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준환의 영화 초이스]'해어화', 사랑과 욕망의 차이
기사 등록 2016-04-04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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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소준환기자]영화 ‘해어화(감독 박흥식)’는 애절한 서정곡이다. 진정한 명곡은 화자의 진심이 담길 수밖에 없는 것처럼 영화 속 인물들의 감성엔 솔직한 마음이 담겨있기에 그렇다. 심금을 울리는 음악은 많은 사람들의 심경을 대변할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듯 ‘헤어화’ 역시 그런 저력을 가진 영화임에 틀림없다. 이 작품은 가곡과 대중가요를 중심으로 인물들의 희노애락을 녹여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솔한 것이 언제나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므로 때로는 잔인한 상처로 나타날 수도 있다. ‘더 이상 사랑하고 있지 않다’는 솔직한 말이 듣는 이에겐 씻을 수 없는 흉터로 다가갈 수도 있기에. 그럼에도 우리는 ‘사랑의 약속’을 믿을 수 있을까. 더 정확히는 영원한 사랑이 존재할까.
‘해어화’는 크게 보면 사람이 사람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감정과 정서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1943년 대중가요의 황금기이자 비운의 시대를 영화적 배경으로 두고 있기에 가능했다. 더군다나 영화 속 소율(한효주)과 연희(천우희)는 평생을 함께한 동반자이나 윤우(유연석)를 두고 갈등의 소용돌이 속 휘말림에 이어 ‘희대의 가수’라는 자리를 놓고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대립은 더욱 인물들의 감정을 증폭시키면서 보는 이들을 몰두하게 만드는 것.
그렇게 두 사람은 가장 절친한 사이였기에 한번 어긋난 골은 그 친분만큼 깊어져만 간다. ‘해어화’란 ‘말을 이해하는 꽃’이라는 뜻이지만 정작 ‘해어화(=기생)’의 상징인 소율과 연희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 근간에는 ‘질투’라는 감정이 작용하고 있다. 박흥식 감독은 마치 질투라는 감정을 '욕망의 칼'처럼 다루고 있다. 소율이 질투의 늪에 빠지면 빠질 수록 이 상황을 벗어나고자 하는 처절한 욕망은 높아져만 가기 때문이다.
사실 ‘해어화’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거짓된 사랑’이 지닌 서글픔에 대해 말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소율의 영원할 줄 알았던 사랑이 무너지는 순간, 연인에 대한 믿음까지 함께 나락으로 떨어지는 비통함을 볼 수 있기에 그렇다. 이는 한 연인이 한 연인을 배신할 때 사람이 변한 것인지 사랑이 변한 것인지에 대한 의미심장한 질문을 남긴다.
명확하게 바라본다면 사랑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거창한 예를 들 것도 없이 부모의 사랑이 죽는 날까지 영원한 것만 보면 알 수 있다. 문제는 남녀의 사랑이다. ‘해어화’에서 영원히 소율만을 사랑할 것 같았던 윤우가 우여곡절 끝에 사랑의 대상을 연희로 바꾼 것처럼 줄곧 남녀의 사랑은 굳건함보다 빈약함과 덧없음이 깃들어져 표현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사랑과 욕망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우리는 실제로 사랑과 욕망을 헷갈려하는 경우가 많다. 무엇을 하고 싶거나 갖고 싶은 것이 욕망이라면 사랑은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는 고귀함이 있다. 전혀 다른 차원인 것.
윤우는 처음 자신의 노래를 잘 소화해줄 수 있는 연희라는 가수가 필요했고 이 감정은 점차 증폭돼 연희에 대한 호감으로 변화됐다. 여기에서 알 수 있는 건 ‘필요성’이 곧 ‘사랑’처럼 착각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필요한 것은 대체가 가능하다는 뜻을 포함하고 있기에 그 가치가 끝났거나 더 좋은 가치를 찾으면 언제든지 교체될 수 있다. 윤우가 연희로 마음이 옮겨간 건 윤우에게 소율보다 연희가 단지 더 필요했기 때문인 것처럼.
하지만 사랑은 대체가 불가능하다. 필요해서 사랑하는 게 아니라 사랑해서 사랑하는 것이다. 누군가 자신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사랑하는데 그들이 필요 없거나 가치가 없어졌다고 새어머니와 새아버지로 옮겨가지 않는 이치와 같다. 즉 영원할 것 같은 사랑이 변한 건 원래부터 사랑이 아니라 욕망이었기 때문이다. 영화 속 인물들의 비극은 어쩌면 이 착각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한 사람의 삶에 담긴 회한과 함께.
결국 ‘해어화’는 사랑과 이별, 배신과 아픔 등 인간의 근원적인 감정을 섬세하게 다룬 2시간 동안의 음악 같다. 그러므로 이를 듣고 본 사람들은 폭넓은 감성 속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 '해어화'는 출중한 전개에 의해 음악에 버금가는 혹은 음악을 뛰어넘은 영화이기 때문이다.
만약에 음악이 ‘감성의 언어’인 게 맞다면 ‘해어화’는 그 음악처럼 당신을 인물들의 감정선으로 물들일 것이다. 이성의 언어가 논증과 합리성의 영역이라면 사랑은 그보단 마음의 중심, 감성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해어화’가 작품의 강점과 특성을 통해 올 상반기 극장가에 어떤 선율을 울리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4월 13일 개봉.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소준환기자 akasoz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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