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은의 잼있게 미술읽기]ㅡ재즈의 선율이 흐르는, 와다 마코토의 '빌 에반스'
기사 등록 2011-12-01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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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박정은 미술커럼 전문기자]아마도 무라카미 하루키는 재즈를 가장 사랑하는 소설가일 것입니다. 본래 하루키의 소설에는 음악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는데, 그 중에서도 재즈에 관한 하루키의 애정은 아주 각별합니다. 그런데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재즈의 초상(Portrait inJazz)>에 하루키의 섬세한 필치 만큼이나 돋보이는게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뮤지션의 초상화를 그린 와다 마코토의 삽화들입니다.
하루키는 물론 재즈 전문가도 비평가도 아니지만 수천장이 넘는 LP앨범을 소유하고 평생 그것들과 함께 해온 재즈 애호가란 점에서 그는 사실상 재즈 전문가에 가까운 소양을 갖춘 인물입니다. 하루키는 풍부한 감성과 간결한 문체로 20명이 넘는 뮤지션들의 음악을 리뷰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기억 속에 자리잡은 재즈를 온전히 자신의 체험으로 소화해 풀어내는 하루키의 그윽한 이야기들은 개개 재즈의색깔이나 분위기와 너무도 잘 어울립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리뷰를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게 바로 와다 마코토의 그림입니다. 하루키가 소개하는 재즈 뮤지션의 리뷰 옆에는 어김없이 와다 마코토의 삽화가 그려져 있습니다. 그의 삽화는 하루키의 글 만큼이나 감성적입니다. 포인트를 잡아 코믹하고 간결하게 그려진 뮤지션들의 모습에서 재즈 특유의 나른한 분위기가 물씬 풍겨나옵니다. 그림만 봐도 재즈 리듬이 금방 흘러나올 것만 같습니다.
하루키의 책에서 재즈 역사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피아니스트 중 하나인 빌 에반스를 골라 봤습니다. 그의 이름이 곧 재즈 피아노일 정도로 빌 에반스가 생전에 남긴 앨범들은 오늘날 대개 재즈 피아노를 대표하는 명반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빌 에반스는 원래 마일즈 데이비스 밴드의 일원이었다가 후에 베이시스트 스콧라파로, 드러머 폴 모티안과 더불어 그 유명한 '빌 에반스 트리오'를 결성하면서 재즈 역사상 가장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피아노 트리오를 선보였습니다. 빌 에반스 트리오 이후 피아노를 주축으로 하는 '피아노 트리오'는 현대 재즈를 대표하는 가장 기본적인 구성 형식의 하나로 자리매김해 오고 있습니다.
비밥(1940년대 중반 미국에서 유행한 자유분방한 재즈 연주스타일) 피아니스트들의 현란하고 열정적인 연주와 달리 빌 에반스는 내면에서 우러나는 섬세하고 깊이 있는 연주로 유명했었습니다. 그의 피아노 연주는 미묘한 코드로 구성된 이전의 재즈 스타일에서 벗어나 음미할 수 있는 감성의 영역을 제시해준다는 평가입니다. 빌 에반스는 흥겨운 리듬감 보다는 촉촉하고 은밀하게 파고드는 감성을 중심으로 자신의 음악 세계를 구현해냈습니다.
와다 마코토는 그런 빌 에반스를 무척 조용하고 온화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재즈 피아노계의 음유시인 같은 모습입니다. 세련되고 정갈한 그의 재즈 만큼이나그림도 매우 지적입니다. 사색적이고 서정적인 그의 피아노음이 들려나오는 듯한 느낌입니다. 그림만 봐도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멜러디로 가득한 빌 에반스의 그유명한 'Waltz For Debby'가 듣고 싶어집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나 와다 마코토 공히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기 전에 해당 뮤지션의 레코드를 몇 장 듣는다고 합니다. 사진만 봐선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얼굴은 비슷하게 그릴 수 있어도 그 이상의 무엇인가를 추구하려면 역시 음악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하루키나 마코토는 LP로 그들의 재즈를 듣습니다. 비록 구닥다리 방식일지는 몰라도 LP만큼 옛 재즈 연주자들의 음악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것도 없다는 얘기입니다.
와다 마코토는 무라카미 하루키와 작업하면서 국내에도 알려지게 되었지만, 일본에선 상당히 저명한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오사카 출신인 그는 최근 오사카에서 개최된 <유러피언 필름 페스티벌> 행사에 이벤트로 기획된 '유럽 영화 일러스트전'에 작품을 출품하기도 했습니다. 페데리코 펠리니의 <길>이나 장 뤽 고다르의 <네멋대로 해라> 같은 유럽의 고전영화들이 와다 마코토에 의해 일러스트로 재탄생하는 모습은 신기할 정도입니다.
박정은기자 pyk73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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