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모탐구]극장가의 피리 부는 사나이, 최동훈 감독

기사 등록 2016-09-17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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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성찬얼기자] 누군가 걷는 길엔 그의 족적이 남는다. 그건 시간이 지나도 그가 걸었던 길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순간을 선사한다. 그런 면에서 배우와 감독들은 언제나 모두에게 그들을 돌이켜볼 수 있는 영원의 순간을 선물한다. [필모탐구]는 이들의 필모그라피를 통해 배우와 감독의 모습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편집자주>

누군가의 손에서 탄생한 작품은 결국 관객 개개인의 호불호에 결판날 수밖에 없다. 작품성이란 범주에는 속하지 않지만, 취향과 재미는 흥행을 판가름하는 숨은 척도인 셈이다. 그 지점에서 본다면 국내 ‘1등 감독’은 누구일까. 데뷔 이후 자신의 연출작을 모두 성공시킨 최동훈 감독이 그 영예를 차지할 것으로 손꼽혔다.

최동훈 감독은 2004년 ‘범죄의 재구성’으로 데뷔한 이후 모든 작품을 흥행시키며 명실상부 ‘흥행 감독’으로 등극했다. 다섯 편이란 적은 수의 필모그라피에도 관객들에게 ‘최동훈’이란 이름은 단순히 이름이 아닌 브랜드로 여겨질 정도니 그의 대중성은 가히 최고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최동훈 감독의 작품들은 과연 어떤 일관성, 혹은 개별성으로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


# 데뷔작부터 역대급 센스 ‘범죄의 재구성’(2004)

사실 그의 작품들을 통틀어 ‘범죄의 재구성’만큼 복잡한 작품도 없다. 시간을 오가고 화자에 따라 다른 묘사, 그리고 인물들의 관계 등 그의 작품에 담긴 특성은 모두 ‘범죄의 재구성’에서 엿볼 수 있다.

그 때문에 최동훈 감독은 이 작품에서 빠른 편집 스타일을 고수했고 신민경 기사라는 그의 ‘손’이 될 편집기사와의 조우하게 됐다. 내레이션과 편집으로 특유의 리듬감을 형성하는 최동훈 감독의 스타일은 이미 이때 완성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배우들의 연기력이 한계점에 도달한 순간의 묘미를 경험할 수 있다. 박신양의 능청스런 사기꾼 연기는 물론이고 ‘지구를 지켜라!’로 존재감을 발산했던 백윤식이 연기로 쐐기를 박기도 했다. 그리고 한국영화계를 뒤흔들 김윤석의 스크린 데뷔작이자 염정아가 ‘글래머러스한 팜므파탈’이란 이미지를 깬 작품이기도 하다.


# 패러디를 양산한 유행 ‘타짜’

허영만 화백의 작품을 영화화한 ‘타짜’는 최동훈 감독의 작품 중 가장 긴 생명력을 가졌다. 조승우의 고니와 김윤석의 아귀가 펼친 마지막 대결은 지금도 예능프로그램이나 UCC를 통해 끊임없이 패러디되고 있고, 정마담 김혜수의 ‘나 이대 나온 여자야!’라는 대사 역시 성대모사 등으로 영화를 보지 않은 이들에게도 익숙한 명구로 남았다.

이런 맛깔 나는 장면, 대사들은 ‘범죄의 재구성’에 이어 ‘타짜’를 통해 최동훈 감독의 전매특허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이는 모두 원작 ‘타짜’를 새롭게 재조합해낸 그의 센스와 그것을 명확하게 표현한 배우들의 역량이 함께 빚어낸 결과물이었다.

특히 조승우의 내레이션과 막으로 나뉜 형식은 고니라는 인물의 연대기를 알기 쉽게 정리하면서도 고전적인 리듬감을 형성해 ‘타짜’의 풍미를 구축하는 데 일조했다.


# 대놓고 던지는 유머와 새로운 도전 ‘전우치’

‘전우치’는 최동훈 감독이 대놓고 재미를 노린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강동원과 유해진 콤비를 전면으로 내세워 도사가 현대에 떨어져 생기는 일련의 사건을 재치 있는 유머와 한국 설화를 바탕으로 한 판타지를 혼합시켜 완성시켰다.

또한 영화 막판, 희대의 ‘반전’으로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만으로도 ‘전우치’는 그의 필모그라피에서 가장 독특한 지점을 차지하기도 했다. 더불어 최동훈 감독의 작품에 3연속으로 출연한 김윤석, 백윤식의 중후한 연기도 묵직한 인상을 남겼다.

물론 그의 작품 중 가장 대중적인 요소를 노린 만큼 일각에서 비판을 받은 것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전국 6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최동훈 감독의 흥행 행보를 이어갈 발판을 마련했다.


# 초호화 캐스팅에 화려한 성적 ‘도둑들’

어쩌면 그가 꿈꿨던 진정한 ‘케이퍼무비’는 ‘도둑들’에서 완성됐는지도 모른다. 예명을 쓰는 전문가들, 나라를 오가는 범죄행각, 그리고 속고 속이는 심리전까지 헐리우드 영화 못지않은 요소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완성시켰다.

이 작품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한 김윤석의 영화 후반부 깜짝 놀랄 액션장면들은 ‘도둑들’의 백미. 또한 ‘엽기적인 그녀’ 이후 한동안 ‘CF스타’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던 배우 전지현의 진정한 활약이 돋보이기도 했다.

또한 이 작품에서 최동훈 감독은 임달화, 이신제, 증국장 등의 배우와 작업하는 기회를 얻는가 하면, ‘천만감독’이란 타이틀을 얻었으니 그에게도 기념비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 일본까지 진출한 항일영화 ‘암살’

‘도둑들’에 이어 최동훈 감독은 다시 전지현과 손을 잡았다. ‘도둑들’ 이후 ‘베를린’으로도 인정받은 전지현은 이 작품에서 1인 2역을 소화하는 역량을 입증했고, 이정재와 하정우는 각자 캐릭터의 성격을 기가 막힌 연기로 살려내 관객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또한 그는 1920년대 독립투사들의 이야기로도 훌륭한 ‘케이퍼무비’가 될 수 있음을 입증하듯 각종 시퀀스에서 빼어난 액션 감각을 보증하는 장면들을 보여줬다.

‘암살’은 ‘도둑들’에 이어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최동훈 감독에게 ‘2연속 천만’이란 선물을 안겨줬을 뿐만 아니라 ‘항일 영화’로 일본 개봉을 성공시키며 작품성까지 보장받는 명예를 보여줬다. 일본 평론가에게 호평을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그의 연출력이 인정받았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처럼 최동훈 감독은 ‘5연속 안타’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2015년 ‘암살’ 이후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서 영화학도들, 예비영화인들에게 노하우를 전수 중인 그는 차기작에 많은 신중을 기하고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최동훈 감독이 다음 편에서는 또 어떤 캐릭터와 플롯으로 관객들을 극장가로 이끌지 기대하지 않을 수 있을까.

 

성찬얼기자 remember_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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