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기획]‘트릭’, 경쟁 사회가 낳은 괴물은 누구인가
기사 등록 2016-07-13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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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성찬얼기자] 진실과 거짓의 경계선은 어디일까. 일명 ‘리얼리티 버라이어티’와 ‘인터넷 방송’이 화제가 되는 이 사회에서 방송은 점차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그렇다고 과연 ‘다큐멘터리’라는 장르에서도 이 모호함이 통용될 수 있을까. 영화 ‘트릭(감독 이창열)’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되는 영화다.
재밌는 건 이 영화가 이석진 PD(이정진 분)이 좌천을 당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는 것이다. 관객들에게 그는 어떤 이유였던 간에 다소 부당한 일을 당하는 모습으로 처음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이 역을 맡은 배우 이정진은 기자간담회 당시 “세상은 남이 좋아하는 것을 하도록 종용한다”며 “그런데 그것을 과도한 경쟁 속에서 하다보니 석진 같은 인물이 탄생됐다고 생각했다”라며 배역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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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릭’은 바로 그 지점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현대 사회의 경쟁 속에서 낙오자가 된 인물이 얼마나 나빠질 수 있는지, 이 사회의 경쟁이 인간을 얼마만큼 이기적이게 몰아세우는지가 이 영화에선 여실히 드러난다.
시한부 인생인 도준(김태훈 분)의 아내 영애(강예원 분)의 점차 변해가는 모습도 바로 그것을 상징한다. 처음에는 정말 순수하게 남편의 곁을 지키는 다큐멘터리 속 인물이었던 그가 점차 인기를 누리고 대중들에게 노출되면서 ‘여배우’같은 관리에 들어간다. “점차 생기가 돌잖아”라는 석진의 말처럼 매체를 통해 경쟁에 뛰어든 이의 변화를 표현한다.
공교롭게도 이런 경쟁 구도에서 도태되는 건 삶이 얼마 남지 않은 도준이란 사실이다. 육체적인 죽음을 통해 삶이란 투쟁에서 멀어지는 도준이 그렇기 때문이 이 경쟁 구도에 한몫할 수 없다는 건 당연하지만 새삼 새롭게 다가온다. 경쟁에 함께 하지 못하면 결국 죽음뿐이라는 사회의 싸늘함 같기도 하고, 죽어가는 이들에게 자리를 내주지 않는 무한경쟁의 권위주의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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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이정진은 '만들어진 괴물' 이석진 PD로 완벽하게 녹아든다. 그는 딱히 악의가 없는 그저 이기적인 한 인간으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다. 거듭되는 시험의 과정, 즉 시청률과 자신의 성공을 건 제의에서 그는 벗어날 수 없음을 알고 있는 것이다. 그게 현대 사회의 경쟁에서 헤어나올 유일한 것임을 직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트릭'은 세 사람의 관계에 따른 스릴러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한 인간의 내면에 집중한 심리드라마의 매력도 충분하다. 성공을 향해 달려가는 석진, 남편의 죽음으로 인생의 뒤바뀜을 경험하는 영애, 냉혹한 현실에서 죽어가는 도준. 누구 하나도 얄팍하게 그려지는 이들없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이처럼 조작 다큐멘터리를 소재로 다층적인 이야기를 담아낸 '트릭'은 오늘(13일) 극장가에서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여름의 무더위를 잊게 할 싸늘함이 가득한 '트릭'이 관객들에게 어떤 반응을 모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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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톰픽쳐스 제공)
성찬얼기자 remember_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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