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은의 잼있게 미술읽기] 환타스틱의 대가 '히에로니무스 보쉬'의 그림세계
기사 등록 2012-02-17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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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박정은 미술컬럼 전문기자] 히에로니무스 보쉬[Hieronymus bosch]
히에로니무스 보쉬의 작품들은 르네상스 시대의 것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기괴하고 엽기적 입니다. 물고기나 새들이 거대한 괴물의 형상으로 나타나 인간을 집어삼키는가하면, 여러 동물들이 실체를 알 수 없는 괴물로 변신하여 인간 세계를 지배하기도 합니다.
그가 다룬 지옥은 워낙 기괴하고 흉흉해서 인간 세계 바깥의 또 다른 세상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보쉬는 20세기 초현실주의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고, 오늘날 그로테스크 하고 환상적인 소재를 다루는 영화 감독들 에게도 많은 영감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영화 '반지의 제왕'이나 팀 버튼의 환상 동화들보다 더욱 기괴하고 환타스틱한 게 바로 히에로니무스 보쉬의 예술 세계입니다.
성경 속 인물을 다룬 종교화들은 그나마 점잖은편입니다. 하지만 내세를 천당과 지옥으로 양분하는 기독교적 세계관이 개입되면 그의 작품들은 곧장 환상의 세계를 펼쳐 놓습니다.
낙원을 소재로 한 작품들은 그나마 편안해 보이지만, 지옥을 다룬 작품들에선 온갖 형태의 괴물들이 총출동하여 그곳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그 곳에 인간이 설 자리는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최후의 심판'에선 세상의 모든 인간과 그들이 뿌린 악을 심판하듯 인간들에게 온갖 형태의 징벌을 가하고 있습니다. 보쉬가 그려내는 지옥도는 이 처럼 괴이하면서도 그로테스크 합니다.
흡사 실체가 불분명한 어떤 악몽을 화폭에 옮겨놓은 듯한 모습입니다. 그런 탓에 보쉬의 그림들은 종말론적 세계관과 관련하여 중세의 종교가들이 자주 거론하던 악마, 죄악, 형벌 등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거대한 우화로 보여집니다.
'최후의 심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보쉬의 작품에는 무수히 많은 인간과 괴물들이 등장 합니다. 흡사 브뢰겔 처럼 하나의 작품에 다수의 인간들이 나오지만, 보쉬의 작품은 브뢰겔의 작품들 보다 훨씬 더 환타스틱하고 우화적인 요소가 강한게 특징 입니다.

지옥과 함께 보쉬가 즐겨 다룬 또다른 소재는 '바보'입니다. 이성의 시대가 도래하기전 중세의 서민들은 보통 미천하고 어리석은 존재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보쉬의 그림들을보면 서민들뿐 아니라 수도사나 의사 같은 전문직들도 서민들보다 월등한 현자는 아니었고, 어리석음을 공유하는 존재로 묘사되고 있습니다.어쩌면 보쉬는 시대의 어리석음 내지는 시대의 광기를 은유적으로 드러내 비판하고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집단적인 어리석음을 표현한 작품으로 '돌 수술'이 있습니다. 왼편에 고깔을 쓴 사람이 의사인데 메스로 환자의 머리를 절개하고 있습니다. 차림새로 보아 전문직 의사라기 보다는 고용된 일꾼 같다는 느낌입니다. 가운데 수도사와 수녀는 애처로운 눈빛의 환자에겐 별 관심이 없다는 듯 오직 수술만을 독려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림의 외곽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쓰여져 있다고 합니다. "선생님, 돌을 제거해주세요. 제 이름은 루베르트 다스입니다."
중세에는 바보 증상이 머리 속에 박혀 있는 어리석은 돌 때문이라는 관념이 널리 펴져 있었습니다. 결국 '돌 수술'이란 환자의 머리 속에 박혀있는 어리석은 돌을 제거하여 멍청함을 치유하는 시술을 의미합니다. 정확히 말해 '어리석은 돌 제거 수술'인데사실상 협잡에 가까운 것이어서 실제가 아닌 이야기 속에서만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습게도 문학 속에선 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수술 전보다 더 심하게 멍청해졌다고 합니다. '루베르트'는 네덜란드 문학에서 지독하게 어리석은 자, 즉 '바보'를 지칭하는 명칭으로 흔히 쓰인다고 합니다.
그런데 머리 속에서 꺼낸 것은 돌이 아니라 뜻밖에도 튤립 한송이입니다. 그 시절 네덜란드에서 튤립은 어리석음이나 멍청함을 상징하는 꽃이었다고 합니다. 참으로 우스꽝스럽고 어처구니 없는 결말이지만, 제거된 결과물이 돌이 아니라 꽃이라는 것은 의미심장합니다.
비록 머리 속에서 돌이 아닌 꽃이 나왔지만 환자는 바보 증상이 있는 자로 밝혀졌습니다. 그러나 돌 제거를 목표로 시술했음에도 꽃이나오면서 의사는 물론 수도사와 수녀까지 시술에 참관한 모든 이들을 바보로 만들고 있습니다.결국 보쉬는 중세인들의몰 이성적이고 어리석은 관념 자체를 바보 증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중세인들의 어리석음은 '마법사' 에도 잘 나타나 있습니다. '돌 수술' 에서 터무니 없는 시술로 대중을 현혹했던 돌팔이 의사와 수도사들을 풍자했지만, '마법사'에선 좌판을 차려놓은 사기 협잡꾼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야바위 판을 차려놓은 정황에 비추어 말이 마법사이지 실은 야바위 사기꾼에 가깝습니다.
무엇보다 사기꾼을 중심으로 한 구도가 흥미롭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머리를 내밀고 있는 행인은 이미 사기꾼의 농간에 넘어간 듯한 모습입니다. 행인의 돈주머니를 능청스럽게 슬쩍 가로채려는 뒷편의 남자는 아마도 사기꾼과 한 통속일 것입니다.
여인의 어깨에 손을 얹어놓은 남자가 돈주머니를 가로채는 모습을 목격한 듯 옆의 여인에게 무언가 말을 건네는 듯한 모습입니다. 소매치기의 능청스런 표정이나 행인의 넋 나간 모습이 사기꾼의 야바위 행각을 지켜보는 구경꾼들의 반응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있습니다.
히에로니무스 보쉬는 20세기의 피카소나 달리보다 4백년 앞선 시점에서 이미 초현실주의가 무엇인가를 보여주었습니다.
현대의 그 어떤 작가도 범접하지 못할 수준의 기괴함과 엽기성으로 20세기 초현실주의자들의 선구자로 떠받들여지고 있습니다.
물론 보쉬 시대의 관점에서 볼 때 달리나 마그리트 식의 초현실주의와는 관련이 없고, 오히려 종교가 일상이었던 중세인들의 상징 코드들(악마, 죽음)이 활용되어 천국과 지옥에 관련된 세계관을 보여준 지극히 종교적인 그림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하지만 독특하고 기이한 안목으로 꿈의 세계 내지는 악몽의 세계를 환상적으로 표현해냈고, 그가 주로 다룬 세상은 환타지 세계라는 점에서 보쉬의 작품들은 이미 초현실적인 성향을 띄고 있다고 봐도 좋을 것입니다
박정은기자 pyk73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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