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모탐구] 그의 연기가 곧 명작의 척도?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 톰 행크스 편

기사 등록 2016-10-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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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성찬얼기자] 누군가 걷는 길엔 그의 족적이 남는다. 그건 시간이 지나도 그가 걸었던 길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순간을 선사한다. 그런 면에서 배우와 감독들은 언제나 모두에게 그들을 돌이켜볼 수 있는 영원의 순간을 선물한다. [필모탐구]는 이들의 필모그라피를 통해 배우와 감독의 모습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편집자주>

하얗게 샌 머리와 콧수염. 지난 9월 28일 개봉한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속 톰 행크스의 모습은 또 다른 시작을 암시하는 듯했다. 생각해보면 그도 어느덧 환갑에 다다른 나이, 80년 '어둠의 방랑자'로 데뷔해 30년 넘는 연기 인생을 펼쳐왔지만 아직도 새로운 그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는 건 영화팬들에겐 행운인 셈이다.

원체 다작에 제작까지 많은 작품을 소화하는 배우이기에 그의 모든 작품을 둘러보긴 어렵지만 그의 대표작, '톰 행크스'하면 떠오를 만한 작품들로 이번 '필모탐구'를 꾸려봤다.


# 그의 '르네상스'인 1990년대 - '빅(1988)' '필라델피아(1993)' '라이언 일병 구하기(1998)'

1990년대 톰 행크스는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능숙한 생활연기부터 진중한 심리묘사까지 해낼 수 있는 연기 스펙트럼은 다른 명배우들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그가 1990년대 출연했던 작품들만 일렬로 늘어놔도 그 모든 작품이 수작 이상임을 알 수 있을 정도다.

그런 '만개'의 시작에는 1988년작 '빅'이 있다. 페니 마샬 감독이 연출을 맡은 이 작품에서 톰 행크스는 조슈아 역을 맡았다. 어린 소년이 마법처럼 20대 청년이 된 이 배역을 통해 톰 행크스는 순수하면서도 진실된 소년이자 청년의 모습을 소화했다.

이후 그는 '필라델피아'로 완전히 이미지를 반전시켜 다시금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에이즈에 걸린 변호사 앤드류 베켓으로 분해 20kg 체중감량까지 감수하며 열연을 펼쳤다. 당시 팽배했던 호모포비아에 대항하는 그의 연기는 상대를 응시하는 시선과 쇠해지는 육체, 그 속에서 흔들리는 눈빛까지 완벽하게 인물과 혼연일체돼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이란 영예를 거머쥐게 됐다. 물론 다음 해 '포레스트 검프'로 2연속 수상이란 대기록에도 이름을 올린 것을 빼놓을 수 없다.

그가 세운 90년대 필모그라피의 대미를 장식한 건 '라이언 일병구하기'이다. 그는 여기서 완고하지만 인간미 있는 존 밀러 대위 역으로 분했다. 극중에서 구출팀의 지휘관으로 매사에 침착하고 냉철한 모습을 보이지만 실제로는 부하의 죽음에 홀로 눈물을 흘리는, 복합적인 내면연기를 훌륭하게 표현하며 작품의 격을 높였다.


# 미국의 아이콘, 그 이유는? '포레스트 검프(1994)' '아폴로 13(1995)' 캐치 미 이프 유 캔(2002)'

그가 가진 명칭 중엔 '미국 국민 배우'라는 말도 있다. 물론 다작에 명작도 많이 출연한 그지만 왜 하필 그에게 '미국 대표'라는 말이 붙은 걸까?

그 시작은 분명 '포레스트 검프'다. 1950년대에서 1980년대까지 미국의 근현대사를 다룬 이 작품에서 톰 행크스는 낮은 지능에도 순수함 하나로 삶을 헤쳐온 포레스트 검프 역으로 분했다. 1994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는 기록을 제하더라도 작품 속 다른 인물을 바라볼 때의 눈빛이나 어투만 들어도 그의 연기가 물올랐음을 느낄 수 있다.

이후 그는 '아폴로 13'과 '캐치 미 이프 유 캔'에서 실존 인물들을 연기하며 미국인 배우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했다. '아폴로 13'에서는 짐 러벨 역을 맡아 무사히 대원들을 귀환시키기 위한 지휘관의 면모를 스크린에 그려냈다. 이 작품에서 그의 깊이 있는 연기는 작품이 가진 휴머니즘을 더욱 부각시키기도 했다.

'캐치 미 이프 유 캔'에서 톰 행크스가 FBI 요원 칼 핸레티 역을 맡은 건 어느 정도 우연이었다. 그리고 그 '우연' 때문에 대중들은 그의 '칼'을 볼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해당 배역에 내정돼있던 제임스 갠돌피니가 일정 문제로 하차하면서 톰 행크스가 대신하게 된 것. 그는 여기서 프랭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 매번 속으면서도 집요하게 그를 쫓는 요원의 모습을 특유의 친화력으로 소화하기도 했다.

이처럼 그가 '미국의 얼굴'이란 별명을 듣는 건 물론 그의 뛰어난 연기력과 다작에도 있겠지만 실존 인물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순간과 역사의 지점에서 피어난 인물들까지 소화해내는 감각 때문일 것이다.


# 푸근한 인상 뒤 도전정신 - ‘폴라 익스프레스(2004)’ ‘토이 스토리(1995)’ ‘지구에서 달까지(1998)’

‘국민 배우’라는 명칭과 푸근한 인상 때문에 그는 몹시 안정적인 작품들을 해왔을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톰 행크스는 단순히 배우에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방법으로 예술에 일조한 인물 중 하나이다. 연기는 물론이고 제작부터 연출까지 그의 손길이 닿은 작품은 인상적인 결과물로 거듭났다.

먼저 그가 기획에도 참여하고 1인 5역을 해낸 ‘폴라 익스프레스’는 3D 모션 캡쳐 애니메이션의 시초인 셈이다. 이 작품 이후로 로버트 저메키스는 ‘베오울프(2007)’ ‘크리스마스 캐롤(2009)’로 이어지는 애니메이션과 실사의 실험을 이어갈 수 있었다.

또한 톰 행크스는 한국 대중들에게 무척 친숙한 목소리의 소유자이기도 한데 ‘토이 스토리’의 우디 목소리를 그가 전담으로 맡아왔기 때문이다. 3편의 장편은 물론이고 단편까지도 그는 우디로 완벽하게 합일해 20여년 동안 연기를 이어왔다.

톰 행크스는 또 제작에도 일가견이 있는 인물이다. 이미 알려진대로 HBO에서 제작한 ‘밴드 오브 브라더스(2001)’와 ‘퍼시픽(2010)’ 모두 제작으로 참여했고 ‘밴드 오브 브라더스’에서는 한 에피소드의 연출까지 맡는 열의를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제작에 참여한 작품 중에서도 ‘지구에서 달까지’가 최고작으로 뽑히곤 한다.

‘아폴로 13’에서 함께 했던 론 하워드 감독과 합심한 톰 행크스는 아폴로 1호부터 17호까지 전체 아폴로 계획을 이 드라마 속에 담았고 드라마 이상의 퀄리티를 뽑아내며 SF드라마의 한 획을 그었다.

이렇게 연기와 예술에서 전방위로 활약해온 그였기에 이번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에서도 마찬가지로 ‘이름값’하는 연기력을 보여준다. 이미 충분히 많은 걸 보여온 그가 과연 앞으로는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까. 아직도 두근거리는 마음이 있다면 당연한 것이리라.

 

성찬얼기자 remember_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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