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맨 대 슈퍼맨' 팬질로 영화 뜯어보기 ①

기사 등록 2016-03-23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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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성찬얼기자] 올해는 코믹스 팬들에게 숙원이 이뤄진 한 해나 다름없다. DC코믹스, 마블코믹스 모두 ‘영웅들의 대결’이란 테마로 극장을 찾아왔기 때문이다. 특히 23일 개봉으로 화려하게 포문을 여는 ‘배트맨 대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감독 잭 스나이더, 이하 배트맨 대 슈퍼맨)은 그동안 오랫동안 마블 팬에게 기를 펼 수 없었던 DC 팬들에게 최고의 선물이다.



# 70세 할아버지들이 아직도 새롭다니

어떻게 보면 지겨운 두 사람이다. 슈퍼맨은 영화로만 ‘슈퍼맨’ 1편부터 4편에 ‘슈퍼맨 리턴즈’ ‘맨 오브 스틸’까지 총 7편으로 등장했고 첫 등장한 햇수가 1938년이었으니 이미 78년동안이나 숭고한 ‘선’의 상징으로 활약했다.

배트맨이라고 다르겠나. 배트맨도 1939년 첫 등장 이후 팀 버튼 감독, 조엘 슈마허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을 거쳐 총 7편의 영화로 대중들에게 인기를 모았다. 뿐만 아니라 게임에서는 ‘아캄 어사일럼’으로 시작한 아캄 유니버스까지, 미디어 전반에서 차용됐다.

그런데도 ‘배트맨 대 슈퍼맨’이 전혀 색다른 건 대결구도를 중심으로 그간 그려졌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그려졌기 때문이다. 슈퍼맨은 더 이상 클락 켄트-칼 엘이란 이중성을 가지기보다 ‘맨 오브 스틸’에서 그려졌듯 ‘슈퍼맨(칼-엘)’에 더 집중됐고 벤 애플렉의 배트맨 역시 능숙함을 넘어 이미 범죄 소탕에 골이 난 듯한 베테랑으로 묘사됐다.



# 로어셰크와 프랭크 밀러의 배트맨 그 어딘가

‘배트맨 대 슈퍼맨’은 기본적으로 프랭크 밀러의 그래픽노블 ‘다크나이트 리턴즈(1986)’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배트맨은 이미 55세로 은퇴했지만 고담 시의 범죄와 자신의 분노를 참지 못하고 다시 자경단원으로 복귀한다.

‘배트맨 대 슈퍼맨’의 배트맨은 50대는 아니지만 이미 옆머리가 희끗하고 범죄 소탕에 망설임이 없다. 그는 범죄자에게 박쥐 심볼로 낙인을 찍어 교도소에서도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없게 할 정도이다. 그 모습은 차후 지하세계에서 자경단원을 양성하는 ‘다크나이트 리턴즈’의 배트맨을 연상케 한다.

이 점은 ‘왓치맨’의 로어셰크를 떠올리게 한다. 잭 스나이더 감독이 연출하기도 했던 그래픽노블 ‘왓치맨’에서 로어셰크는 범죄자들을 직접 징벌하는, 선의 신봉자로 그려진다. 원작자 앨런 무어도 언급했듯 로어셰크는 배트맨과 유사하다. 선을 위해 자신이 맨손으로 악당을 잡는 것이나 다소 비관적인 세계관에도 자신만은 선한 인물이 되겠다는 의지까지 서로를 연상시킨다. 그런 점에서 이번 작품의 배트맨은 기존의 배트맨보다 더 폭력적이고 범죄자들에게 냉정한 로어셰크의 성격도 다소 닮아있다.



# 오프닝 보장하는 잭 감독

히어로 영화 팬들에게 ‘오프닝이 좋았던 영화’를 묻는다면 아마도 ‘왓치맨’을 꼽는 팬들이 많을 것이다. 1977년부터 1985년까지 자경단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에서 잭 스나이더 감독은 밥 딜런의 음악 “The Times They Are A-Changin”을 배경으로 작품 속 대체역사를 인상적으로 풀어냈다.

이번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도 잭 스나이더 감독은 그에 버금가는 장면을 만들었다. 이미 그래픽노블 ‘배트맨 이어 원’을 시작으로 여러 번 반복됐던 배트맨 탄생비화를 간결하고도 강렬하게 응축시켰기 때문이다. 40대 배트맨을 그려야 하는 입장에서 다시 다루기도, 그렇다고 빼기도 애매한 이 일화를 특유의 영상미로 승화시키며 압도적인 오프닝을 만들었다.

특히 이 장면은 감히 ‘3D로 봐야할 이유’라고 소개해도 과인이 아닐 정도로 3D로 봤을 때 심도깊은 영상미를 고스란히 만끽할 수 있다.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성찬얼기자 remember_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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