했던 것일까.

이 영화는 공교롭게도 ‘얼라이드’와 시대적 배경을 같이한다. 전쟁 이후, 모든 사람들이 평화 속에서 살았지만 정작 전쟁에 가장 가까이에 있었던 그들은 평화롭지 못했다. 두 영화 모두 실제로 일어났을 법한 얘기들을 담고 있어 현실성을 높였다. 하지만 ‘얼라이드’가 멜로에 무게를 둔 영화라면,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는 인물들의 성장에 더 초점을 뒀다. 무언가를 숨기고 싶었던 여자, 그리고 그 비밀을 덮어주고 싶었던 남자. 사소한 비밀 하나를 지키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고, 감옥에도 들어왔지만 결국 한나가 자신의 비밀을 떳떳하게 드러낼 때가 돼서야 한나와 마이클. 두 사람 모두 인격적인 성장을 하게 된다.

# 여교사(감독 김태용)

또 하나의 파격 멜로 작품이 왔다. 표면적인 내용은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와 비슷하다. 10대 제자와 선생님의 파격적인 로맨스를 그렸다. 하루를 무미건조하게 살아가는 비정규직 교사 효주(김하늘 분)는 우연한 기회로 자신의 자리를 치고 들어온 이사장 딸 혜영(유인영 분)과 자신이 눈여겨보던 제자 재하(이원근 분)의 은밀한 관계를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혜영에게서 재하를 뺏으려고 하면서 벌어지는 갈등을 담았다.

사실 영화는 파격 정사, 치명적인 로맨스보다는 정규직, 비정규직이라는 계급 문제와 한 여자의 내면 묘사에 더욱 중점을 두고 있다. 열등감이 가득한 여자가 생존을 위해서 욕망을 포기하는 과정을 그렸다. 욕망을 포기한 여자가 비밀에 다가서게 되면서 겪는 수치심, 자괴감, 후회 등 다양한 감정이 스크린으로 강하게 표출된다.

20년차 배우 김하늘의 연기 역시 일품이다. 무미건조한 삶을 살다가 재하를 만나면서 생기를 찾아가는 과정을 눈빛과 다양한 스타일로 표현해내며 관객들로부터 연일 호평을 받고 있다.

이렇게 세 영화를 연달아 보고 나면 한 가지 생각이 들지 모른다. 모든 비밀을 알게 되면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파격적인 멜로 안에 겹겹이 쌓여있는 갈등, 증오, 사랑 등의 감정을 잘 따라가다보면 비밀의 마지막이 행복인지 아니면 불행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1월, 가슴 깊은 울림과 여운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비밀 가득한 영화 세 편을 추천한다.

(사진=해당 영화 포스터)

 

안예랑기자 yrang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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