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리뷰] 영화 '가비', 사랑이여 영원하라

기사 등록 2012-03-10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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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홍수연 인턴기자]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제아무리 아름다운 꽃이라도 열흘을 넘기지 못한다. 이 고사는 꽃의 화려함이 유한하다는 뜻으로만 쓰이기에 아까운 말이다. 사랑을 꽃에 비유해본다면, 장미보다 붉은 사랑이라 해도 언젠가는 그 생명이 다하는 날이 오게 되니 영원할 수 없는 것은 꽃이나 사랑이나 매한가지인가.

영화 '가비'의 배경은 1896년, 명성황후 시해사건이후 고종(박희순 분)이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해(아관파천) 대한제국을 준비하던 혼란스러운 시기다. 커피를 매개로 한 고종의 암살작전이라는 이야기도 눈길을 끌지만 영화 '가비'의 전체적인 무게중심은 일리치(주진모 분)와 따냐(김소연 분)의 사랑에 맞춰져있다.

일리치와 따냐는 러시아 대륙을 자유롭게 떠돌며 커피와 금괴를 훔치고 살아간다. 일리치는 가비(커피의 옛 이름)를 좋아하는 따냐에게 가비를 만들어주는 것을 행복으로 여긴다. 특히 일리치가 따냐에게 "가비를 내리는 일은 만드는 사람의 마음을 내리는 일이다"라고 말하는 장면은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일리치의 가비로 따냐의 마음에는 커피의 향과 함께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도 스며드는 것만 같다. 일리치는 자신의 말을 통해 한 잔의 가비가 단순한 음료의 차원을 넘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각별한 마음까지 담을 수 있다는 의미를 따냐에게 전하고 싶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러시아 군에게 쫓기게 된 일리치와 따냐는 조선계 일본인 사다코(유선 분)의 음모로 고종암살작전에 휘말리게 되면서, 따냐는 가비애호가였던 고종의 곁에서 가비를 내리는 조선최초의 바리스타가 되고 일리치(주진모 분)는 사카모토란 일본의 스파이로 따냐의 목숨을 지켜주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지게 된다.

예견된 것처럼 두 사람에게는 점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며 일리치와 따냐의 사랑에도 어둠이 깃들기 시작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될까 불안해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 이별이 임박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삶과 죽음, 사랑과 이별이라는 서로 대립되는 소재들은 영화 '가비'에서도 중요한 장치로 쓰이고 있다. 인간의 삶은 죽음이 있기에 소중하고 인간의 사랑은 이별이 있기에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영화 '가비'가 진정으로 관객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물론 인간의 사랑은 영원할 수 없다. 이별 혹은 죽음이라는 이유들로. 하지만 그 사랑으로 인류는 영속할 수 있으니 사랑의 힘은 참으로 대단하다. 일리치와 따냐의 사랑이 쉽게 잊혀 지지 않는 건 그들의 사랑이 불완전했기 때문일까. 어쩌면 일리치와 따냐의 사랑이 끝나지 않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영혼 속에 각인된 사랑은 영원하니까.

 

홍수연 인턴기자 h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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