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스케치]'아가씨' 박찬욱 "거짓말도 창조적인 부분이 중요하기 때문에 일종의 예술일 수 있다"

기사 등록 2016-05-25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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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소준환기자]제69회 깐느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으로 화제를 이끌었던 영화 '아가씨(감독 박찬욱)'가 신선한 스토리를 필두로 국내 영화팬들을 만날 준비를 마쳤다. '아가씨'는 이른바 '깐느박'인 박찬욱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을 비롯해 충무로를 대표하는 배우들이 상당수 출연했다는 강점 등으로 개봉 전부터 기대감을 모아왔다. 그렇다면 베일 속 가려졌던 '아가씨'의 실체는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

'아가씨'의 언론시사회가 25일 오후 서울시 성동구 왕십리 CGV에서 열린 가운데 박찬욱 감독, 배우 하정우, 김민희, 조진웅, 김태리가 참석해 작품에 대한 소회를 털어놨다. 수상에 대한 기대 등 작품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컸던 만큼 이들에게도 이번 자리는 남다른 감회로 다가왔을 터.

박찬욱 감독은 이날 "영화제 갔다가 상도 못 봤고 고배만 마시고 빈손으로 돌아온 박찬욱이다. 상은 못 받았지만 거의 모든 나라에 수출을 했다. 감독 입장에서는 투자해 준 분들께 손해만 안끼치면 다행이라는 바람 뿐인데 각국의 수출이 많이 돼 감사할 따름이다"라며 재치있는 인사로 운을 뗐다.

그는 이슈데일리 취재진의 "속고 속이는 흐름이 중요한 '아가씨'의 특성상 이에 대한 어떤 부분을 가장 고민했느냐"는 질문에 "맞다. 주된 내용을 크게 보면 하나의 사기 행각이다. 엎치락 뒤치락이 있고 속였다고 생각하니까 알고 보니 속은 일종의 진실 게임이 있다. 네 사람의 속고 속이는 과정이 결국 핵심인 작품이다"라고 답했다.

박찬욱은 이어 "여기에 사랑과 배신이 껴있기도 하다. 감독 입장에서는 '시점 쇼트', 예컨대 시선과 눈동자의 움직임, 시점샷의 주체인 그 인물이 어딘가를 보고, 다른 사람을 회피하고, 다시 돌아와서 보는 식의 샷과 눈동자 움직임과 클로즈업끼리의 충돌, 이같은 형식을 통해 표현하려고 애썼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그는 또 "영화 속 코우즈키(조진웅)는 존재 자체가 거짓말이다. 정체성이 거짓말인 사람이다. 조선사람임에도 일본인 행색을 한다. 거짓말의 화신이라고 할 수 있다"며 "예술과 영화 즉 서사라는 것도 소위 허구라는 면에서 거짓말이라고 표현될 수 있다. 이 영화를 만들면서 내가 느낀 건 그 반대도 성립한다는 것이었다. 거짓말도 창조적인 부분이 중요하기 때문에 일종의 예술일 수 있다는 생각"이라며 거짓말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피력했다.



그런가 하면 '아가씨' 중후반에는 배우 문소리가 깜짝 등장한다. 그는 극의 전개상 짧지만 강렬한 존재감을 풍기는 바 인상적인 캐릭터인 셈. 평소 박찬욱 감독은 문소리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을까.

그는 "문소리와 같이 작업하고 싶은 소망이 있었다. 동생의 작품 '파란만장' 때 섭외도 했었으나 문소리가 아이를 갖게되면서 무산됐었다"며 "개인적으로 친동생의 또 다른 작품 '만신'의 에피소드 몇 개를 재밌게 봤다. 그 장면만 보고 또 봤을 만큼 좋아했다. 그렇기에 문소리를 이번 작품에 꼭 모시고 싶었다"고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박 감독은 문소리에 대해 "그는 일류 만신이 굿하는 모습처럼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면이 있다. '아가씨' 속 모욕감을 참으려고 책을 보는 척하는 장면에서의 연기는 볼 때마다 아름답다고 생각한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어 작품 속 가옥과 건물에 대해 "식민지 시대의 상류 계급과 지식인들 내면의 풍경이 무엇이냐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한 결과다"라고 얘기하면서 "깐느에 보내진 버젼보다 많이 만져서 개선된 영화로 찾아왔다. 내 영화 중 가장 정성과 공을 들인 작품이다. 후반 작업 기간도 길었다. 어떤 작품보다 애착과 정이 가면서 기대가 큰 상태다"라고 말하며 열의를 내비쳤다.

'아가씨'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와 아가씨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 맘그리고 백작에게 거래를 제안받은 하녀와 아가씨의 후견인까지, 돈과 마음을 뺏기 위해 서로 속고 속이는 인물들의 스토리를 다뤘다.

(사진=이슈데일리 남용희 기자)

 

소준환기자 akasoz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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