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누가 잘했나]이래 봬도 아버지다 -영화 속 아버지 캐릭터 열전-

기사 등록 2016-07-13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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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성찬얼기자] 세상은 넓고 영화는 많다. 그리고 캐릭터들도 넘쳐난다. 어쩌면 우리들의 모습인지도 모르는 그들을 하나의 주제에 놓고 선별해 볼 필요가 있었다. <편집자 주>


세상은 넓고 가정은 많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영화 속에선 아직도 가정의 책임자는 대개 '아버지'로 그려진다. 도대체 이런 아버지는 어딨을까 싶을 정도로 멋지기도, 반대로 이런 아버지가 아니라 다행이다 싶을 정도로 치졸하기도 한 다양한 아버지 캐릭터들이 지금도 여전히 살아숨쉬고 있다. 그래서 ㅇ번에는 '아버지상'의 다양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희대의 캐릭터들을 뽑아봤다.


1. '내 딸은 줄 수 없다'의 최고봉, '미트 페어런츠' 잭 번즈(로버트 드 니로)

만일 이런 아버지를 상견례에서 만나면 어떻게 될까. 말그대로 '부들부들' 떨게 될지도 모른다. 그건 무서워서일수도, 혹은 분해서일수도 있다. 그렉 포커(벤 스틸러)에게 시종일관 자신의 딸 팸 번즈(테리 폴로)이 아깝다며 어떻게든 결혼을 무마시키려고 하는 이 독한 아빠가 하필 전직 CIA 요원이었다니. 식사자리 때마다 매섭게 노려보는 것은 기본이고, 툭하면 그를 이기려드는 잭의 모습은 어느 순간 '예비 장인어른'이 아니라 그냥 '초딩'처럼 느껴질 만큼 유치하기까지 하다.

그렇지만 잘하려고 노력할수록 일을 망치는 그렉의 모습을 보면 일견 잭이 이상한 사람만은 아니라고 생각되기도. 거기다 딸을 사랑하는 아버지의 마음이야 만국 공통의 감정 아니겠는가. '항상 널 지켜보겠다'는 손짓으로 서로를 위협하는 이들의 관계는 1편에서 마무리되는 듯하지만 결국에는 3편까지 이어지는 '악연'의 대표주자이기도 하다. 부디 3편 이후로는 서로 편안한 삶을 영위하길.


2. 아들을 위해서라면 복수까지, '손님' 우룡(류승룡)

이렇게 딸을 생각하는 아버지라면 또 있다. 바로 '7번방의 선물'의 용구이다. 그러나 순박하기에 더욱 '딴세상 사람' 같았던 용구보다 류승룡의 연기력이 폭발한 아버지 캐릭터가 있었으니, 바로 '손님'의 우룡이다. 떠돌이 악사지만 실력만큼은 최고인 우룡은 아들 영남(구승현)에 대한 애정이 엄청나다. 마을에서 느껴지는 불길한 분위기에도 떠나지 못하는 건 물욕도, 사랑도 아닌 아들의 결핵 때문이다. 촌장(이성민)은 그런 그를 충분히 이용하고도 모자라 우룡과 영남 부자를 곤경에 몰아넣기끼지 한다.

만일 이쯤에서 끝났다면 우룡의 부정은 그저 맹목적일 뿐, 어떤 매력도 남기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룡은 아들을 위해 과감한 복수를 선사하고 이로 인해 그 어떤 영화에서도 보기 드문 '부정이 갖는 파괴력'을 선사하기에 이른다. 특히 영화 막바지에 (우룡과 같이 아버지인) 촌장의 또다른 과거가 드러나는 단 3초의 한 쇼트는 우룡을 민중의 영웅으로까지 보이게 한다. 그렇게 아버지란 개인과 아버지란 상징을 동시에 담아낸 류승룡의 연기는 감히 '역대급'이다.


3. 완전 다른 두 아버지의 초상, '괴물' 강두(송강호)-희봉(변희봉)

한국의 아버지라면 빠질 수 없는 두 배우, 송강호와 변희봉이 부자로 등장했던 '괴물'은 부성애의 극치를 보여준다. "늬들 그냄새 맡아본적 있어? 새끼잃은 부모 속타는 냄새말여"라는 말로 강두의 마음을 대변하는 희봉이지만, 그 역시 아버지이기에 그 냄새를 풍기는 강두를 보는 마음이 썩 편치만은 않았을 터. 그럼에도 세 남매를 이끄는 아버지로서 고된 몸을 이끌고 식사를 차리며 그들의 가는 길을 먼저 걷는 희봉은 '믿고 보는 배우' 변희봉 그자체로 보일 정도다.

그와는 정반대인 강두는 무기력하고 무능력한, 마치 아이 같은 순진무구의 대명사다. 매점을 보라 해도 꾸벅꾸벅 졸고, 현서(고아성)를 찾으면서도 제일 먼저 뻗곤 하는 그는 그렇기에 부성애의 강한 힘을 상징하기도 한다. 어떻게든 물고 늘어지는 성격만큼은 발군이어서 심지어 미군마저도 뚫어버리니 말이다. 현서를 찾고 싶은 그 마음에 신도 감복해 '설국열차'에서 다시 남궁민수와 요나로 모녀가 됐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참, 신이 아니라 봉준호 감독이 감복했을지도.


4. 아버지 아닌 아버지 같은 그대, '밀리언 달러 베이비' 프랭키 던(클린트 이스트우드)

반대로 혈육이 아닌데도 아버지 같은 캐릭터가 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과 연출을 도맡아 한 '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프랭키 던이 그런 유형의 대표주자. 복싱을 하러 체육관을 찾은 메기(힐러리 스웽크)를 "나이가 너무 많다"며 거절하더니 나중엔 그의 열정에 결국 두 손 두 발 다 들고 마는 프랭키. 이후 점차 메기와 사이가 가까워지면서 무소식으로 일관하는 딸의 빈자리를 채워나가고, 메기 역시 그를 단순한 코치 이상으로 부재된 아버지의 자리를 내준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말이 잘 어울리는 '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혈연으로 이어진 부녀보다 더 가족같은 관계가 된 두 사람의 명품 연기가 영화의 전반적인 톤을 유지한다. 또한 그동안 '클린트 이스트우드'라는 아이콘에서 보기 힘들었던 아버지상은 주름조차 멋있어 보일 정도로 놀랍다. 투덜거리는 그 걸걸한 목소리가 메기에 대한 애정으로 채워지니 '홀리는' 부성애란 이런 게 아닐까.


5. 세계 최고 '딸바보', '테이큰' 브라이언 밀스(리암 니슨)

아버지계의 끝판왕, 딸 건들면 세상도 부셔버릴 그에게 '아버지' 랭킹 마지막 자리를 양보할 수밖에 없다. 딸을 납치한 이들에게 모두가 아는 명대사 "I will find you, …and I will kill you(널 찾아내서 죽여버릴 거야)"라는 말을 실제로 해내는 이 남자도 사실은 그저 '딸바보'인 걸 생각하면 부성애란 때론 무시무시하기도 한 감정인건가 싶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모든 영화팬들이 말하듯 제일 무서운 건 이 '딸바보' 아빠의 딸을 계속 납치해 '권선징악'을 몸소 실천하는 우리의 악당들. 이정도면 오기가 아닐까 의심이 되지만 어쨌든 3편까지 이들은 밀스의 딸을 납치하고 또 그에게 당하며 관객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하는데 여념이 없다. 부성애를 의심하는 자, 격한 고통을 맛보게 될지라는 '테이큰' 시리즈의 교훈은 아마 영원토록 기억되지 않을까.

 

성찬얼기자 remember_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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