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창용의 사극돋보기]'대박' 영조 연잉군, 애주가들의 재앙 '금주령'을 내리다

기사 등록 2016-05-11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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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여창용 기자] SBS 월화드라마 '대박(극본 권순규, 연출 남건)'은 기존의 왕과 대신을 중심으로한 사극들과는 달리 조선의 뒷골목 풍경을 다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이 작품은 그동안 사도세자의 아버지, 정조의 할아버지 영조가 아닌 소년, 청년 시절의 영조(여진구 분)를 다룬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또한 숙종(최민수 분), 장희빈의 모습이 기존의 사극과는 다른 모습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지난 9일 방송된 '대박' 13회에서는 연잉군과 대길이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이 그려졌다. 훈훈한 두 배우의 투샷이 여심을 흔들었지만 사실 영조는 애주가들에게는 악몽같은 역사를 남긴 왕이다.

영조는 조선왕조 역대 왕들 중에서 가장 장수한 왕이자 가장 오랫동안 왕좌를 지킨 왕이다. 때문에 전해지는 이야기도 많다. 영조하면 연상되는 단어는 탕평책, 이인좌의 난, 사도세자 등 여러가지가 있지만 금주령이 눈에 띈다.

'대박'이 조선시대 뒷골목 풍경을 다룬만큼 도박, 폭력조직과 함께 술도 빠질 수 없다. 드라마에서는 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지만 영조 재위기는 애주가들에게 최대 암흑기로 기록된다. 영조는 술에 대해서는 매우 엄격한 왕이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는 곡식이 부족해 나라에서 수시로 금주령을 내렸다. 당장 먹을 쌀도 없는 상황에서 곡식이 술로 낭비되는 것은 국가적인 재앙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흉년은 물론 천재지변, 재난, 국상 등이 있을 때 금주령이 발동됐다.

하지만 이 조치는 한시적이었고, 분위기에 따라 유야무야 되기도 했다. 하지만 대개의 금주령은 권세가 있는 사람들보다는 술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백성들이 피해를 봤다. 예나 지금이나 서민들이 법의 피해를 보는는 것은 변함이 없다.

조서 중기 이후 본격적인 술집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왜란과 호란 이후 국난을 수습한 조선왕조는 경제가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당연히 시장에 돈이 돌고 술을 소비하는 계층이 늘어났으며 술집도 생겨나게 됐다.

하지만 영조가 즉위하면서 술을 마시는 사람들에게 큰 재난(?)이 닥치게 됐다. 영조는 1724년 8월부터 1776년 3월까지 53년 동안 재위했다. 영조 이전의 왕들 역시 금주령을 내리긴 했지만 식량 사정이 나아지면 풀어주던 것과는 달리 영조는 재위 기간 내내 금주령을 유지했다.

심지어 영조는 국가의 제사인 종묘제례에도 술을 쓰지 않았다. 나라에서 술을 쓰지 않으니 민간에서 제사에 술을 쓰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무엇이든 지나치면 문제점이 발생한다. 영조 재위기의 금주령도 마찬가지다.

먼저 과잉단속이 벌어졌다. 과잉단속은 관원들의 횡포를 야기했다. 또한 관원들은 실적을 올리기 위해 함정단속도 망설이지 않았다. 영조는 과잉단속의 문제를 일으킨 이들을 처벌하긴 했지만 금주령을 거두지 않았다.

심지어 영조 38년 윤구연이라는 사람은 금주령으로 목숨을 잃었다. 대사헌 남태회가 남병사였던 윤구연을 고발했고, 영조는 자신이 직접 칼을 들고 윤구연의 목을 쳤다. 하지만 윤구연에게서 발견된 술은 금주령 이전에 담근 것이었고, 영조는 해명 기회도 없이 사람의 목을 친 것이다.

신하들은 금주령을 완화하기 위해 영조를 설득했지만 영조는 뜻을 거두지 않았다. 오히려 금주령에 반대하는 신하들에게 벌을 내렸다. 하지만 영조의 강력한 금주령에도 음주 관련 사건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하지말라면 기어코 하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능인 법이다.

영조가 세상을 떠나고 정조가 즉위하면서 금주령은 해제됐다. 조정에서는 술로 인한 곡식의 낭비를 걱정해 금주령이 제기되지만 정조는 금주령이 곡식을 아끼는 효험은 보지도 못하고, 백성들만 고통스럽게 한다는 이유로 금주령 발동을 거부했다.

영조가 왕위에 앉아있던 기간은 애주가들에게는 지옥같은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 기간은 50년이 넘었다. 정조 역시 금주령을 내리기는 했지만 한시적이었고, 금주령을 어겼다는 이유로 목숨을 빼앗지는 않았다.

'대박'에서 영조는 아직 왕세제로도 결정되지 않은 연잉군 시절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아직은 소년인 영조가 훗날 금주령을 어긴 신하의 목을 직접 칼로 치는 군주가 되는 것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사진=SBS 제공, 참고문헌=조선의 뒷골목 풍경(푸른역사, 강명관 지음)]

 

여창용 기자 hblood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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