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 박리디아, 스스로 멘토를 찾는 능동적 배우의 길
기사 등록 2011-12-1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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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예술종합전문학교의 전임교수이자 교수부장인 배우 박리디아의 이야기다. 최근 서울 한국예술종합전문학교 교수실에서 만난 그는 삶에 대한 열정 하나로 살아가는 배우이자 교수였다.
# “교수요? 교사 집안이라 정말 하기 싫었어요”
박리디아는 ‘교사 집안’에서 태어나 철저한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집안에 부모님을 포함한 교사가 11명인 그는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단호히 답했다.
“정말 교수 될 생각이 없었어요. 하지만 제가 모스크바와 뉴욕에서 유학생활을 마치자 저를 가르치셨던 교수님이 시간강사를 강력히 제안하시더군요. 거절할 수 없었어요. 시간강사로 시작해 어느 덧 여기까지 왔네요. 이상하게 강의할 때 말이 술술 나오더라구요. 학생들로부터 ‘교주’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어요”
그렇다면 명강사로 알려진 그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노하우는 무엇일까. 그에게 노하우는 어린 시절부터 보고 자란 학생기록부란다.
“오랜 시간동안 아이들을 가르친 어머니는 아직도 학생기록부를 집에 보관하고 계세요. 오십년, 육십년 된 학적부를 못 버린 집안에서 자라다 보니 학생들이 너무 친근해요. 어린 시절 어머니로부터 보고 배운 경험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죠. 아직 남편(배우 반길승)과 아이가 없어서 그런지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기른다는 생각으로 만나고 있죠”
항상 학생들에게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열정적인 강의를 펼치는 그이지만 누구보다 눈물이 많은 속이 여린 ‘선생님’이기도 했다.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진지하게 임하지 못하면 참지를 못해요. 제대로 할 때까지 계속 시키는 편이에요. 제가 고통스럽고 힘들게 배웠던 것들을 아이들에게 알려주는데, 수업의 중요성을 알지 못할 때는 정말 너무 속상하고 힘들죠. 그럴 때는 눈물이 나올 때가 많아요”
# 중견배우들이 설 자리 없는 영화계의 ‘씁쓸한’ 현실
박리디아에게 ‘컷 런스 딥’은 잊지 못할 영화 중 하나로 꼽히는 듯했다. 그만큼 애착이 가고, 기억에 남는 작품이라고 빛나는 그의 눈이 답을 대신했다. 그는 ‘컷 런스 딥’ 촬영 당시 겪은 소소한 에피소드를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사실 원래는 저한테 들어온 작품이 아니었어요. 제 친구에게 캐스팅이 들어왔는데, 우여곡절 끝에 제가 출연하게 됐죠. 시나리오가 너무 매력적이어서 한동안 미나 역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어요”
그는 현재 영화 ‘현수이야기’(감독 임창재)와 ‘여인의 향기’(감독 이민호)에 특별 출연으로 캐스팅 된 상태다.
“특별출연이잖아요. 연극계에서는 유명하고 연기를 잘 하는 배우로 알려져 있지만 영화계에 오면 마땅히 설 자리가 없죠. 사실 제 또래의 중견배우들은 영화계에서 설 자리가 없는 게 현실이에요. 하지만 내년 4월쯤엔 제가 주인공으로 나선 작품도 만나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
# “인생의 멘토? 이순재 선생님”
박리디아는 배우이자 교수로, 한 남자의 아내로 남 부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나태하고 정체기 있는 삶을 절대적으로 반대하는 그는 스스로 멘토를 찾는 데 나섰다.
“제 인생의 멘토로 이순재 선생님을 직접 찾아갔어요. 어느 덧 제가 선생이 돼서 강단에 서고 나니 더 이상 배우려고 하지를 않더라고요. 그게 너무 싫었죠. 이순재 선생님은 교수로서도 14년 째 활동하고 계시는데 교수로 방향을 틀었다는 말씀을 전혀 듣지 않으시잖아요. 이순재 선생님의 긴 호흡을 배우고 싶었어요”
배우로서 연기자로서 스승을 만나지 못했던 박 리디아는 대선배인 이순재를 찾았고, 드디어 인생의 멘토를 만나게 됐다.
“이순재 선생님이 부담스러워 하실까봐 걱정을 많이 했죠. 하지만 굉장히 좋아하시면서 살갑게 맞아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정기적으로 선생님 뵙고 말씀을 들으며 배우고 있어요”
박리디아는 ‘짧고 굵은’ 삶이 아닌 긴 호흡으로 연기자로서, 교수로서의 길을 걷기를 원했다. “살아 숨쉬는 동안 긴 호흡으로 열정적인 삶을 살겠다”는 그가 또 어떤 모습으로 대중들 앞에 나설지 기대가 모아진다.
양지원기자 jwon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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