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칼럼- 정태호 '개콘 24시'] 2부. '용감한 남자'

기사 등록 2012-10-26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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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조정원기자]KBS2 '개그콘서트'의 많은 코너 중에 위험하면서도 스릴 있는 코너는 단연 '용감한 녀석들'이다. 정태호 박성광 신보라 양선일 등 네 사람은 방송에서는 듣기 힘든 발언들을 던지며 보는 이들로 하여금 묘한 쾌감을 선사한다. 각각 담당한 파트에서 던지는 이들의 발언은 어찌 보면 위험한 퍼포먼스처럼 보일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의 발언과 행동에 대해 확대 해석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정태호가 직접 ‘용감한 녀석들’의 탄생 스토리와 코너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 편집자 주.


# '용감한 녀석들', 처음에는 용감하지 않았다?


"'발레리노'도 끝났는데 뭔가 새로운 것이 없을까? 그것도 나름 성공한 코너였는데..."

출연했던 코너가 끝이 나면 언제나 하는 고민이었다. 모든 개그맨들이 겪는 고민이겠지만, 나 역시도 이러한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번에는 관객과 호응할 수 있는 코너를 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의도를 담기 위해서는 내가 감독이 돼야 했기에, 열심히 머리를 쥐어짜고 또 짜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결론은 '노래로 개그를 하는 게 어떨까'라는 것이었다. 호응을 이끌어내는 장르로 힙합을 선택하고. 그리고 본격적인 콘셉트 구상에 들어갔다.

초기 아이디어는 힙합으로 점을 봐주는 ‘힙신’이었다. 랩을 하면서 점을 봐주는 형태였다. 검사를 맡기 전에 극장에서 한 번 선을 보였는데 반응이 매우 좋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재미있는데 뭔가 부족하다'는 말도 해줬다. 충고를 바로 받아들이고 계속 변화를 시도하는 중에 보라가 다른 사람과 하는 코너를 보면서 '저 캐릭터 좋겠다'하는 생각이 확스쳐갔다. 보라의 그 캐릭터가 너무나 욕심이 났다. 감독님도 그렇고 다른 멤버들도 같은 의견이었다.

결국 보라의 음악적인 재능과 성광이의 귀여운 말썽쟁이 캐릭터, 선일 선배의 착한 이미지, 덩치가 커서 진행을 하거나 이끌어 나가기에 적당한 내가 뭉쳐서 '용감한 녀석들'이 결성됐다. 다른 두 사람의 공은 물론이지만, 보라가 합류했기 때문에 우리 팀이 안정감을 가질 수 있었다. 이로인해 개그맨인 우리가 '뮤직뱅크' 무대도 서보고, 대학 축제에 가서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된 것 같다. 아마 개그 인생에 있어서 지금까지 가장 많은 경험을 안겨다 준 코너가 바로 '용감한 녀석들'이 아닌가 싶다.

그렇게 열심히 준비했던 '용감한 녀석들' 첫 회. 나는 대통령 이름 말하기, 성광이는 서수민 PD 외모 지적하기, 보라는 타 방송사 언급을 했다. 성광이와 보라에 비하면 나는 첫 단추부터 잘못 채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통령을 들먹였으니 말이다. 여기서 더 얼마나 용감한 발언을 해야 하는 걸까, 걱정이 태산이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난 용감한 것과 거리가 멀다. 사회적인 문제나 정치에 관해서도 문외한이다. 아직도 그 부분에 있어서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가장 용감한 모습을 보여야 하는 사람이 사실은 용감하지 않다니...참 아이러니 하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내 자신은 물론이고 팬들도 재미를 느끼는 것이 아닐까? 물론 요즘에는 사회적인 이슈가 무엇인지 찾아보게 된다. 난 선동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저 사회적 이슈가 되는 일을 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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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고 일어났더니 고소 위기?

'용감한 녀석들'이 안겨준 다양한 경험에는 '고소 위기'도 포함돼 있었다. 어느 날 자고 일어났더니 내가 고소를 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누구에게 원한을 사거나 잘못하면서 산 적이 없었던 터라 깜짝 놀라 기사를 얼른 확인해봤다. 선거법 위반? 기사를 읽어보니 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선거관리위원회에서도 크게 문제가 되는 내용이 없다고 해서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같은 것들은 '용감함'을 위축시킬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가 누군가? 용감한 녀석들 아닌가? 그래서 더욱 용감해지고, 과감해지려고 했다.

많은 의견들 중에 '이슈거리를 만들기 위해서 코너를 짜느냐'고 하는데 그렇게 봐주지는 않으셨으면 좋겠다. 단지 어느 한 쪽이 아닌 모두가 토론할 수 있는 주제를 건넬 뿐이다.

군대 이야기도 마찬가지였다. 우리가 일부러 군대 비하 발언을 할 리가 없지 않은가. 우리도 개그를 방송에 내보내기까지 많은 회의와 검사를 받는다. 위험 부담이 큰 개그를 관계자들이 쉽게 허락할리 없지 않는가. 설령 그런 일이 있다고 해도 주변에서 말리는 상황이 더 큰 풍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동안 사회 풍자적인 코너들은 많이 있었다. 선배 개그맨들도 그러했지만, 대외적으로 이슈화 되지 않았던 것뿐이다. 지금은 그냥 개그는 웃음을 자아낼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 코너를 놓고 봤을 때 풍자를 하면서도 웃음까지 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할 뿐이다.

어느 순간 '용감한 녀석들'이 무거워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팬들도 요즘은 우리가 무언가 알려줄꺼다라고 생각하며 메시지를 들으려고 한다. 우리가 막상 용감하지 않은 모습을 보이면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서 못하나?'라는 생각도 한다. "오늘은 '용감한 녀석들'이 무슨 이야기 했데?"라는 반응도 나온다. 그럴때면 매우 기분 좋다.

여러 번의 일이 있고 난 후 과연 '나는 어느 편일까'라는 생각도 해봤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난 어느 편도 아니다. 그냥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좋은 쪽으로 흘러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을 뿐이다. '용감한 녀석들'의 의도를 방송에서 구구절절 설명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한다면 용감하다고 할 수도 없는 일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나를 비롯한 '용감한 녀석들' 멤버들은 소재가 생기고 이슈가 된 일들을 이야기 하는 것이지, 찾아가면서 풍자를 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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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일 선배 없으면 '용감한 녀석들' 시작도 없다

가끔 '용감한 녀석들' 멤버들 중 선일 선배의 역할과 비중에 대한 의문점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우리 코너를 본 사람들이라면 잘 알 것이다. 처음 시작을 누가 하는지. 선일 선배가 나와서 고민거리를 내놓지 않으면 우리 이야기는 시작되지도 못한다. 착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선일 선배가 하소연을 하면 그때부터 우리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말이 나온 김에 한 마디 더 하자면, 막상 화면에서는 비춰지지 않지만 내용은 선일 선배의 아이디어일 때도 많다. 아이디어 회의를 할 때도 선배가 더 했으면 했지, 덜 하지는 않는다.

아울러 '개그 콘서트'의 각 코너를 맡고 있는 개그맨들도 모두 열심히 한다. 아이디어가 잘 나오고 통과를 빨리 하면 조금의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는 것이지, 방송이나 행사 스케줄을 제외하면 일주일의 대부분을 아이디어 회의를 위해 쓰고 있다.

화면에는 항상 밝은 모습의 개그맨들의 숨겨진 고충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또 다들 자신이 맡은 코너의 대표로 나온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하는 마음이다.

개그맨 정태호라는 인간은 '용감한 녀석들'에서처럼 용감하지도 않고, 정 여사처럼 물건을 잘 바꾸지도 못한다. 오히려 나와 전혀 다른 캐릭터를 하고 있어서 더 즐겁게 임할 수 있는 것 같다.

인간 정태호는 바르게 살고 싶은 마음에 재미없는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팬들에게 항상 새로운 모습을 보이고 싶은 마음, 그로 인해 웃음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용감하지 못한 남자' 정태호이기 때문에 조금씩 용기를 내면서 더 용감해 지는 것이 아닐까? 오늘도 나를 비롯한 '용감한 녀석들' 멤버들은 어떤 용감한 발언을 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오늘도 방송에서 우리의 용감함을 보여주기 위해 '오케이' 사인을 받을 때 까지 회의는 계속 된다.

다음 편에서는 인간 정태호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한다. 서른한 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개그맨에 들어섰던 사연과 개그맨의 숙명, 앞으로의 꿈을 공개할 계획이다. 조금은 진지한 정태호의 모습, 많은 관심과 기대 바라면서...


"우리가 누구?"

- "용감한 녀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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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나는 개그맨이다'로 이어집니다>


글 : 정태호
편집 : 황용희(이슈데일리 국장)

 

조정원기자 chojw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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