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희의 팔도유람기]여수편 "잔치음식 먹고 사는 가수"- 10

기사 등록 2016-06-30 02:13
Copyright ⓒ Issuedaily. 즐겁고 신나고 유익한 뉴스, 이슈데일리(www.issuedaily.com) 무단 전재 배포금지

[이슈데일리 박수정기자]별난 트로트가수를 만났다. 172cm의 큰 키와 서구적인 외모, 우월한 몸매를 갖춘 장태희다. 그는 지난 2010년 EP 앨범 'Modern Trot' 으로 데뷔해 어느 덧 6년차 트로트가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장태희는 전국팔도를 돌아다니며 공연을 펼치고 있다. 전국팔도에서 겪었던 에피소드들이 넘쳐난다는 장태희. 재치있게 풀어낸 장태희의 팔도유람기들을 혼자 듣기엔 아쉬워 시리즈로 이슈데일리독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편집자주>

'트로트계의 이하늬' 장태희의 열 번째 이야기. 이번 편은 경상남도 남지의 동창회 행사와 '여수 공개방송'으로 가는 여정의 길을 그려낸다.

이하 장태희의 글 원문



경상남도 남지고등학교 동창회행사.

그들에게 선물 그 이상의 기쁨이고 싶어 새 옷을 선택해 첫 개시를 하였다. 살랑살랑 수줍게 미소 건네며 나비처럼 사뿐사뿐 걸어갔는데 홀린 것처럼 사람들이 서로 경쟁하듯 지갑이 열렸다.

‘음 하하하하’

살다 살다 신발끈 사이로 오만원짜리를 사정없이 꽂혀 보긴 처음 인디 아따 노래할 맛 나네요 해부렀다! 쏟아지는 지폐에 손이 모자라게 한 바퀴 훑었다. 팁 받는다고 노래를 제대로 못했다. 신발 끈 어깨끈 마이크 쥔 손 나머지 손까지 계속 돈을 쥐어주신다. 용돈 쥐어주시는 어르신 너무 웃픈 기분. 서울 가는 길에 맛난 거 사먹으라고



‘아...꼬깃꼬깃’

“고맙습니다 그럼 까까 사묵을게요“라고 했다 다음엔 팔에 고무줄을 잔뜩 꼽고 가야겠다. ‘각설이 팀들이 머리에 끈을 괜히 매는 게 아닌가?‘생각했다. 천천히 걸어가 다가가는데 자동으로 여기저기서 지갑이 열렸다.



‘화사하게 잘 입은 고야. 그래’

소수의 관객과 특정 재력 있는 관객의 초청으로 섰던 무대에서 소리보다 이렇게 전국팔도에서 나를 찾아주고 나를 사랑해주는 분들 나이 직위 성별 관계없이 박수쳐주는 그 분들 앞에서 내 노래하는 것이 더 행복하다.

배가 고파서 꼬르륵 소리가 나는데 밥 먹을 시간이 없어서 그랬단 것에 혼자서 한참을 웃었다. 차에서 대기 하던 중에 잔치음식 한상 쟁반에 가져다주시는 아주머니의 따듯한 인정이 더 행복했다.



옛날에 봤던 역술에 먹고사는데 걱정이 없고 인생이 잔치라 들은 기억이 스쳤다. 역시나 나는 늘 잔치음식을 주로 먹고 사는 가수인 것이다. 그래. 내 힘으로 하나씩 깨치고 쌓아가는 하루의 역사가 인생이라는 걸 만드는 거구나.

오늘은 두 페이지 정도 쓴 거 같아. 나는 ‘제2의 누구‘란 수식어보다 ’The only people’ 장태희가 되고 싶다.



유랑 길엔 늘 맛집이 함께한다. 고기를 구워 먹는 숯은 원래 나무였잖아. 자신을 태워 한우한판을 다 구워내고 꺼짓듯 안 꺼진 듯 옅은 불씨가 남아 있는데 마음이 짠했어. 자신의 소임을 다한 듯 작은 불씨를 품고 있잖아.

식당이모 시원한 아이스크림 사드시라 만원 한 장 드리고 빈 뚝배기 하나 멸치3개 돌라 해서 남은 밑반찬 겉절이 김치에 땡초 양파 물 붓고 저 숯 위에 올렸다. 모두가 안 끓을 거라고 했는데 지켜봤더니 보글보글 끓기 시작 하는 거야. 감동스러웠어. 작은 불씨 하나가 끝까지 태워내는 자신의 열정을 말이야.



잘 말려 황금빛 도는 멸치3마리 눈으로만 봐도 맛나겠다싶더니만 역시나 아주 맛낫지. 빨간 기름 도는 찌개에 복 글씨 적힌 공기 밥하나 척척 걸쳐먹고 다음 장소로 이동 한다.

밥상에서 인생을 배운다. 나는 이 세상에 태어난 한그루의 나무다. 그 자리에서 500년 서 있을 텐가. 누군가의 눈에 띄어 저산위의 정자가 될 것인가. 멋진 절의 기둥이 될 것 인가. 숯이 돼 한줌재가 될 것 인가. 그 인연으로 바뀌는 나무의 운명처럼 나 또한 귀한인연을 맺어 멋진 나무로 변모해야 할게야. 자연에 와서는 끝없는 가르침의 메시지가 내안의 울림을 준다.

“앗따 그맛 조탕께!!”

뚝배기 끓던 날

곧장 여수 공개방송으로 이동하며 들린 식당 한등치하며 짙은 눈썹에 까만 눈동자 바둑알보다 진하게 안광이 총명한 남자냄새 물씬 나는 여수 총각이 나를 뚫어지게 훔쳐본다.

여수에서 돈자랑 하지 말고 벌교에서 주먹자랑 하지 말고 순천에서 인물자랑 하지마는 것이여. 식당서 자기재력무지 과시하는 총각이 나 들으라고 주인 아지메에게 큰소리로 하는 말.

앗따 웃기구만 그람서 큰소리로 어제 100만원 썼다. 자기는 여자한테도 잘 쓴다꼬 큰손이라꼬. 여수총각 귀엽고만. 끝내 내게 여수남자랑 결혼하라고 몇 살이냐고.

“푸하하”

내가 그랬지.

“저놈아 사람 보는 눈 있고마 성공 하겠네 싹수있네 살아있네”라며 여자 보는 눈 있다고 동상 성공 할 거라고 토닥토닥해줬다.

유랑길에 이런 뜻하지 않았던 유쾌한 만남도 있었다. 세상은 한치 앞날을 내다 볼 수 없다드만. 낯선듯 낯설지 않은 총각의 너스레가 싫지 않아 눈가 입가 미소번지며 보조개 움푹 즐거웠다.



도착한 목포 MBC. 라디오복도계단을 올라가는데 요즘 보기 드문 둥근 창이 발길을 사로잡았다. 둥근 창 참 오랜만이다. 비바람은 막아주고 햇살은 더 눈이 부신다. 고마운 창 내 두 눈도 저 예쁜 창처럼 아름다운 것만. 받아들이는 제어장치가 되길. 눈과 마음의 여과기가 되길...

울고 웃고 만나고 헤어지고 이 넘치는 이야기들을 다 담고 기억할 순 없을 거야. 1년 365일중 그 순간을 가슴이 기억 할 거야. 그럼 나머진 잊혀지고 밀려나가고 비워내지는 걸 거야. 눈 오던 날 문뜩 창밖을 내다보니 사람들의 발자국이 즐비 했어. 한참을 있다 다시 창밖을 내다보니 신기하게 발자국이 사라 진거야.

범인은 바로 또 다시 내린 눈이야.

그래. 누군가와의 아픈 사연도 상처도 잊고 싶은 이야기들도 내 가슴에 밟고 지나간 발자국의 이야기들은 또다시 내린 눈처럼 또 다시 찾아온 사랑처럼 쌓이고 덮고 하게 되는 거야. 쌓이고 쌓여서 다시 하얗게 하얗게. 예쁜 발자국 도장 찍을 수 있게.

유랑 길에 우연히 들른 큰 장독항아리가 멋스런 한정식 식당에서 문득 화장실에서 그런 생각을 했다.



마음의 생각의 해우소는 어디 일까? 요즘 흉흉한 세상사에 화장실 사건이 즐비한 것을 보면
화장실은 사건사고 그이상의 의미가 있다. 역발상 하게 된다. 화장실 한 칸의 공간은 오롯이 나 혼자만 들어가 가장 편한 상태가 되는 장소다.

그래서 옛날속담에 ‘화장실 들어가기 전이랑 나온 후 다른 사람이 있다’라는 얘기가 있나 보다 싶었다.



우리는 어릴 때 부모님 손을 잡고 함께 화장실을 간다. 스스로 대소변을 가리는 시점부터가 되서야 화장실은 홀로 즐거운 곳이 된다.

풍수적으로도 화장실은 그 가족의 가정 운을 좌우하기도 하는데 화장실이 더럽거나 추우면 나쁜 기운이 충분히 빠져나가지 못하고 병을 부른다하고 시험이나 출세가 걸린 시기에는 큰 영향 또한 미친다는 놀라운 정보도 있다.



갑자기 감정절제가 안되고 해소하고 울고 싶을 때 본능적으로 화장실로 뛰쳐 갈 때가있다. 가장 은밀하고 비밀스러우며 안전한곳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잘살고 못살고 부자고 가난하건집에 화장실 한 칸은 다 있을 것이다.

때론 집에 화장실이 몇 개인지로도 부의 정도를 파악하기도 한다. 이렇게 홀로 즐거운 곳에서는 혼자만 즐겁길. 나는 그 홀로 즐거운 곳에서 내가 자신의 주인이 되기 위한 훈련의 명상을 할 것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볍게!

그늘이 넓은 나무 밑엔 새들이 모이고 가슴이 넓은 사람 밑에는 사람들이 모인다 하던데 예쁜 마음으로 귀한인연의 예쁜 마음을 얻을 수 있게 나는 오늘도 비워내고 또 많이 먹고 채운다. 그 곳이 내게 홀로 즐거운 곳 바로 ‘화장실’이다.



벤처미디어 이슈데일리는 독자여러분들에게 트로트가수 장태희와 관련된 궁금한 질문도 받습니다. 질문은 ent@issuedaily.com으로 하면됩니다. 독자여러분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박수정기자 ent@

 

기사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