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찬얼의 영화읽기]'1987' 장준환 감독의 괴물 없는 첫 작품 될까

기사 등록 2016-12-12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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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성찬얼기자] 과연 어떤 영화가 나올까. 김윤석, 하정우의 출연 물망 소식을 전한 영화 '1987'(가제)이 순식간에 영화계의 '뜨거운 감자'로 등극했다. '1987'은 1987년 6월 항쟁을 배경으로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을 은폐하려는 공안 당국과 사실을 밝히려는 사람들을 그린 영화라고 전해졌다. 이 작품이 갑작스럽게 관심을 모은 건 시의로 봤을 때도 무척 적절하다.

최근 7주차에 접어든 촛불집회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등이 이런 민주화 운동에 대한 이목을 모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십세기폭스코리아가 조율 중이던 작품을 CJ E&M이 꺼내든 건 영화 산업을 넘어 사회를 향한 '일침'이 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김윤석, 하정우라는 두 명배우들의 출연 역시 대중들에게 기대감을 이끌어내는 이유 중 하나이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로 관객을 만날 준비 중인 김윤석과 '터널'로 7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원톱영화로도 최고의 흥행을 올린 하정우의 만남이기 때문이다. 두 배우는 나오는 작품마다 극강의 존재감을 발산하며 꾸준히 연기 지평을 넓혀오고 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을 기대하게 하는 건 장준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는 사실이다. 장준환 감독은 '지구를 지켜라!'로 2003년 데뷔 이후 '천재'라는 명예로운 별명을 얻은 바 있다. 이후 10년 만인 2013년에야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이하 화이)를 차기작으로 내놓을 수 있는 우여곡절을 겪긴 했지만 여전히 그가 한국영화계에서 얻고 있는 기대감은 높은 편이다.

이번 '1987'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다. 어떤 식으로 풀어내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카트'를 집필했던 김경찬 작가가 시나리오를 담당하고 있기에 '1987' 역시 현실을 그려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이고 있다. 때문에 장준환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 중 최초로 '괴물'이 없는 작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준환 감독은 비정상적인 시스템과 그 안에 갇힌 인물들의 이야기를 지난 두 작품에서 풀어낸 바 있다. '지구를 지켜라!'에선 외계인을 끌어와 폭력과 계급 사회에 대해 말했고, '화이'에선 괴물로 화이(여진구)가 느끼는 심리적인 공포와 무의식적인 죄책감을 그러냈다. 이처럼 이질적인 존재로 인간을 말하던 그의 작품에서 '괴물'이 사라진 곳에 어떤 방식의 상징이 자리할지 쉽게 예측할 수도 없다.

물론 '지구를 지켜라!'를 떠올리면 '1987'은 장준환 감독에게 딱 맞는 작품이다. '지구를 지켜라!'의 지하실과 병구(신하균)에게 고문당하는 강사장(백윤식)은 과거 민주화 운동 당시 빈번했던 권력이 폭력을 행사하던 고문실의 구조를 반대로 적용시켰다는 분석도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장준환 감독은 10여 년의 시간을 지나 다시 지하 고문실로 돌아왔다고 볼 수 있다.

이제야 주연 배우 캐스팅이 논의되고 있는 단계의 영화지만 ‘1987’이 화제의 중심에 선 건 당연하다. 시의적절한 소재, 연기력이 보장된 배우들의 만남, 거기에 장준환 감독까지. 언제가 돼야 이 작품을 영화관에서 만날 수 있을지 미지수지만, 지금 당장 그 기대감을 접어두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진=싸이더스, 쇼박스 제공)

 

성찬얼기자 remember_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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