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 ‘어떤 살인’ 신현빈, “고통 겪는 신 역겨운 느낌 실제로 들었다”

기사 등록 2015-10-1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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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전예슬기자] 이런 배우가 있었던가. 영화가 끝날 때 쯤, 관객들의 뇌리에는 ‘저 배우는 누구지?’란 의문이 가득할 것이다.

한 순간의 쾌락을 위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남자들’에게 총구를 겨눈 ‘한 여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어떤 살인’. ‘한 여자’ 채지은 역을 맡은 신현빈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살인자가 될 수밖에 없던 이유들을 차근차근 설명한다.

‘어떤 살인’(감독 안용훈)은 영화 ‘도가니’ ‘한공주’ ‘돈 크라이 마미’ ‘방황하는 칼날’과 마찬가지로 현실의 문제를 소재로 삼았다.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사건들을 모티브로 제작된 성폭행 장면은 대중들에게 가히 충격으로 다가온다. 이를 연기하는 배우들 또한 피해자의 심경과 암담한 현실을 대변해야 하므로 쉽지 않았을 것.

최근 서울 성동구 왕십리의 한 장소에서 배우 신현빈은 이슈데일리와 만나 ‘어떤 살인’에 대해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눴다.



“대본을 처음 받고 ‘내가 하고 싶은 역인가?’란 걱정을 했어요. 복합적인 고통을 겪는 신들이 많았기 때문이죠. 특히 박 형사랑 다투는 신이 감정적으로 힘들었어요. 감독님께서 오감을 동원해 피비린내 나는 느낌을 최대한 살려줬으면 좋겠다고 하셨거든요. 장면을 준비하면서 어느 순간 너무 역겨운 느낌이 실제로 들었어요. 일주일 동안은 제대로 음식을 먹지도 못했죠. ‘이 신을 어떻게 찍어야하나’란 생각밖에 들지 않았어요. 하지만 막상 찍을 땐 온전한 마음으로 촬영에 임할 수 있었어요. 너무 피곤해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죠.”

채지은은 어릴 적 사고로 인해 부모를 잃고 언어장애를 겪는다. 여자로서 상상 조차 할 수 없던 사건으로 인해 절대 치유할 수 없는 상처가 생긴 지은은 백 마디의 ‘말’이 아닌, ‘표정’과 ‘행동’으로 슬픔‧참혹함‧분노를 표현한다. 신현빈은 그 어떤 사회적, 제도적 보호도 받지 못한 채 벼랑 끝으로 떨어져 버린 지은에 스며들었다.

“언어장애 연기는 전문 서적을 찾아봤어요. 외부적인 사고로 인해서거나 내부적인 신체 문제로 언어장애를 겪게 되는 거죠. 지은은 내부적인 문제였어요. 감독님과 함께 준비하면서 어느 정도 대사를 해야 하는지 연습했어요. 너무 더듬거리며 말해도 관객들에게 전달이 안 되기 때문이죠. 처음엔 자막을 다 넣어야하나 싶었는데 그러면 영화를 보기도 불편하고 캐릭터를 잘 살릴 수 없다는 생각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어떤 살인’에서는 다른 영화에서 익히 보여준 복수를 위한, 복수의 행위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주인공의 심리 상태와 행동의 이유를 담담하게 보여준다. 특히 지은의 눈을 클로즈업 한 정면에서는 그가 느끼고 있는 감정을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한다. 이는 감독이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와 배우의 합이 어우러져야 하는 것. 감독은 신현빈에게 연기에 대해 아낌없는 조언과 캐릭터에 대해 설명했다.



“말을 더듬고 끔찍한 일을 많이 겪는 캐릭터가 없었으므로 편하게 하라고 감독님께서 조언해 주셨어요. 그러니까 더 까다롭게 느껴졌어요. 감독님은 연기를 할 때 무언가 많이 하는 것을 좋아하시지 않으세요. 너무 찡그린다거나 그런 것을 싫어하셨죠. 연기할 때 더 어려웠던 것 같아요. 지은은 말도 못하고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눈뜨고 있거나 숨 쉬고 있는 것 밖에 없는데 말이죠. ‘이런 캐릭터가 전례에 있었다면 연기를 하기 조금 더 수월 했을까’란 생각이 들었어요.”

신현빈은 지은의 내면에 완벽하게 다가간다. ‘지은’을 분석하고 같은 여자로서 이해했다. 신현빈이 바라본 지은은 관객들이 바라본 지은보다 더 깊숙이 느꼈을 것.

“지은이라는 캐릭터는 남에게 무시당해도 크게 폭발하지 않는 성격이에요. 영화 속에서 지은이 폭발하는 모습을 보이면 보는 사람 또한 통쾌하다고 느낄 수 있을 텐데, 지은은 그렇지 않죠. 지은에게 10년 동안 무시하는 소리를 듣고, 맞으며 살아온 것은 사건이 아니라 일상이어서 그런 것 같아요. 감독님께서도 말씀하시길 운동을 하던 친구니까 정신적으로 강하며 동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셨어요. 그만큼 진중한 친구인거죠. 지은이 표현하고자 하는 절제된 연기가 보기에 불편하지 않았다면 그게 맞는 것 같아요.”

‘어떤 살인’은 제목에서부터 주인공이 누군가를 향한 살인을 예고하듯, 어떻게 보면 평범한 제목인 것 같지만 ‘살인’에 ‘어떤’ 의미가 담긴다. 영화 말미, 제목을 잘 설명하고 있다.

“‘어떤 살인’의 카피를 보면 지은이 어느 정도 살인을 저지른다고 예측하실거에요. 사실상 ‘어떤 살인’은 지은의 살인일 수 있지만 영화 전체를 나타내기도 해요. 어떻게 보면 평범한 제목일 수 있지만 이 영화와 잘 맞는 것 같아요.”

‘어떤 살인’은 ‘세상에서 가장 슬픈 복수극’이란 설명처럼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전망이다. 보는 이들에게 슬픔‧공분과 동시에 통쾌함을 선사할 지은의 복수, 그리고 단 한 순간도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 ‘어떤 살인’은 오는 29일 개봉된다.

(사진='어떤 살인' 스틸컷)

 

전예슬기자 love_se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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