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기획]'귀향', 韓 영화 이끌 새로운 흐름은 '깊은 울림'이 아닐까
기사 등록 2016-03-01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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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소준환기자]작지만 큰 영화들이 있다. 단순히 흥행을 바라고 만들어진 거창한 상업영화도 아니지만 깊은 울림으로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작품들이 그렇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귀향(감독 조정래)’은 최근 그 작지만 큰 영화다. '귀향'은 개봉 첫날 전국 507개 스크린에서 2천 114회 상영되면서 15만 3천783명을 모았다. 이후 ‘귀향’은 28일엔 100만 돌파, 29일 하루 동안 22만 관객을 추가하며 누적 관객 수 128만 3697명을 기록했다. 압도적인 추세인 것. 유명한 무비스타 한 명 안 나오는 이 작품이 관객들의 호응을 얻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엔 새로운 분석이 필요하다.
상업적인 관점에선 '귀향'처럼 진지하고 심각한 흐름은 큰 환영을 받을 수 없었다. 기존의 흥행법칙은 일종의 자극성과 선정성, 흥미를 유발하는 방식으로 흘러왔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관객들은 재미없는 일상을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볼 수 없는 재미를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았다. 길을 걷다가 실제로 트랜스포머와 아바타를 볼 수는 없는 이치와 비슷한 맥락.
그러나 지난 2014년 이런 흥행법칙을 뒤집은 영화가 있었다. 480만의 관객을 모은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산골 마을에 사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부부애와 삶의 한 단편을 담아낸 이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무려 500만이나 봤다는 사실에 관계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사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관객들에게 큰 재미와 흥미를 선사하는 영화가 아니다. 이 작품엔 여배우의 노출씬도 좇고 쫓기는 추격신도 그 흔한 살인자 한명조차 안 나오기에 그렇다. 그러나 바로 이 지점에서 역설적으로 관객들은 호응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온갖 흥행 도식과 MSG같은 캐릭터에 지쳐있던 관객들은 한 부부의 '동고동락'과 '이별', '일상'과 '리얼리즘'으로 그려진 이 작품을 통해 그야말로 '영화적 충격'을 받은 셈이다. 왜냐면 어떤 영화든 그 작품을 보면서 먹먹함이 쌓이면 슬픔이 되고 그 슬픔이 자신의 삶과 만나면 애틋함이 된다. 영화는 예술의 영역 중 가장 효과적인 간접 경험이기 때문이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접한 관객들은 먹먹함과 슬픔을 넘어 마치 자신의 삶의 어떤 한 순간을 체험했을 터. 그것이 과거든 현재든 앞으로의 미래든 영화 속 일상을 통해 자신의 일상을 반추, 애환으로 승화됐다. 이 삶에의 애환은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으로 이어졌다. 당시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의 호평이 그 뒷받침이 됐으며 대중들은 그 감동을 주위의 가까운 사람들에게 유감없이 전달했다. 이는 (일부러 비약하자면)일상에 지친 어는 날 겨울바다처럼 깊고 시린 바다를 보고 온 뒤 친구들에게 그 소회를 전하는 것과 흡사했다. 문화적 감수성이란 유쾌한 것만이 화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진중한 것 역시 주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에 이은 '귀향'의 흥행은 새로운 흥행코드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두 편의 영화는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줄 수만 있다면 기존의 흥행법칙 등의 상투성이나 자극성 없이도 충분히 관심을 모을 수 있다는 점을 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그 메시지가 슬픔을 넘어 관객들의 삶과 만났을 때 진중한 목소리가 되면서 큰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 냉철하게 바라본다. 우리 중 위안부 할머니의 아픔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다. 다만 그 아픔에 공감하는 사람이 드물었을 뿐이다. 그러나 ‘귀향’은 영화의 강점 중 하나인 '간접 경험'을 통해 이들의 아픔과 고통을 공감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이로 인해 관객들은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아픔이 불편하기에 고개를 저버리거나 그 아픔이 불편함에도 자신의 삶의 일부처럼 느끼며 직시하거나. 관객이 고개를 돌리면 영화는 그저 영화만이 그 애한을 다룰 것이다. 하지만 관객이 마주볼 때 그 애한은 관객의 마음과 함께 삶 속으로 옮겨질 것이다. 보는 것과 느끼는 것은 다르기에. 편지를 그저 읽는 것과 편지에 담긴 마음을 통감하는 건 무게가 똑같을 수 없다.
이는 마찬가지로 두 가지 문화 현상을 야기한다. 관객들이 ‘귀향’이 주는 메시지를 회피할 때 영화는 관계자들과 평단 사이에서 이야기를 공유하는 관심 범위 내의 가치를 생산할 수 있다. 그런가하면 관객들이 직시할 때 영화는 전범위적인 놀라운 화두로 떠오를 수 있다. ‘귀향’을 본 관객들은 이 같은 비극적인 역사를 알게 된 안타까움도, 위안부 할머니들의 고통과 그 대처를 미처 제대로 알려고 하지 못한 미안함도, 이를 자행한 일제 군국주의에 대한 공분 등을 의미 있는 감점들로 확충시킬 수 있기에 그렇다. 이런 전제가 사실이라면 관객들의 반응은 보다 폭넓고 한층 더 깊게 나아갈 것이다. 관객들은 '귀향' 속 인물들이 남의 일 같지 않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 원래 남의 일도 아니다. 우리의 역사 속 아픔이기에.
당초 '귀향'은 스크린을 잡는 것에 다소 어려움을 가진 바 있다. 할리우드 슈퍼히어로 영화 '데드풀'이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점을 비롯해 개봉작들이 워낙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귀향'이 상영관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예매율이 치솟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각 영화관 홈페이지엔 '귀향' 스크린을 열어 달라는 글들이 쇄도해 일부 게시판은 다운되기도 했다.
'귀향'을 만든 것은 출연진과 제작진이나 개봉의 과정에선 의식 있는 대중들의 도움이 컸던 것이다. 이로써 ‘귀향’은 ‘제작진들과 관객들의 합작’이란 새로운 문화적인 의미를 창출했다. 그 근간에는 이 작품이 지닌 ‘깊은 울림’이 있었다. 극장가에 새로운 흥행 공식이 나타났다면 그것은 관객들의 마음을 진중하게 울리는 것 아닐까. 앞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그랬듯 또 ‘귀향’이 그 울림을 통해 스크린으로 ‘귀향’한 것처럼. ‘귀향’이 앞으로 올 상반기 극장가에 어떤 의미를 선사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 '귀향' 제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아거스필름 제공)
소준환기자 akasoz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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