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공조’ 김주혁 “차기성이 악역? 그저 신념 강한 인물”

기사 등록 2017-02-01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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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안예랑기자]배우 김주혁이 달라졌다.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2008), '뷰티인사이드'(2014), '좋아해줘'(2015) 등 다양한 영화에서 부드럽고 로맨틱한 면모를 보이며 여심을 저격했던 그가 180도 다른 연기로 관객을 찾는다. 영화 ‘공조’(감독 김성훈)에서 김주혁은 북한 비밀조직의 리더 차기성역을 맡아 냉철하고 이익만을 좇는 ‘악역’으로 완벽한 변신을 알렸다. ‘나의 절친 악당들’(2014) 속 회장보다 더 악랄하고, ‘비밀은 없다’(2016) 속 김종찬보다 더 냉철하다. 이슈데일리는 최근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성공적으로 ‘악역’의 시작을 알린 김주혁을 만났다.

“내용이 심플해서 좋았어요. 심플하면 자칫 유치해질 수도 있는데 그런 것도 없이 깔끔하게 떨어지더라고요. 특별하게 군더더기 없는 작품?(웃음) 악역도 해보고 싶었고요. 영화가 볼거리가 많아요. 액션, 가족의 따듯함, 선과 악의 긴장감까지. 그래서 좋았어요.”

영화를 선택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그는 간단한 대답을 남긴다. 김주혁이 ‘공조’에서 분한 차기성은 말 그대로 ‘악’에 서있는 인물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동료들을 배신하고, 사람을 죽이는 데 망설임이 없다. 김주혁은 차기성을 연기하기 위해 외적인 부분에 많은 신경을 썼다. 영화 속 샤워 장면에서 등장한 그의 탄탄한 몸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함께 출연한 배우 현빈은 김주혁의 몸을 보고 “졌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운동도 하고, 태닝도 하고, 살도 좀 뺐어요. 얼굴도 검게, 피부표현도 거칠게. 외향적인 부분에는 신경을 썼죠. 여성 관객들의 찬사가 들려서 아주 흡족해하고 있습니다.(웃음) 원래 노출 장면이 없었는데 생겼어요. 몸을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차기성의 상처들을 보여주려고 그 장면을 넣었어요. 캐릭터가 강인하고, 갖은 고난을 극복하고 온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죠.“

김주혁은 차기성의 내면을 이해하는 데 많은 신경을 썼다. 그래서일까. 그에게 차기성은 ‘악역’이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었다.

"저는 악역이라고 생각 안했어요. 악역이라고 생각하고 '나쁘게 보여야지'했으면 매력이 떨어졌을 거예요. 악역을 하기 때문에 무서워보여야 되고, 힘을 줘야 되고 그러지 않았어요. 대신 가장 많이 생각했던 게 '나는 맞다, 내 행동은 옳다'. 차기성이라는 인물은 정말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고 행동을 하는 걸 거예요. 그래서 저도 행동에 정당성을 가지려고 했죠."

차기성은 자신의 행동에 망설임이 없다. 누가 봐도 악랄한 행동을 하면서도 마치 자신이 옳은 길을 걷고 있다는 듯이 임철령(현빈)을 설득하기도 한다. 김주혁은 차기성이라는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 그의 신념을 생각했다고 말한다.

"차기성의 신념은 나라에 대한 배신감이에요. 그 부분에 중점을 뒀죠. 나라를 위해 충성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나라에 배신을 당했고, 가족도 나라에 의해서 총살을 당했고. 이러한 상황에서 그의 신념은 나라에 대한 반감으로 표현될 수밖에 없어요."



관객들에게는 ‘공조’ 속 김주혁이 낯설었을지 모른다. 예능 속 ‘구탱이형’도, 기존 작품에서의 부드러운 이미지도 찾아볼 수 없다. 전에도 악역에 가까운 캐릭터를 선보이기도 했지만 이번만큼 임팩트가 크지는 않았다. 김주혁은 이번 영화를 통해 ‘악역도 가능한 배우’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렸다. 그러나 이렇게 기존 캐릭터와 거리감이 느껴지는 연기를 선택한데에 상당한 부담감도 따랐을 것 같다.

"부담을 느끼면 연기하는 데 제약을 줘요. 그냥 '들이받자' 이런 느낌으로 연기했죠. 그래야 날 것 같은 느낌이 나오거든요. '1박 2일'이 끝나고 작품 활동을 계속 한 것도 배우 김주혁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였어요. 이런 캐릭터를 연기한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도전이었죠."

김주혁과의 대화에서 빠질 수 없는 주제가 KBS2 예능 '1박 2일'이었다. 영화배우의 무거운 이미지가 강했던 김주혁을 친근감 있는 캐릭터로 만들었다. 연기에 더 열중하고 싶어서 아쉬운 이별을 했지만 김주혁에게도 '1박 2일'은 선물이었다.

"제 연기 인생에 있어서 어떤 벽을 허물어준 경험이에요. 연기 하는 데 힘을 뺄 수 있게 됐고, 도전하는데 두려움이 없어졌어요."

두려움이 없어졌다는 김주혁은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1박 2일' 하차 후 다양한 영화에 이름을 올리며 배우의 행보를 이어나갔다. 그 중에는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2016)이라는 단편 영화도 있었다.

"오히려 전에 주저했던 것에 대해 후회되더라고요. 작품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다 하고, 역할이 마음에 들면 앞뒤 사정 가리지 않고 출연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단편 영화를 찍고 나니까 신인이 된 기분이 들더라고요. 한 계단 한 계단 다시 올라가보자. 제 마음을 다시 잡는 계기가 됐어요.“

신인의 마음으로 돌아가 두려움 없이 부딪히고 있다는 그는 영화계에서는 이미 뼈가 굵은 사람이다. 98년 SBS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지금까지 영화, 드라마 등 크고 작은 작품을 통해 경험을 쌓았다. 20년이 지난 지금, 신인시절 김주혁과 비교했을 때 관록이 묻어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예전에는 물을 하나 마실 때도 ‘왜 마실까’라는 질문을 했어요. 그러니까 어색한 연기가 되는 거예요. 요즘에는 그래요. 내가 마시고 싶으니까 마시지. 그렇게 제 연기에 자신감이 붙었어요.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은 생각을 하지 않잖아요. 캐릭터도 마찬가지예요. 캐릭터도 수많은 인간상 중에 하나인데 어떻게 모든 사람들과 같은 생각을 하고 살겠어요. 제가 연기를 하면서 ‘이게 맞아’라고 밀어붙이면 사람들은 ‘아, 이런 사람도 있지’라고 생각을 할 거예요. 제 연기에 확신을 가지기 시작했어요.”


김주혁은 하루라도 빨리 다른 작품에 들어가고 싶다며 연기에 대한 열정을 드러낸다. 예전에는 막연히 부딪히기만 했다면 요즘에는 정리된 열정을 가지고 있다는 김주혁에게도 여전히 연기는 어려운 주제다.

“요즘에는 어떻게 하면 감성을 더 키울 수 있을지 고민해요. 다큐멘터리 보면서 ‘저렇게 연기해야지. 나는 평상시에는 저런 모습인데 연기를 할 때는 왜 다른 사람처럼 변할까’ 이런 생각해요. 제 목표가 리얼함이거든요. 연기를 할 때 그 사람이 될 수는 없겠지만 가장 리얼한 감성을 담아내는 게 목표예요.”

그래서 김주혁은 말한다. 예능이 하나의 벽을 허물 수 있었다면, 앞으로 또 하나의 벽을 허물 준비를 하겠다고.

“다음의 벽은 예상하건데, 지금부터 공부를 해야될 것 같아요. 머리가 비어있으면 그 벽이 올 것 같네요. 지금부터 경험을 쌓고, 지식을 쌓아가면서 머리를 다 채워놔야 그 벽을 허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네요.”

김주혁은 "아무리 연습을 하고 와도 카메라 앞에 서면 내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래서 연기를 할 때는 힘을 빼야 된다고 말이다. 실제로 만난 그에게도 평소의 연기 스타일이 묻어났다. 여유로웠고 지나온 시간들이 차분히 쌓인 것 같은 사람이었다. 그런 여유를 가지고 카메라 앞에 서기에 도전이 두렵지 않다는 김주혁. 그렇기에 그의 연기는 항상 자신의 옷을 입은 듯 자연스러운 색채를 뿜어내는 걸지도 모른다. 김주혁은 앞으로도 꾸준히 연기 활동에 매진할 계획이다. 역할, 영화의 내용을 가리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연기라면 해보고 싶다는 김주혁의 열정만큼 그가 바쁜 2017년을 보내길 바란다.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안예랑기자 yrang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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