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휘 칼럼8] 다시 바라 본 윤종신, ‘창조적 시각의 그..’

기사 등록 2012-02-16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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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휘]가수가 소개하는 가수 이야기

▲여덟번째 이야기, ‘창조적인 시각’ 윤종신

다들 윤종신이라 하면 예능에서 비추어진 재미있는 캐릭터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맞다. 최근에는 ‘가수 윤종신’보다 ‘예능인 윤종신’으로서 더욱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허나 윤종신은 예능인이기에 앞서 가수다. 아니, 뮤지션이다. 필자가 윤종신이라는 이름을 처음 접하게 된 음악은 다름 아닌 ‘팥빙수’라는 곡이었다.

어린 시절. 친구 한명이 재미있는 노래를 찾았다며 내 귀에 이어폰을 꽂아주고는 혼자 박장대소하고 있었으나, 음악을 듣고 있던 내게는 적잖은 충격이었다.

지난 회에 잠시 언급한 적이 있듯이, 중학생 시절 나는 가요를 배척하고 외국의 록 음악만 골라 듣던 록 마니아였다. 하지만 분명 그 곡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진부한 소재나 뻔 한 내용이 아니라 팥빙수라는 생활 속의 소소한 소재를 주제로 삼았다는 점, 그 과정을 마치 눈으로 보는 듯 섬세히 그려낸 표현력, 또 후렴구에서는 팥빙수를 의인화하여 재밌게 표현해낸 점, 마지막으로 노랫말과 절묘하게 어울렸던 음악 편곡은 내 귀를 자극하기 충분했다.

이제는 후배의 입장이 된 나로서는 참 조심스러운 이야기지만, 어릴 적에 난 그의 가창력에는 의구심을 가졌다. 윤종신이라는 가수는 가수임에도 불구하고 노래를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윤종신을 잊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언젠가 우연히 김연우의 ‘이별택시’라는 곡을 듣게 됐고 역시나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분명 그 노래의 가사는 애절한 발라드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어울리지 않는 엉뚱한 어휘들로 구성돼 있었다. 허나 이상하게도 그것이 더욱 사실적이고 애절하게 다가왔고, 난 ‘이별택시’의 작사가가 누구인지 알고 싶었다.

곧바로 검색하여 그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었다. 그렇다. 놀랍게도 그 곡의 작사가는 다름 아닌 윤종신이었던 것이다. 그 후 난 윤종신이라는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조사하기 시작했으며, 머지않아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가수이기 이전에 뮤지션이라는 것을. 그것도 아주 놀라울 만한. 그렇게 그에게 반했다. 윤종신의 독특한 세계에 빠져들게 됐고, 그의 표현력을 공부하게 됐다.

그가 사물이나, 세상을 보는 관점은 범인의 그것과는 아주 판이했기 때문이다. 그리해 지금의 나는 가사를 쓰기 전에 언제나 또 한명의 윤종신이 된다.

항상 새로운 것을 갈망하고, 쉽게 지나쳤던 소재들을 다시 한 번 돌아본다. “발라드에 한정될 수밖에 없는 진부한 주제를 어디에 어떻게 대입하여 새롭게 표현해 낼 수 있을까?”, “아직 사용되지 않은 새로운 소재가 있을까?” 라는 의문을 갖고 가사를 써본다.

그렇게 나 또한 버스, 횡단보도, 끝말잇기 등의 소재를 사용하여 작사해보기도 했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고 아쉬운 점이 많지만, 그나마 새롭게 가사를 쓸 수 있는 것은 모두가 그 덕분이다. 이러한 사고의 시작이 바로 그였기 때문이다.

이제 그의 음악에 다시 귀 기울여보길 바란다. 음악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닌, 그의 사물을 바라보는 창조적인 시각과 도전정신, 그리고 그것을 과감히 적용하는 자신감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정리=최준용기자 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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