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막장 '지못살', 그래서 의미있네?

기사 등록 2011-10-12 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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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박혜정기자] # 자극적인 드라마에 익숙한 시청자들에게 외면받은 '지못살 '이제라도 빛 볼까?

탄탄한 스토리와 훌륭한 배우들의 연기력의 드라마라도 시청률이 언제나 좋은건 아니다. 방영하는 시점이나 여러가지 외부요인들에 의해 웰메이드 명품 드라마도 시청자에게 외면 당할 수 있다. MBC 수목드라마 ‘지고는 못살아’(이하 지못살)가 그 중 한 예다. MBC '지못살'은 13일 방송분이 7.8%의 시청률로 수목극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래도 이 드라마가 의미있는 이유가 있다.

'지못살'은 시청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는 휴먼 스토리다. 구성도 짜임새가 있다. 최지우, 윤상현 등 주연급들의 연기력은 물론 조연으로 등장하는 조미령, 김정태, 조정구, 주진모, 가득희 등의 연기도 흠 잡을때가 없고, 여기에 중견배우인 박원숙, 김자옥 등의 연기력은 논란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압권이다. 그럼에도 '지못살'은 못뜨고 있다. 왜?

# 시청률 확보하는 '신데렐라 아줌마' 드라마 공식이 없다.

'지못살!'은 변호사 부부가 이혼하면서 발생하는 에피소드를 따뜻하고 가벼운 터치로 엮어간 로맨틱 코미디다. 사랑하고 있지만 자존심 때문에 이혼까지 하게된 은재(최지우 분)와 형우(윤상현 분)의 결혼생활을 현실적으로 담담하게 풀어가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들은 상대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배려하면서 자기 스스로도 치유해가는 과정을 매우 설득력있게 펼쳐가고 있다. 여기에 이혼전문 변호사인 이들 부부가 소송을 맡긴 의뢰인들에게 '용서와 화해'를 주선하면서 또 다른 감동스토리로 연결돼 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못살'에는 잘 나가는 드라마에 꼭 있는 '신데렐라 아줌마' 공식은 나오지 않는다.
문제가 있는 남편으로 인해 아내는 과감히 이혼을 선택하고, 이때 아내 앞에는 잘 나가는 제벌집 2세가 구애를 하고 마침내 그는 '백마 타고온 왕자'와 제2의 인생을 산다는 꿈같은 현실이 '신데렐라 아줌마 공식'인데 이같은 허왕된 드라마 공식을 거부한 것.

현실에선 이루어지기 힘든 이같은 스토리를 아줌마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시청률을 높이겠다는 '얄팍한 시청률 상술'을 이 드라마는 완전 배제했다. 주부들이 주된 시청자인 안방극장의 시청률을 잡기 위해 준비한 이같은 공식을 거부함으로서 '지못살'에는 드라마틱한 반전 대신 이혼한 후에 일어날 수 있는 변화들이 빼곡히 채워져 있다.

# 자극적인 막장드라마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의 기호탓

이와함께 이 드라마는 출생의 비밀, 불치병, 삼각관계 등 얽히고 설킨 막장드라마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또 드라마에 꼭 있는 우연이 겹치는 일도 없다. 이혼하면서 겪게 되는 후회와 아픔을 잔잔하면서 애잔하게 풀어감으로써 '자극'에 강한 내성을 보이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지고 있다. 이로인해 극적인 반전 보다는 이혼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평범한 일상으로 승화시켜 풀어나가고 '진정성의 묘수'를 보여줬다.

# 우리 모두에게 일어날수 있는 일

실제로 드라마 초반 최지우와 윤상현의 부부싸움을 지켜보면서 "꼭 우리집 이야기 같다"고 공감하는 주부들도 많았다. 시청자들은 드라마 속 최지우와 윤상현의 모습을 보면서 결혼한 상대방이나 혹은 결혼할 상대자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깨달아가고 있다. 많은 시청자들은 '남의 이혼하는 과정을 보다보면 나의 문제가 보이지 않을까?" "이혼을 생각하면 꼭 이 드라마를 한번 보라"는 의견들을 올리고 있다.

많은 시청자들은 이제부터라도 자극적인 드라마보다는 따뜻하고 서정적인 드라마에 관심을 가져보라고 말한다.
한 시청자는 "막장에 익숙한 시청자들에게 드라마틱하지도 않고, 반전도 없는 '지못살'이 남은 방송분에서 얼마나 어필할수 있을지 걱정된다"며 "다만 잊고 있었던 서정적인 감성을 잔잔히 이끌어 내는 이 드라마로 인해 우리의 아픈 상처와 아픔도 조금이나마 치유해졌음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못살’은 5.9%(2011.10.6TNms제공)의 시청률로 높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따뜻한 드라마로 공감을 이끌어 내겠다는 처음 기획의도만 잘 살린다면 그것으로 '만족'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같은 호응과 호평이 대세를 이루면서 당초 16부작으로 예정되었던 이 드라마는 방영 횟수를 4회 더 연장, 총 20부작으로 마무리된다. '지못살'이 요즘 드라마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박혜정기자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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