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은의 잼있게 미술읽기]ㅡ동방신기 CF 모티브된 명화 '꽃밭의기사'

기사 등록 2011-09-19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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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루주 로슈그로스[꽃밭의기사],1892년,캔버스에유채,오르세미술관.

[이슈데일리 박정은 미술컬럼 전문기자] 눈부시게 아름다운 반라의 여인들이 한청년 앞에 모여있습니다. 그런데 그녀들의 몸짓이 매우 유혹적으로 보입니다. 청년은 은빛갑옷으로 무장한 채, 시선은 아름다운 여인들의 유혹을 피하기라도 하듯, 허공을 향하고 있으며 마치 그의 모습은 그녀들과 동떨어진 세계에 있는듯 합니다.

여인들의 눈빛과 몸짓, 손짓 하나하나가 청년을 향해 있으며 그녀들의 자태는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고혹적이며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는듯 합니다. 그녀들의 반라의 몸에는 나팔꽃과 수선화 ,장미,모란,튤립,수국,제비꽃으로 장식을 하고 있으며 들판의 다른 수많은 꽃들과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극대화 시키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여인들의 요염한 자태와 그런 그녀들과는 동 떨어진 모습으로 유혹을 뿌리치는 비장한 모습이라기 보다는 어찌보면 멍한 듯 하늘높이 시선을 고정 시키고 있는 은빛갑옷기사를 입은 이 청년은 누구일까요?

이 작품은 바그너의 오페라 '파르지팔'에서 등장하는 꽃의 요정들의 테마를 주된 모티브로 하고 있는 조루주 로슈그로스의 '꽃밭의 기사'입니다. 아름다운 색채와 화면에 등장하는 요정들의 전형적인 아름다움으로 인해 한번 그림을 보고 나면 시선을 뗄수 없으며 순간 시간이 멈춘듯한 황홀함을 경험하는 대작입니다.

이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CF도 최근 등장했습니다. 동방신기와 김혜수가 꽃밭을 배경으로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모 CF가 그것입니다. 많은 시청자들은 '참 좋은 모티브다'라고 생각하시겠지만, 그것이 바로 이 작품에서 나온 것입니다. 바로 명화의 힘입니다.

이 작품은 12세기 프랑스 시인 크레티앙 드 트루아와 그의 독일인 제자였던 볼프람 본 에쉔바흐가 언급했던 '성배의 전설' 에서 영감을 얻어 창작된 바그너의 오페라 '파르지팔'중 '악을 상대로 승리한 선' 을 상징하는 것 입니다. 위의 그림은 성배를 되찾는 운명을 가진 순결한 주인공 '파르지팔'이 마법사' 클링조르의 성을 지키는 파수꾼들을 물리친 직후의 장면입니다. '성배의 전설'은 예수그리스도가 열두 제자와 함께 최후의 만찬 당시 사용했던 성배가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매달리는 수난을 당할 때 그 상처에서 흘러나온 피를 받는데 사용되었다는 전설입니다.

'파르지팔'은 펠리노어왕의 아들이었는데 그의 어머니가 '파르지팔의 신변보호를 위해 깊은 산속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모른체 15살때까지 살게 하였습니다. 그러던중 우연히 집 앞으로 기사들이 지나가는 모습을 본 '파르지팔'은 원탁의 기사가 될것을 꿈꾸게 되었고 기사가 된 그는 피서왕을 고쳐 주기위해 무슨병이든지 다 고칠수 있는 성배를 찾아 길을 나서게 되었습니다.

'클림조르'는 성배를 지키는 기사에 탈락한것에 앙심을 품고 성배를 지키는 사원 근처에 화려한 화원을 만들어 성배의 기사들을 타락시킵니다. 그는 성배를 찾으러온 '파르지팔'을 파멸시키려고 마법의힘으로 요정 '쿤드리' 를 절세미인으로 변하게 시켜 그녀로 하여금 유혹하게 만들었습니다.

클림조르의 성이 꺼져 버리자 '쿤드리'는 아름다운 자태로 화려한 화원에서 요정들 틈에 끼어 '파르지팔'의 부모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아버지가 누구인지 조차 몰랐던 '파르지팔'이 그녀의 말에 귀기울이자 그녀는 그를 위로하는 척하며 그에게 열렬히 키스하며 그를 유혹합니다. 하지만 순결한 '파르지팔'은 이내 자신이 유혹에 걸려 들었음을 알고 이를 뿌리칩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인이 그것도 여러명의 여인들이 한꺼번에 요염한 몸짓과 손짓으로 남자를 유혹하는데 그 유혹을 뿌리치는일은 결코 쉬운일 아닐것 입니다. '로슈그로스'는 꽃의 요정들이 '파르지팔'을 유혹하는 장면을 모티프로 이 작품을 그렸으며 그의 섬세함과 회화적으로 묘사하는 뛰어난 실력으로 인해 '불꽃으로 만들어진 꽃다발' 이라는 찬사를 받을만큼 몽환적이며 신비스럽기까지한 '꽃밭의기사' '불후의 명작'을 남겼습니다.

로슈그로스는 1894년6월 잡지 '주르날 데 데바' 를 통하여 이 작품의 구성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였습니다. ' 나는 바그너의 오페라 장면을 정확하게 묘사하는 방법을 찾으려고 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오페라의 각본과 정확히 일치할 수 있는 마법의 성의 모습이나 파르지팔의 의상 ,그리고 다른 세부적인 요소들을 의도적으로 소홀히 다루었다. 오페라의 장면들이 지니고 있는 의도조차 상징화 시킴으로써 이 모든 것을 일반화 시키려고 했던 것이다'라고.

로슈그로스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파르지팔'의 성배를 찾으려는 자신의 목표를 향해 모든 유혹을 뿌리치고 한곳으로 향한 고정된 시선, 꽃의 요정들의 의인화된 아름다운 자태의 눈빛과 손짓들은 '로슈그로스' 만의 자유로운 작품 해석에서 나온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당대의 비평가들도 그의 선험적인 선입견을 받아들였고 그의 역사적인 작품에 무한한 찬사를 보냈습니다.

바그너의 오페라를 모티프로한 수많은 작품들에서 나타난 어둡고 암울한 묘사가 아닌 화려하고 현란한 색채와 율동적인 반라의 아름다운 요정들로 인해 다른 작품들에 비해 더욱 빛을 발하는 로슈그로스의 '꽃밭의 기사' 명작을 이 글을 읽는 독자들께서는 사진이 아닌 실물로 꼭 볼수있는 행운이 있기를 바랍니다.

 

박정은기자 pyk73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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