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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리뷰] 영화 '열여덟, 열아홉'을 보며 느낀 단상들

기사 등록 2012-03-04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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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홍수연 인턴기자] 주민등록증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어른들이 드나드는 장소를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고, 마음 놓고 화장을 할 수 있고, 부모의 동의 없이 결혼을 할 수 있는 것들이 전부일까. 주민등록증을 받아든 때가 바로 어른이 된 때일까.

어른이 되면 모든 것이 해결될 줄 알았지만 해야 할 것들만 수두룩하고, 힘들고 고단한 일투성이다. 학교에서는 이러한 사실을 알려주지 않는다. 세상과 마주하는 법, 자신과 그 이외의 다른 상대를 사랑하는 법, 어려운 고민이 있을 때 해결하는 법 등은 어른이 되면서 혼자 스스로 깨우쳐가야 한다.

배광수 감독의 영화 '열여덟, 열아홉'은 이란성 쌍둥이 호야(유연석 분)와 서야(백진희 분)의 감정을 통해 한 인간이 세상과 마주하기가 얼마나 외롭고 어려운 것인지 담담히 보여주는 영화다. 다시 말해 '열여덟, 열아홉'이 사춘기 청소년들의 성장통을 다루고 있지만 어른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은 작품이다.

영화 속 호야와 서야는 주민등록증을 받을 수 있어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하지만 그 이후 호야는 쌍둥이 동생 서야에게 뜻밖의 고백을 듣게 되고 혼란과 갈등으로 빠져든다. 호야는 자신을 좋아하는 도미(엄현경 분)와 서야 사이에서 고민하지만 해답을 찾을 수 없다.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물어볼 수도 없는 호야의 걱정은 인간의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로 상징된다. 주변사람들의 오해와 편견은 호야의 적개심을 불러오고 호야가 이를 해결하는 방식은 친구들에 대한 복수, 일차원적인 수준에 머무른다. 하지만 곧 그것이 전부가 아님을 깨닫고 호야는 울부짖게 된다.

어른이면 모든 문제에 정답을 내릴 수 있다고 여기지만 그렇지 못하다. 때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놓고 그것을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잃지 않는 것이 더욱 현명한 일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링 위에서의 호야처럼 자신의 적과 맞서지 않는다. 어른이라는 핑계로, 불필요한 이유들로 마음속에 있는 용기의 칼을 빼어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고정관념 속에 살고 있다. 그것을 깨고,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막상 실행으로 옮기지 못한다. 어른이 되면서 용기라는 두 글자의 무게는 깃털보다 더 가벼워지고 사랑의 의미는 장밋빛에서 회색빛으로 퇴색되어 간다.

과연 어른이란 어떤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일까. 혹시 영화 속 호야처럼 흠씬 두들겨 맞고 나면 깨달을 수 있을까. 우리가 사춘기 시절 가지고 있었던 세상을 향한 막연한 동경과 용기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홍수연 인턴기자 h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