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SEE:夜] '디어 마이 프렌즈', 그대가 있기에 '인생은 아직 살만하다'

기사 등록 2016-07-02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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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김상록기자] '디어 마이 프렌즈'가 삶에 대한 따뜻하고 가슴 찡한 메시지로 '힐링드라마'의 감성을 제대로 선사했다.

황혼에 접어든 인생들이 더 이상 죽음을 기다리는 조연이 아닌,당당한 인생의 주역으로 다시 올라설 수 있다는 희망찬 연출과 구성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주기에 충분했다.

2일 오후 8시 30분에 방송된 tvN 금,토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연출 홍종찬,극본 노희경) 마지막회에서는 각자의 삶에 충실하며 새로운 내일을 꿈꾸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암 수술을 받게 된 장난희(고두심 분)의 병실에 찾아간 박완(고현정 분)은 죽을지도 모른다는 엄마를 걱정 하느라 어쩔줄 몰라했다.

그는 슬로베니아에서 자신을 보기 위해 달려온 서연하(조인성 분)를 바로 옆에서 보고도 지나칠만큼 극도의 불안한 상태에 빠져들었다.

그토록 애절했던 사랑도 부모의 생사가 걸린 문제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부리나케 병실로 달려가는 연하의 표정에서는 만감이 교차했다.

이후 다시 정신을 차린 완의 앞에 나타난 연하는 "완아"라고 나지막하게 부르며 말없이 그의 손을 잡아줬다.



병원에 찾아온 연하를 본 이영원(박원숙 분)과 오충남(윤여정 분)은 그의 지극정성에 감동했다.

충남은 "너무 멋진애가..뜨겁게 사랑했나,아직 하는 중인가?"라고 말했다.

영원은 이에 "언니도 나중에 멋진놈 만나서 뜨겁게 사랑받어,아니다. 사지 멀쩡한데 이제라도 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자 충남은 "남들이 보면 웃어"라고 황당하다는듯한 웃음을 지었고,충남은 "남들 안보게 하면 되잖아"라며 누구에게나 사랑은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 나타냈다.

난희는 다행히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이후 항암치료를 계속 받아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완은 수술을 끝낸 난희의 곁에서 일일히 신경쓰고 돌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난희는 막상 딸의 그런 관심과 정성이 다소 부담스럽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전부터 티격태격했던 모녀의 관계가 암이라는 큰 계기로 인해 완전히 바뀔 법도 하지만,드라마는 지극히 현실적인 상황을 통해 보는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난희는 병원에 연하가 찾아왔다는 사실을 영원과 충남에게 들은 후,그를 직접 만나러 갔다.

사고로 다리를 다친 후 걸을 수 없는 연하와의 만남을 반대했던 난희는 그를 보자마자 대뜸 "너,돈은 많이 벌어? 그동안 여자 왜 안만났어?다리가 그래서?"라며 직설적인 질문을 내뱉었다.

그리고는 "내가 속물같지?"라는 말을 들은 연하는 난희의 손을 잡으며 "수술이 너무 잘돼서 다행이에요" 라고 말했다.

그의 따뜻한 마음과 됨됨이를 느낀 난희는 결국 두 사람의 만남을 허락하고, 완이에게 연하가 있는 슬로베니아로 가는 비행기표를 끊어준다.

엄마를 두고 갈 수 없다는 완이에게 난희는 "엄마 병 5년이될지,10년이 될지 몰라.니가 나만 보고 있으니까 내가 무슨 자식 등골빼먹는 등신 같잖아.엄마가 너한테 집착이 많아서 아주 가란 소리는 못해... 처음에는 1주일,그 다음은 한달 있다가,나중에 아주 결혼해"라며 자신의 아픔보다도 자식의 행복과 삶을 걱정하는 이 세상 모든 부모의 마음을 대변했다.



치매에 걸린 조희자(김혜자 분)는 자식들에게 폐를 끼친다는 생각에 스스로 요양병원에 입원할 것을 결심했다.

그는 병원을 소개시켜준 충남에게 "나 안가,민호(이광수 분)랑 하늘이 나하고 살면 힘들어,재들끼리 잘살게 냅두고 싶어,충남아,언니 여기 냅둬... 평생 남한테 빚안지고 살았는데,언니 도도하게 여기 있다가 갈래...여기 꼭 마음에 들어"라며 먹먹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 장면에서도 자식을 먼저 생각하는 부모의 애틋한 마음과 김혜자의 감동적인 연기는 눈물을 저절로 흘리게끔 했다.

'디어 마이 프렌즈'는 삶과 죽음이라는 현실을 다루면서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분위기를 중간 중간 유쾌하게 풀어내며 눈물과 웃음을 동시에 유도했다.

난희는 자신이 밟혀서 연하를 편한 마음으로 만나러 가지 못하고 있는 완이이에게 "그 놈 만나면 많이 좀 만져달라고 해"라며 솔직한(?) 농담을 던졌다. 이에 "엄마나 기타치는 아저씨 만나"라는 완이의 말에 "걱정마 오늘도 보고 싶다고 문자왔어"라고 하며 손가락 하트를 날리는 고두심의 모습. 절망과 아픔 속에서도 순간 순간의 웃음과 희망을 그려내는 노희경 작가 특유의 따스함이 묻어나왔다. 역시 노희경스러웠다.

희자는 병원 생활에 적응하려 애썼지만,결국 답답함을 이겨내지 못하고 탈출을 선언한다. 오랜 친구 문정아(나문희 분)에게 전화를 걸어 여행을 가자고 한것.

그러나 얼마 못가서 차의 기름이 떨어졌고, 정아는 충남에게 전화를 걸었다. 시계추 같이 장사만 하는 인생에 신물을 느낀 충남은 난희,영원,이성재(주현 분),김석균(신구 분)까지 불러 그들만의 진정한 여행을 떠난다.



이후 이들은 비가 와서 몇일을 모텔방안에만 머무르고, 큰맘 먹고 구매한 캠핑카가 진흙탕에 빠져 움직이지 못하는 크고 작은 위기를 겪는다.

하지만 삶의 산전수전을 지나온 위대한 '꼰대'들에게는 별다른 문제가 아니었다. 화면에 흐르는 고현정의 나래이션은 드라마의 메시지를 함축했다.

완은 "여행길이 아무리 험난해도 이들은 멈출줄 몰랐다. 삶이 고단했던 이들에게 여행에서 일어나는 문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라며 그들의 완숙한 모습을 칭했다.

또한,나중에 어떻게 죽는게 가장 좋을지 웃으면서 말하는 그들의 모습에서는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죽음 조차,그저 인생의 한 단계로 받아들이는 그림으로 풀어냈다. 밝음과 슬픔을 번갈아가면서 보여주는 연출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완과 오쌍분까지 가세한 주인공들은 푸른 바다를 걸으며 저녁 노을이 주는 풍요로움을 만끽했다.

완은 쌍분에게 인생을 딱 한마디로 정의하면 뭐라 할 수 있겠냐고 묻는다. 그는 "별거 없지 뭐,별거 없는 인생...이만하면 괜찮지"라며 시크하지만 많은 것이 함축된 한마디를 던졌다.

이어 완이의 내레이션을 끝으로 50여일간의 '황혼찬가'는 막을 내렸다.

"왜 그들이 죽음을 향해 내딛는다고 생각했을까? 어차피 처음에 왔던 그곳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거라면...지금 이 순간을 너무도 치열하고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는데"

인생의 시작과 끝. 그것은 그리 중요한게 아니었다. 주어진 순간과 현재를 즐기고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 '디어 마이 프렌즈'가 던지는 삶의 지침서였다.

(사진=tvN '디어 마이 프렌즈' 캡처)

 

김상록기자 honjk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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