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사회’ 이지승 감독 “피해자 가족에 카타르시스 주고파”

기사 등록 2012-10-09 18:55
Copyright ⓒ Issuedaily. 즐겁고 신나고 유익한 뉴스, 이슈데일리(www.issuedaily.com) 무단 전재 배포금지
HJE_7093.jpg

[이슈데일리 양지원기자]‘색즉시공’, ‘낭만자객’, ‘청춘만화’, ‘해운대’, ‘통증’ 등 다수의 작품 속 프로듀서로 이름을 알린 이지승. 그런 그가 자신이 직접 메가폰을 잡은 영화 ‘공정사회’로 관객들과 만날 채비를 마쳤다.

‘공정사회’는 성폭행 당한 10세 여아의 어머니가 직접 범인을 찾아 응징하는 내용을 담았다. 비현실적이지만, 경찰의 부실수사와 남편의 무관심 속에 ‘아줌마’로 불리는 어머니가 기어코 범인을 잡는 모습은 관객들에게 묘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이 영화는 제 17회 부산 국제 영화제 ‘한국 영화의 오늘’ 섹션에 초청됐다. 자신의 처음으로 연출한 작품이 세계 영화인의 축제에 초대된 만큼 이지승 감독의 표정은 무척 밝았다.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중심적인 인물은 단연 장영남이다. 극중 그는 딸을 위해서라면 어떤 위험도 감내하는 ‘아줌마’로 열연을 펼친다.

“장영남 씨 만한 인물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 분이야말로 이 ‘아줌마’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죠. 또 ‘통증’에서 장영남 씨 분량이 통편집 됐거든요. 그 때 너무 미안하기도 했고, 워낙 탁월한 연기력을 지닌 분이잖아요. 제가 장영남 씨에게 ‘도전 정신을 가지고 해보자’고 제안했죠. 저도 감독으로서 제 능력을 시험해 볼 테니 장영남 씨도 ‘원탑’ 주연으로 한 번 해보자고 했어요.”

실제로 수많은 작품 속에서 간담이 서늘할 정도로 무서운 연기력을 선보인 장영남. 하지만 이 감독이 본 스크린이 아닌 작품 밖 그의 모습은 ‘소녀’와도 같다.

“정말 소녀 같은 분이에요. 제가 제안을 하고 나니 다음 날 저에게 문자 피드백이 왔어요. ‘감독님 정말 너무 하고 싶어요. 과연 제가 할 수 있을까요’라고요. 아무래도 ‘원탑’인 작품은 처음이니 떨리셨던 거죠. 열기와 에너지가 가득하신 분이에요. 첫 장면 범인와의 격투신도 더 리얼하게 가겠다고 고집했을 정도니까요.”

영화의 촬영 기간은 굉장히 짧았다. 단 15일 동안 이 감독은 배우들의 촬영 분량을 모두 마쳤다. 장영남, 마동석, 황태광, 배성우 등 선 굵은 연기력을 지닌 배우들은 개런티를 받지 않고 참여했다.

“영화의 예산은 5천만원 밖에 되지 않아요. 영남 씨나 동석 씨나 저와 함께 작업했던 분들이었죠. 저는 두 분에게 ‘부탁’을 했어요. 두 분 모두 흔쾌히 승낙했고, 워낙 다작에 출연하시는 분들이니만큼 그 분들 스케줄에 제가 맞춰야 했죠. 연기를 잘하는 분들이라 약속대로 총 9회차만에 모든 촬영이 끝나더군요.”

그는 이어 “배우들도 배우들이지만 황우석 촬영 감독을 비롯해 스태프들의 실력이 워낙 출중했다”며 작품을 함께 한 모든 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극중 ‘아줌마’를 돕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경찰은 제자리만 맴돌며 부실수사를 이어가고, 하나 뿐인 ‘스타병’ 중증환자 남편은 외도와 자신의 유명세를 유지하느라 바쁠 뿐이다. 결국 ‘아줌마’가 공정한 법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 ‘아줌마’는 최악의 수단을 택하게 된다. 이처럼 점점 무섭게 변해가는 ‘아줌마’의 모습은 ‘악마를 보았다’의 수현과도 닮았다.

“결국 사회가 한 인간을 어떻게 망가뜨릴 수 있는지 보여주는 거죠. 정말 미치고 싶은 일이 발생한 거잖아요. 누구라도 그 상태 그 ‘아줌마’라면 순간적으로 괴물이 되지 않겠어요? 사회에 대한 비판도 있고 범인에 대한 복수도 담았죠.”

movie_imageCA0YUDBJ.jpg


이 영화는 부산국제영화제에 이어 미국 위스콘신 영화제에 초청됐다. 출품명은 ‘AJOOMMA(아줌마)’로 ‘아줌마’의 의미를 모르는 외국인들에게는 생소하게 느껴진다. 이 감독은 ‘아줌마’라는 고유 명사를 통해 모성애가 얼마나 대단한 힘을 지녔는지 느끼게 하고 싶었다고 했다.

“아줌마가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 해외 많은 분들이 아시길 바라요. 우리나라에서만 있는 고유명사잖아요. 아줌마라는 단어가 생소한 만큼 영화에 스며들어 있는 의미는 더욱 강력하게 전달되지 않을까요.”

하루가 멀다 하고 흉흉한 범죄가 일어나는 우리 사회에서 이 감독이 관객들에게 전하고픈 메시지는 무엇일까. 영화의 전체적인 내용은 가볍지 않지만, 결코 잔혹하거나 반감을 일으키는 장면은 없다.

“순전히 피해자 가족의 입장에서 만든 영화에요. 거대한 메시지를 담지 않았죠. 저는 리얼리즘을 개인적으로 싫어해서 표현적으로 관객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생각했어요. 그래서 범죄 행위가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죠. 굳이 리얼하지 않아도 영화적인 광경을 표현할 수 있잖아요. 현실적으로 ‘아줌마’가 범인을 잡고 복수하는 것은 힘들죠. 이 ‘아줌마’의 모습을 통해 피해자 가족에게 안도와 카타르시스를 주고 싶었어요.”

 

양지원기자 jwon04@

 

기사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