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오피스' 박성웅, '죽을 때까지 배우로 살고 싶다'

기사 등록 2015-08-20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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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소준환기자]박성웅은 재미있는 배우다. 세 가지 의미에서 그렇다. 그는 영화란 일단 재미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또 박성웅은 사석에서 탁월한 유머감각을 선보일 만큼 호탕하다. 더불어 그는 배우로서 새로운 역할 변신에 대한 열망과 흥미를 느끼고 있다. 그는 자신의 영화처럼 재미있는 배우인 셈. 실제로 만난 박성웅은 영화 속의 거친 이미지와는 달리 섬세하고 유쾌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미생의 스릴러 버전이라고 불려지는 '오피스(감독 홍원찬)'의 개봉을 앞둔 박성웅과 최근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나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오피스'에서 저는 최종훈 형사 역을 맡았습니다. 최대한 감정을 절제하고 자제하려고 노력했어요. 마치 '신세계'의 민식이 형처럼 냉철하면서도 방관적인 그런 캐릭터인 것 같았거든요. 근데 사실 저는 그동안 '신세계'의 이중구를 비롯해 '쎈 케릭터'들을 많이 했잖아요? 그랬을 때 '오피스'의 최종훈은 쎈 캐릭터가 아니라서 좋았어요. 악역의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도 있고 각양각색의 캐릭터를 소화하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왜냐면 그게 배우잖아요. 똑같은 하나의 범주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선택은 옳았다. '오피스'의 모든 장면들을 통틀어서 가장 코믹한 장면을 결국 최종훈이 해냈기 때문이다. 그 장면은 오직 박성웅이 연기했기에 웃길 수가 있었던 것. 이상할 것도 없는 건 "이렇게 생겼어도 아직 저를 총각으로 보는 사람도 많아요. 저는 이번 '오피스'에 같이 출연한 고아성씨한테도 절대 오빠라고 부르라고 강요한 적이 없어요(웃음)"라고 말하는 그의 유머센스 때문이다. 그는 관객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우선 기본적으로 도전 정신에 입각해서 생각하는 편이에요. 오죽하면 시나리오를 고사한 적도 꽤 있습니다. 그 이유는 스케줄이 겹쳐서 그런 적도 있었지만 사실 중첩된 캐릭터들 때문에 거절한 적도 많아요. 그만큼 배우로서 색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걸 중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역할만 잘하네? 가 아니라 이런 역할도 잘하네. 뭐 그런 식으로 다양한 연기를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은 차원이죠. 그래서 예전에 SNL에도 출연한 것처럼 차기작을 새로운 장르인 코미디나 휴머니즘이 있는 영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어요. 그리고 실제로 지금 코미디물의 시나리오가 한 개 들어온 상태입니다. 근데 아직 투자를 못받아서...(웃음) 아 이건 그대로 좀 써주세요. 투자자 여러분 이번 시나리오 재밌습니다. 제가 '개' 웃길 수 있습니다"

'신세계'의 이중구로 대중적인 입지를 다진 박성웅은 역설적이게도 평소 액션영화를 거의 보지 않는다. 그는 "예전엔 정말 좋아했는데 이제는 좀 식상해진 것 같아요. 오히려 잔잔한 멜로나 애절한 휴먼드라마 영화를 더 선호하는 편입니다. 의외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슬픈 영화를 볼 때도 많이 울어요"라고 얘기할 만큼 섬세하고 감성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다. 그런 박성웅이 차기작에서 해보고 싶은 장르는 "영화 '어바웃 타임'과 '인생은 아름다워'같은 감동적인 이야기"다. 그렇다면 그에게 이번 '오피스'는 어떤 의미의 영화였을까.

"저는 영화를 선택할 때 시나리오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캐릭터냐 시나리오냐 하나만 고르라고 가정해봐도 시나리오를 선택할 만큼 내용이 1순위라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오피스는 우선 내용이 너무 좋았습니다. 직장인들의 스트레스나 고통, 이런 현실적인 부분들을 스릴러라는 장르를 통해 잘 녹여낸 영화거든요. 장르적인 부분만 제외하면 사실 '오피스'는 많은 직장인 관객 여러분에게 통쾌함과 공감을 줄 수 있는 영화예요. 왜 회사 생활하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상사를 죽이고 싶다는 상상같은 걸 해보잖아요. 그랬을 때 '오피스'는 그런 감정들을 대변하는 역할과 함께 희열과 만족을 줄 수 있는 작품입니다"

'오피스'의 출연진들은 남다른 팀워크로 유명하다. 20년 넘게 차이가 나는 김의성과 고아성이 "서로 맞먹는 친구사이"라고 회자될 만큼 유쾌하고 끈끈한 동료애를 자랑한다. 또 '오피스'에 출연한 배우들은 스릴러라는 영화 속 내용과는 상반되게 "컷 소리와 함께 모두 개그맨으로 변신한다"라고 표현될 만큼 넘치는 유머와 활력이 풍부한 팀. 특히 박성웅은 "의성이 형은 막 던지는 개그의 최고봉이고 배성우는 변태 개그와 19금 유머의 황태자예요. 지금 성우 밑에 있죠? 어쩐지 변태 냄새가 스물스물 올라오더니만"이라고 농담을 던질 만큼 화끈한 친분을 공유하고 있다.

"사실 요근래 촬영하고 시사회 준비하느라 별로 휴식 시간이 없었어요. 그러다 최근 스케줄이 맞아서 오랜만에 가족들이랑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아들 녀석이 친구들을 워낙 좋아해서 상우랑 친한 친구네 가족 3팀하고 같이 갔는데 애들하고 열심히 놀아주느라고 쉬는 시간은 거의 없었어요(웃음). 스케줄 없는 날은 항상 상우랑 놀아주려고 노력해요. 가끔 촬영하다가 아들이랑 영상통화를 하면 짠할 때가 있거든요. 한참 놀고 싶은 나이인데 자주 못 놀고 그러니까"



어느덧 그에게서 거친 캐릭터는 느껴지지 않고 아버지로서의 자상함이 엿보였다. '카리스마 넘치는 박성웅도 아들 앞에서는 결국 따뜻한 아버지'라는 흥미로운 인상을 받았다. 또 그는 음악 취향 역시 "발라드를 비롯해 감성적인 노래들"을 좋아했다. 거칠고 쎈 이미지는 연기를 위한 표현이었을 뿐 휴머니즘을 중시하고 있는 박성웅에게 배우로서의 강점이 보였다. 배우에게는 인간에 대한 관심과 연민이 곧 연기력으로 승화되기 때문이다.

"만약에 아들이 어른이 돼서 내 영화를 한 편 추천해달고 한다면 '신세계'를 추천할 것 같아요. 저를 대중들에게 알려준 작품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번 '오피스'도 추천할 것 같습니다. '오피스'는 영화의 메시지도 좋고 새로운 캐릭터를 시도한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아버지가 이중구같은 연기도 할 수 있고 최종훈 형사같은 연기도 할 수 있다. 또 앞으로의 작업을 통해 각양각색의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였다. 그런 아버지였다. 이런 차원에서 앞으로 저의 배우로서의 행보도 펼쳐질 것 같습니다"



박성웅은 솔직한 배우다. 비겁하게 회피하거나 돌려서 말하는 법이 없다. 동시에 그는 섬세한 감성과 폭넓은 유쾌함을 가지고 있다. 이는 앞으로 그의 차기작을 기대케 하기에 충분하다. 더불어 박성웅의 고유한 카리스마와 휴머니즘은 이번 '오피스'를 통해 반드시 진면목이 드러날 것이라고 본다. 그는 배우로서의 꿈과 계획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죽을 때까지 배우로 사는 것. 진정한 배우가 되는 게 계획이자 꿈 입니다"


박성웅은 악함도 착함도 모두 어울리는 배우다. 그는 전작들을 통해 이를 증명해 왔다. 충무로에서 거친 캐릭터와 연약한 캐릭터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배우는 극히 드물다. 그게 박성웅의 장점이자 매력이다. 그가 마지막 날까지 자신의 꿈처럼 배우로 살아갈 수 있다면 그 이유는 박성웅의 연기를 향한 열망 때문일 것이다. 똑같은 이미지에 안주하지 않으려는 노력은 안일하지 않다는 뜻이기에. 또 기존의 캐릭터를 그저 답습하지 않으려는 도전이자 열정이기에. '배우는 항상 배우려고 하기 때문에 배우'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배우 박성웅, 그가 앞으로 관객들에게 어떤 필모그래피를 보여주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 = 고아라 기자)

 

소준환기자 akasoz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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