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스케치]'4등',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호한 폭력의 시작

기사 등록 2016-04-02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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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김성연기자]모두가 1등만 되려고 노력하고 최고가 아니면 기억해주지 않는 이 시대에서 4등은 무슨 의미를 갖고 있을까? 과정보다 결과에 더욱 집중하고 있는 동시대 사람들의 현실태를 꼬집어 비판하는 영화 '4등'은 누군가에게 희망을, 누군가에게는 반성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4등'이 지난 1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CGV 용산에서 진행된 언론시사회를 통해 관객들과 처음으로 만났다. 이날 언론시사회에는 배우 박해준을 비롯해 이항나, 유재상, 최무성, 정가람, 유재명, 정지우 감독이 모두 참석해 영화에 출연한 소감과 함께 갖가지 질문들에 대한 답을 내놓았다.



영화에 출연한 모든 배우들이 참석한 시사회 현장은 다른 어느 시사회 보다도 더 빛이 났다. 이는 배우들이 '4등'에 갖고 있는 애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배우들은 하나 같이 "'4등'이 많은 관객들이 봐줬으면 한다"고 공통된 소감을 전했다.

정 감독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제안을 받고 맨 처음 영화를 기획하게 됐다"며 "상업영화를 하다 보면 답답한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이번 기회에 마음 껏 영화를 만들어 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고 '4등'의 탄생한 비화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최무성은 인권영화와 상업영화의 아슬아슬한 경계에 있는 것 처럼 보이는 '4등'을 두고 "인권에 대해 다루고 있다고 해서 전혀 딱딱하지 않고 재밌는 영화가 탄생했다"며 "선입견을 버리시고 입소문을 타서 영화가 많은 관객들에게 보여졌으면 좋겠다"고 얘기를 해 영화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항나 또한 자신이 직접 학부모들 사이에서 겪은 일화를 회상하며 "학부모들이 바뀌어야 우리나라의 교육 환경이 바뀌게 된다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촬영하면서 그게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며 "학부모들에게 책임을 돌리기에 사회 곳곳에 문제들이 있단 것을 깊이 이해했다. 많은 분들이 '4등'을 보고 같이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고 전해 영화를 통해 달라진 견해를 갖게 된 사실을 밝혔다.

이 작품은 만년 4등만 하는 수영선수 준호(유재상 분)가 전직 국가대표 출신 코치 광수(박해준 분)를 만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4등'은 준호가 광수의 수영지도를 받으며 겪게 되는 군기 폭력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관객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줄 것으로 보여진다. 어린 수영 선수에게도 이런 모진 학대와 폭력이 일상처럼 벌어진다는 것이 쉬이 믿어지지가 않을 정도다.



실제 극중 준호처럼 실제 수영선수 출신인 유재상은 "내 주변 수영하는 친구들이나 수영선부 분들이 많이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로 영화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영화 속에서 수차례 겪은 폭력 장면을 촬영 도중 발생된 조그마한 사고를 회상하면서 "한번은 엉덩이를 맞는 촬영 도중 보호대 아래 부분을 맞게 됐다"며 "촬영하는 중이라 참았는데 촬영이 끝난 후 아픔이 몰려왔다"고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이밖에도 유재상은 "촬영하면서 힘든 점은 없었다"며 "다만 새벽에 진행되는 촬영은 혼자 수영장에서 있어야 했기 때문에 무서운 느낌이 들기도 했다"고 말해 아직 아이 같은 순수한 모습을 내비치기도 했다.

'4등'은 이런 폭력을 그리면서도 한가지 놓치지 않은 점이 있다. 마치 일상생활에서 폭력의 시작이 종 잡을 수 없이 만연해 있고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호하다는 사실이다.

정 감독은 이에 대해 "단순히 때리기 때문에 나쁜 사람이라고 부르기에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는 훨씬 복잡하다"며 "일반적인 가해자, 피해자가 한 사람에 몸에 들어가 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영화 속 획일화 되지 않은 캐릭터들에 대해 얘기를 꺼냈다.

'4등'은 불편할 수도 있는 이야기다. '1등 아니면 안돼'라는 생각이 이미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 깊이 자리잡혀 있기 때문이다. 4등도 응원받을 수 있다고 격려하는 '4등'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뿌리 깊은 악행과 관행을 고발하며 관객들의 마음에 뜨거운 불씨를 지필 것으로 기대된다. 오는 13일 개봉 예정.


(사진=(주)프레인글로벌 제공)

 

김성연기자 sean5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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