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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은의 '잼있게 미술읽기'] 르누아르의 '그림 속 소녀들'

기사 등록 2014-02-23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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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자매 (테라스에서),Two Sisters (On the Terrace), 1881,캔버스에 유화, 100 X 80 cm,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루이스 L. 코번 부부 기념 컬렉션

[이슈데일리 박정은 미술컬럼 전문기자] 인상파 화가들 가운데 가장 밝고 화사한 톤의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 르누아르를 들 수있습니다. 르누아르 특유의 활기차고 유쾌한 분위기는 확실히 모네 보다 이해하기 쉬운 까닭에 그는 인상파 화가들 중에서도 대중적인 인기가 높은 편입니다.

밝은 분위기로 눈을 즐겁게 하는 그의 작품 세계는 르누아르 예술의 특징이자 한계로 평가되기도 하지만, 눈부신 색채와 생동감 넘치는 묘사로 그는 미술사에서 확고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르누아르는 화려한 부르주아적 삶을 즐겨 화폭에 담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19세기 프랑스 중산층의 일상을 주로 그린 탓에 그의 작품들은 대부분 편안하고 안락한 느낌을 줍니다.

그의 작품들은 모네 처럼 다분히 실험적이거나 드가 처럼 은밀한 상상력을 자극하지 않고 대개 중산층 가정의 평온한 일상을 소재로 삼고 있기 때문에 대중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그 만큼 인기도 높은 편입니다.

르누아르의 대표작이라 할만한 '물랑 드 라 갈레트'나 '뱃놀이 일행의 오찬' 같은 작품들은 모두 중산층의 활기찬 일상을 묘사한 작품들로 오랜 세월 대중들의 사랑을 받아 왔습니다. 르누아르가 관심을 보인 주제는 매우 다양합니다.

초상화와 인물화는 물론 극장이나 친구들, 시골길, 대도시, 그리고 야외 풍경에 이르기까지 그는 다양한소재를 바탕으로 그 시절 부르주아들의 건강한 삶을 묘사하는게 주력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여성'은 르누아르가 평생 남다른 관심 속에 자주 채택했던 주제입니다. 그는 초상화나 인물화를 통해 여성의 매력을 우아하고 아름답게 포착하는데 특출한 재능을 지닌 화가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르누아르 처럼 여성이 발산하는 매력과 여성특유의 부드러움을 능숙하게 묘사한 화가는 흔치 않습니다. 모네나 피사로, 드가에비해 그의 작품들이 비교적 쉽게 이해되는 것은 실은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르누아르의 작품들 중에는 꽃이나 꽃밭을 배경으로 야외에서 여인이나 소녀를 다룬 것들이 많습니다. 화사한 전원을 배경 삼아 순수하고 귀여운 표정의 소녀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두 자매'나 '부채를 든 소녀' 같은 작품이 대표적인데, 그 중에서도 화사한 어느 봄날 테라스에서 한 컷을 찍은 듯한 '두 자매'는 르누아르 특유의 낭만성이 잘 살아있는 대중적으로 매우 인기가 높은 작품입니다.

'두 자매'에서 알 수 있듯이 르누아르는 흡사 스냅 사진 처럼 일상의 어느 한 순간을 담는데 능한 화가입니다. 여인이나 소녀를 주제로 한 그의 인물화들도 대개 일상의 가장 즐거운 한 때를 포착하고 있는 것이 많습니다. 그래서 그의 인물화는 아름다우면서도 다분히 영화적이라는 평도 있습니다.

르누아르가 그리는 여성은 살아 움직이듯 활동적이어서 생동감 넘치는 영화적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어느 것이든 여성을 소재로 한 그의 인물화는 평온하면서도 안락한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입니다.

인상파 다운 유려한 터치에 화사한 색상, 그리고 꽃과 식물, 소녀로 이루어진 섬세한 감수성, 여기에 더해 청순하고 아름다운 두 자매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이 작품은 르누아르의 작품들 중 오늘날까지 가장 많이 알려졌고 또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작품의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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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그랑의 초상, 1875캔버스에 유화, 81 X 65 cm,필라델피아 미술관, 프랜시스 P. 맥일레니 기념 컬렉션

2010년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모네에서 피카소까지(Monet to Picasso)'라는 타이틀로 전시회가 열린 적이 있습니다. 모네와 르누아르의 인상파에서 자연주의, 야수파를 거쳐 피카소의 입체파에 이르기까지 19세기에서 20세기에 걸쳐 미술사에 큰 족적을 남긴 각 미술 사조를 대표하는 화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된 바 있습니다.

그런데 그 전시회의 메인 포스터로 채택된 작품이 바로 르누아르의 '르그랑의 초상'이었습니다. 아마도 국내에서 르누아르의 높은 인지도에 더해 사랑스러운 소녀의 모습이 담긴작품이어서 전시회의 얼굴로 내세우는데 적합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전시회의 마스코트와 같은 작품이었던 '르그랑의 초상'은 각종 홍보 책자는 물론 도록의 표지까지 장식했었습니다. 금발에 가지런히 두 손을 모으고 수줍은 표정을 한 정말귀여운 소녀입니다. 아마도 작품의 모델이 된 것이 수줍다는듯 두 손을 모으고 정면이 아닌 약간 다른 곳을 보고 있는데, 소녀의 그런 자태와 모습이 정말 사랑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이 작품은 1876년 제2회 인상파전에서 선보인 작품인데, 르그랑 양의 아버지는 인상파 화가들을 후원하는 미술상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르그랑 양이 입고 있는 의상도 고급스럽다기 보다는 다분히 서민적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소녀의 옷 맵시는 무척 정갈하고 귀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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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뿌리개를 들고 있는 소녀,A Girl with a Watering-Can, 1876,캔버스에 유화, 100.4 X 73.4 cm,워싱턴, 내셔널 갤러리

여인과 함께 르누아르가 즐겨 그린 소재는 바로 아이들입니다. 그의 작품에는 10대 소녀도 있지만, 유년기 여아들도 꽤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물뿌리개를 들고 있는 소녀'입니다.

르누아르는 남다른 관찰력으로 아이들의 탐스러운 피부와 함께 천진난만하고 부드러운 눈빛, 그리고 여자아이들 특유의 자만심 넘치는 변덕스런 표정을 매우 섬세하게 묘사했다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상당히 고급스런 옷을 입고 있는 것으로 보아 어린아이는 중산층 가정의 자제로 보입니다. 정원의 꽃이나 식물에 물을 주기 위해 물뿌리개를 들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무척 앙증맞고 귀엽습니다.

그림만 봐도 아이는 행복한 가정에서 자라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렇듯 귀여운 여자아이의 그림에서도 드러나듯이 중산층의 행복한 일상은 르누아르가 즐겨 다루는 소재입니다.

'게임의 규칙'이나 '위대한 환상' 같은 걸작으로 유명하며, 프랑스를 대표하는 영화감독이자 영화사의 가장 위대한 감독의 하나인 장 르누아르가 바로 르누아르의 차남입니다.

"화가가 영화 감독 보다 훨씬 훌륭하다"고 말한 장 르누아르는 아버지 르누아르는 워낙 밝은 성격이어서 작품의 판매여부나 평가와는 관계 없이 그림 그리는것 자체에서 행복감을 느낀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일상의 밝은 부분을 즐겨 화폭에담았던 르누아르의 따뜻한 작품 세계는 이렇듯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그의 성향에서 비롯된게 아닌가 싶습니다.

박정은기자 pyk730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