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조진웅 "'해빙' 변승훈, 계산해 연기할 수 없었다"

기사 등록 2017-03-0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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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유지윤기자]선이 굵직하고 강직한 연기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조진웅. '해빙'에서 지독한 예민함을 가진 내과 의사로 분해 영화 속 구심이 됐다. '해빙'은 배우 조진웅에게 힘들었지만 신나는 작업이었다. 대사나 몸짓으로 캐릭터를 표현하기보다는 내면에서 롤러코스터를 타듯 미끌어 떨어지는 감정의 변화에 신경 썼다. 만나기 힘든 계산할 수 없는 캐릭터이기에 조진웅은 더 소중했다.

그런 점에서 계산할 수 없는 캐릭터와 명확한 답을 가지고 있는 이수연 감독과의 작업은 조진웅을 현장에서 신이 나게 만들어줬다.

"감독님이 많이 열어주셨어요. 본인이 연출만 했더라면 쉽지 않았을텐데 직접 집필을 하셨기 때문에 확실히 답을 주세요. 단순하게 저는 연기를 할 때 상상할 수 있는 부분이 별로 없었어요. 여러가지 상황들이 승훈에게 끼치는 영향을 공간에서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우선이었어요. 리액션들을 계산하고 갈 수도 없었고요. 감독님에게 '저는 이럴 것 같아요'라고 말은 하지만 '이럴 겁니다'라고 확신은 못해요. 그러다가 감독님과 저의 지점을 만나면 행복해요. 대화로서 도출할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었어요. 짜여진 것들이 카메라 돌아가고 몰입하는 순간에 다 무시가 돼요. 신기한 건 팀들이 그걸 다 이해하고 있는 거죠. 저희는 그렇게 작업을 했어요. 예상하거나 계산하지 않고요. 배우로서는 흥미진진한 쇼트들이 매번 이뤄지니까 이런 캐릭터를 또 만날 수 있을까 재미있었어요."

조진웅의 말처럼 현장에서 매번 다른 상황과 상대 배우의 연기에 따라 달라지는 변승훈을 연기해 내야한다면, 부담감에 스트레스로 오지는 않았을까.

"그런 과정일 걸 누구보다 서로가 더 잘 알았기 때문에 가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감독님과 충분히 이야기를 했어요. 상대 배우들의 온도도 모르고, 가서 해결하는 수 밖에는 없는걸요. 백날 이야기해봤자 답이 없어요. 블록버스터는 여기에서 CG가 있고 폭탄은 여기서 터지면 반응은 이렇다라고 계산할 수 있는데 저희 '해빙'은 그럴 수가 없잖아요. 답답할 수 있는데 충분히 시그널들이 있었어요. 공간이 이야기해주는게 있어요. 공간이 주는 설정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촬영은 주로 변승훈의 원룸, 상근의 정육점, 변승훈이 일하는 내과에서 이뤄졌다. 특히 변승훈의 원룸과 상근의 정육점에서는 1인, 혹은 2인으로 이뤄져 마치 연극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조진웅 김대명이 서로의 의중을 파악하려 주고 받는 호흡들은 긴장감을 배가시키기 충분했다.

"집중이 되는 공간이 있으면 배우는 상당히 신이나요. 저는 이번에 흠뻑 즐겼습니다. 대부분 그렇게까지 집중이 잘 안돼요. 철저하게 외톨이 공간을 구현해내서 더 집중하기 용이했죠. 과정은 힘들어서 두 번 다시 하고 싶진 않지만 순간의 쌓아왔던 것들은 재미있게 연기했네요."

'해빙'에서는 신구가 처음으로 악역을 연기했다. 주말드라마와 미니시리즈를 통해 선배 배우들과 많이 연기를 해왔던 조진웅은, 이번 신구와 함께한 시간들이 "경이롭다"라고 말하며 존경심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일평생을 연기만 하며 지금의 영화계, 드라마계를 일궈논 선배 배우들에 대한 예우도 조금 더 깍듯해질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생님들과 작업을 참 많이 했어요. 저는 꼭 그렇게 늙고 싶어요. 제가 그 나이가 되면 신구 선생님처럼 연기 못할 것 같아요. 그런데 선생님은 하시잖아요. 옆에서 보면 아무 이야기를 못하겠어요. 선생님들 보면 굳건하세요. 젊은 배우보다 더 에너지틱하시고요. 연기 안에 견고한 정체성과 철학이 있어요. 그렇지만 선생님들을 향한 존경스러움은 약한 것 같아요. 한 평생을 배우로 살면서 대중과 소통하고 계시잖아요. 그런 선생님들에게 조금 더 예우와 존경심이 필요한 것 같아요."



'해빙'에서 조진웅은 김대명과 특히 많이 부딪쳤다. 범인을 잡고자 하는 변승훈과 범인으로 추정되는 상근의 얽히고 섥히는 모습이 관객들 입장에서는 가장 큰 카타르시스다. 조진웅은 김대명의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전 김대명의 팬"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김대명이가 굉장히 선하데 목소리가 좀 을씨년스럽죠. 하하. 이 친구가 가지고 있는 색깔이 있어서 배우로서 부러운 것도 있어요. 제가 살을 빼도 골격이 커요. 둘이 붙을 때 골격 자체에서 위화감이 느껴지면 어쩌나 했는데, 대명이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 자체가 커서 그런 걱정이 없어졌죠. 이 친구가 가진 묘함이 극을 잘 이끌어가더라고요."

조진웅은 주연으로서 흥행에 대한 부담감을 책임감으로 변환시켰다. 돈과 시간을 투자해 자신의 영화를 선택해준 사람에게 실망을 안겨줄 수 없다는 것이 조진웅의 생각이다. 그런 마음가짐이 자리하고 있으니 촬영장에서 매번 치열해질 수 밖에.

"작업을 할 때마다 느끼는게 '두 번은 못하겠다'예요. 다음 생에는 배우 안해야지 싶어요. 이수연 감독님은 '해빙'을 180번 봤대요. 감독도 사람이 할 짓이 못되는 것 같아요.(웃음) 그러니까 사람들이 돈 내고 보러오는 것 아니겠어요? 영화 한 편 보는데 이동과 러닝타임까지 네 시간 정도 들어요. 죽기 전 네 시간이라고 생각해봐요. 그 시간을 책임져야하는 값어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스트레스와 외압을 느끼지만 값어치는 해야 한다고 봐요."



최선을 다해 작품이 사랑받길 원하는 조진웅이지만 지난해 tvN '안투라지'는 2.3%의 시청률로 출발해 0.736%로 막을 내린 성적표를 받았다. 웃으면서 말하는 조진웅이었지만 덤덤해지기까지 아무도 모르게 속을 태웠을 모습이 자연스레 보였다. 울고 웃는 과정들 속에서 조진웅은 조금 더 단단해지고 있었다. '해빙' 때문에 눈물을 흘릴 일은 없을 것 같다. 박스오피스 1위로 시작해 첫 주말 관객 포함 90만을 돌파했으니 말이다. 수고스러웠던 지난날을, 관객으로 호평으로 돌려받을 차례다.

"예상했어요. 망할 거란 예상이 아니고 이런 가십이 됐으면 적당하다 싶었어요. 어쨌든 제가 선택한 작업이고 그 땐 너무 즐거웠고요. 성적이 나쁘면 가슴이 안아플 수가 없어요. 배우들 다 울어요. 울어. 눈물이 안 날 땐 더 슬픈 경지고요. 다들 나만 보고 있으니 울 수가 없는거죠. 가슴 속으론 피눈물 플립니다. 죄송한 생각이 들어서요. 그리고 나면 각오가 생겨요."

 

유지윤기자 jiyoon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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