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2011년, 대중에게 찐하고 짠하게 다가온 배우 류현경

기사 등록 2011-12-27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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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유지윤기자]소탈, 솔직함, 배우 류현경과의 인터뷰 도중 계속 머릿속에 맴도는 이미지들이다. 최근 종영한 MBC 10부작 드라마 ‘심야병원’에서 홍나경으로 분해 대중들과 마주했던 류현경은 인터뷰 내내 특유의 명랑한 모습으로 즐거운 에너지를 발산했다. 충무로와 브라운관을 긴장시키던 배우 류현경의 모습보다는 마치 ‘심야병원’ 속 밝고 톡톡튀는 홍나경이 화면 속에서 그대로 튀어나온 듯한 모습이었다.

서울 신사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나 ‘심야병원’ 속 비하인드 스토리와 연기, 사랑 등 인간 류현경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류현경이 ‘심야병원’에서 맡은 홍나경이라는 캐릭터는 여자에 나이도 많다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서울 2류 병원에서 일하던 외과 전공의다. 그러나 일을 하던 중 사고를 치고 쫓겨나 허준(윤태영 분)과 엮이게 되면서 심야병원에서 일하게 되는 인물이다.

“홍나경이라는 인물은 외적의 아픔 뿐 만아니라 내적으로도 상처받은 이들을 도우며 상처를 치료해주는 훈훈한 의사예요. 내면의 아픔을 들여다보고 보듬는 부분을 많이 부각시키지 못한 것 같아 조금 아쉬워요. 그리고 실제 상처를 봉합하는 연습을 했는데 그 부분을 못보여드렸어요. 이러나 저러나 의사 역할에 조금 미련이 남네요. 나중에 의사 역할을 한 번 더 한다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심야병원’은 아내를 잃은 의사가 살인범을 잡기 위해 심야에만 영업 하는 수상한 병원을 개원하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룬 옴니버스 형식의 단막드라마다. 기존 단막극과 달리 한 편 한 편의 완성도를 위해 다섯 명의 감독(최은경, 권성창, 정지인, 최준배, 이재진)과 다섯 명의 작가(이현주, 고정원, 이지영, 원영옥, 김현경)가 참여했다.

“아무래도 한 드라마에 감독님이 다섯 명의 감독과 작가 분들이 참여하니 체력과 정신적으로 소모가 많았어요. 대본의 말투나 동선 이런 디테일한 부분의 일관성이 조금 없어서 그것을 맞추느라 배우들이 애를 좀 먹었죠. 하지만 감독님들마다 잘하고자 하는 욕심들이 있으시기 때문에 그런 고충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각자 감독님들이 전개하고자 하는 방향에 잘 따라가서 그 욕심을 채워주자는 마음가짐으로 일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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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류현경은 연하남 유연석의 보호와 구애를 받아 러브라인을 그렸고 시청자들은 연하남과 연상녀의 로맨스에 많은 호응을 보냈다. 유연석과 연기호흡은 어땠는지 그가 솔직하게 털어놨다.

“대본 봤을 때부터 너무 오글거렸다고 해야하나? 촬영하면서 생각 한 것인데 저는 연석이를 위해 존재하는 도구 같았어요. 그래서 연석이한테 ‘내가 널 돋보이게 해주는거야. 잘해’라고 말하기도 했어요.(웃음) 연석이와 재미있게 촬영했어요”

류현경은 유연석 외에도 윤태영과의 러브라인도 연출했다. 유연석과 윤태영 둘 중 어느 인물이 실제 이상형에 가까운지 물었다.

“둘다 싫을 것 같아요.(웃음) 실제 연하남은 별로 안 좋아하고, 허준(윤태영 분)같은 경우는 옛 여자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라 사랑을 한다면 제가 너무 힘들 것 같아서 싫어요. 극 중 구동만 역을 맡으신 최정우 선배님이 제 이상형에 더 가까워요. 성격도 시원시원하시고 선후배의 연기를 모두 존중해주세요. 또 촬영이 힘들어도 불평 한 마디 하는 것을 못봤어요”

류현경의 안방극장 컴백은 지난 2009년 ‘떼루아’ 이후 약 2년 만이다. 스크린에서는 종횡무진했던 그가 드라마에서 얼굴을 보기 힘들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 출연은 꾸준히 해왔는데 실제로 드라마 섭외가 한 편도 안들어왔어요. 아무래도 드라마 쪽 관계자 분들이 ‘그냥 류현경은 영화만 하는 애인가보다’라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그리고 제 인지도나 연기적 위치라 좀 애매했던 것도 한 몫했던 것 같아요. 긴 호흡에 주연으로 쓰기에는 반신반의가 들고, 아예 조연으로 출연시키기에는 조금 아깝다는 생각들을 하셨더라고 들었어요. 내년에는 더 열심히해서 안 애매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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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경은 내년 초 SBS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시트콤 ‘도롱뇽도사와 그림자 조작단’(극본 서은정, 연출 박승민)의 여주인공 봉경자 역에 캐스팅돼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이다. 극 중에서 류현경은 겉으로는 과학수사를 추구하는 듯 보이지만 샤머니즘을 신봉하며 화투점 운세에 의지하는 엉뚱한 강력계 여형사다.

“처음 대본을 봤을 때 정말 재미있어요. 마치 추리소설 한 편을 읽은 느낌이었어요.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는 것이라 부담감도 있지만 저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는데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요”

류현경은 연기 외에도 연출에서도 부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가 연출한 단편영화 ‘날강도’가 제8회 아시아나 국제 단편영화제에서 국제경쟁부분 본선 진출작으로 선정됐을 정도. 이외에도 지난해 제3회 충무로영화제 대학생 단편영화 부분에 자신의 졸업 작품 ‘광태의 기초’를 출품에 본선에 오른 바 있다. 영화 연출에 대한 앞으로 계획에 대해 물었다.

“학교 다닐 때는 시간도 많고 친구들과 작품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연출이 가능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연출에 대해 신경 쓸 틈도 없을뿐더러 연기에 에너지를 쏟아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연기자로서 조금 더 탄탄하게 입지를 굳힌 후 여유와 시간이 생기면 다시 영화를 만들 수는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생각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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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영화를 연출했던 것이 인연이 돼 류현경은 지난 12월 2일 독립영화전용관 재개관을 앞두고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홍보대사로 이제훈과 함께 위촉됐다.

“제가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은 딱 두 가지이에요. 좋은 영화랑 안좋아하는 영화. 좋아하는 영화를 오래 보고 싶은 마음에서 홍보대사를 맡았어요. 딱히 독립영화를 고집하는 것은 아니고, 독립영화와 상업영화에 관계없이 좋아하는 영화에 좋아하는 배우들, 스태프들과 함께 연기하면 좋잖아요. 독립영화가 더욱 활성화되면 좋은 영화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더욱 넓어지지 않을까요?”

지난 1996년 SBS 드라마 ‘곰탕’에서 김혜수의 아역으로 데뷔해 벌써 16년 째 연기 활동을 꾸준히 이어온 그는 연기, 혹은 연출 밖에 할 줄 아는 것이 없다고 말한다. 올해 초 ‘찐하고 짠한 일만 하자’라는 계획을 나름대로 잘 지켰다고 흐뭇해하는 류현경이 내년에는 대중들에게 얼마나 더 찐하고 짠하게 다가올지 기대해본다.

 

유지윤기자 jiyoon225@ 사진 송재원 기자 su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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