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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러브픽션', 결국 '한 남자'의 연애담

기사 등록 2012-03-09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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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속보팀]연애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둘이 하는 것이다.

영화 '러브픽션'(감독 전계수)은 '쿨 하지 못한 남자의 웃기는 연애담'이라는 카피를 포스터의 전면에 내세웠다. 그렇다. 이 영화는 한 남자가 말하는 그의 사랑이야기다.

여느 로맨스 영화가 그렇듯, 영화는 연애의 흥망성쇠와 함께 변화하는 감정을 나열하며 관객들의 동의를 구한다. 하지만 '러브픽션'에서 보이는 설렘, 기쁨, 오해, 분노, 슬픔, 안타까움 등은 철저히 남자의 그것이다.

그 이유는 영화가 전적으로 주인공 구주월(하정우 분)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까닭이 지배적이다. 이야기는 연애의 시작과 끝을 따라 주월의 감정변화 곡선을 명확하게 그려낸다.

그는 첫눈에 반한 희진(공효진 분)에게 구애를 시작한다. 대답 없는 그녀를 자신의 상상속에서 합리화하며 이해하려 애쓰던 주월은 다소 촌스럽지만 로맨틱한 방법으로 그의 마음을 얻어내는데 성공한다. 그렇게 희진과의 연애를 시작한 주월은 희진에게 "당신의 결점마저 사랑한다"고 열띤 고백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사랑의 열기는 가라앉기 시작하고, 계속해서 자신의 상상속에서 희진을 몰아치던 주월은 끝내 희진을 떠나보낸다.

선명하게 펼쳐지는 주월의 이야기에 비해 희진의 이야기는 힘이 떨어진다. 연애의 주인공은 본디 두 사람이다.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연애는 유쾌하다. 하지만 연애의 '투 탑'중 하나인 희진은 영화의 중심에서 살짝 물러나 있다. 희진은 '구주월의 연애담'에서 작가 마음대로 재구성되는 존재로 머무를 뿐이다.

관객들은 주월이 불타는 짝사랑에 빠질 만큼 희진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사람이고 아름다운 사람인지에 대해 크게 공감하지 못한다. 다만 희진으로 분한 공효진의 세련된 외모와 잘빠진 몸매로만 그 판단을 정리하는데 그친다. 구주월이 베를린 필름 마켓 파티에서 만난 아름다운 '그녀'를 질료로 하여 새로운 형상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희진은 주월과의 연애 선상에서도 늘 한 발자국 뒤에 물러나 있다. 사랑을 고백하는 주월을 '받아주면서' 연애를 시작하고, 변심하고 투정하는 주월을 '받아주다가' 연애를 끝낸다.

하지만 다소 객체화 된 여주인공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하정우의 힘으로 무난하게 흘러간다. 특히 원맨쇼에 가까운 과장된 연극톤의 대사를 소화해 내는 하정우의 연기는 무리가 없다. 때문에 웃음 코드는 확실하게 살아난다. 그리고 그가 보여준 '찌질남' 캐릭터는 오히려 여성 캐릭터보다 더 여성 관객들의 공감을 얻어낸다.

여주인공 희진의 미약한 존재감은 여전히 아쉽다. 희진은 자신을 제멋대로 재구성하려는 주월 앞에서 본인을 지키려고 고군분투하나 역부족이다. 공효진은 연애의 특별함으로 대변되는 '겨드랑이 털'을 보여주는 열연을 펼쳤음에도 불구, 그 하나의 강한 이미지를 뛰어넘지 못한다. '공블리'의 매력이 스크린에서는 큰 힘을 얻지는 못한 듯 하다.

연애담이란 흔하면서도 흔치 않은 이야기 아니겠는가. 하지만 연애담이란 혼자가 아닌 둘이 만들어가는 이야기이기에 다소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남자의 머릿속에서 재구성되는 이야기는 충분히 흥미롭고, 이를 통해 남녀의 온도차를 느끼기엔 충분하다. 특히 하정우와 그의 형으로 출연한 지진희의 '찌질남' 변신과 무릎을 탁 치는 대사들의 연발, 그리고 재기발랄한 연출은 '러브픽션'에서 눈 여겨 볼만한 점이다.

속보팀 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